'아이스맨' 외치, 까무잡잡한 대머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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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하얀 유럽 출신으로 여겨져온 '아이스맨' 외치(Ötzi)는 머리숱이 적고 까무잡잡한 튀르키예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MPI-EVA)는 22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1991년 알프스산맥 외츠탈 계곡 얼음판에서 발견된 미라 외치는 검게 그을린 피부에 대머리에 가까운 중년 남성이라고 주장했다.
MPI-EVA 연구팀은 2012년 이뤄진 외치의 유전자 해석 당시 샘플에 다른 DNA가 혼입됐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11년이 지나 한층 고도화된 분석 기술을 토대로 외치의 새로운 유전자 분석에 나섰다.
이탈리아 볼차노 남티롤 고고학 박물관에 의뢰, 외치의 장골 주변 조직을 입수한 연구팀은 게놈 분석을 실시했다. 이전에 발표된 배열보다 오염 비율은 10분의 1인 수준으로 낮아졌다. 외치의 게놈은 그가 스텝 지역 유목민이며 수렵채집 민족의 유전자를 가졌다는 기존 생각이 틀렸음을 시사했다.
조사 관계자는 "유전적으로 외치의 조상들은 수렵채집 집단과 섞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은 오히려 아나톨리아 반도(현재의 튀르키예)에서 직접 넘어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피부가 하얀 유럽인으로 생각된 외치는 까만 피부에 머리카락 색이 짙고 대머리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가졌다"며 "튀르키예에서 이주한 농민의 후손으로 보이는 외치는 당뇨병과 비만이 되기 쉬운 체질적 특성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 등 여러 분야의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잘못 알던 역사의 진실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사 관계자는 "1500년 동안 미라는 해동과 재동결을 반복했을 가능성도 이번 분석에서 드러났다"며 "혹독한 추위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보존 상태가 양호한 외치는 향후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유럽 동기시대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치는 기원전 3350~3120년 생존한 인류로 등에 화살을 맞고 죽은 것으로 추측돼 왔다. 나이는 45세 정도로 온몸에 문신이 61개나 있고 위 내용물 분석을 통해 마지막 식사는 사슴과 산양 고기, 곡물 등 제법 고급스러운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 옆에서는 모피로 만든 모자와 화살 및 화살통, 단검, 도끼, 도구 주머니도 발견됐다.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도끼는 토스카나 남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최근 기후변화로 영구 동토가 녹아 고대 인류나 고생물 흔적이 발견되는 만큼, 향후 고고학·인류학적으로 가치 있는 발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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