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제주 관광지들이 택한 최후 수단

제주도 관광업계가 급감하는 관광객 수에 위기감을 느끼며 전면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오랫동안 '바가지 물가'라는 오명에 시달려온 제주가 마침내 백기를 들고 착한 가격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 고급 한식당도 마진 포기하며 가격 파괴

제주신화월드 내 고급 한식당 '제주선'은 지난달 한정식 메뉴 가격을 기존 6만9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대폭 인하했다. 갈치구이 등 일부 고가 메뉴를 제외했지만 기존 상차림과 큰 차이는 없다. 여기에 제주 도민 할인 15%, 이벤트 할인 30%까지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셰프는 "사실상 마진 없이 파는 것이지만 제주는 비싸다는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며 가격 인하 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 5성급 호텔도 포차 가격으로 영업

제주 최고층 빌딩인 드림타워 38층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이 운영하는 루프탑 바 '포차'도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고급 레스토랑 입지임에도 메뉴 가격을 대부분 1만~2만원대로 책정했다. 소주·맥주·막걸리 등 기본 주류는 6000원, 돈코츠 라멘과 스파게티는 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제주 시내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급 입지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저렴한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은 고객의 70%가 제주 도민이나 외부 관광객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 해수욕장 파라솔 요금도 반값으로

제주도는 올여름 도내 주요 해수욕장 10곳의 파라솔 대여료를 2만원, 평상 대여료를 3만원으로 통일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함덕해수욕장의 경우 파라솔 요금이 4만3000원, 평상 대여료가 6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값 수준으로 인하한 것이다.

베니스랜드는 입장료를 1만2000원에서 1만원으로 낮췄고, 제주허브동산과 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 등도 최근 1년 새 입장료를 인하했다.

▶▶ 관광객 급감이 부른 생존 전략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급감하는 관광객 수가 있다. 올해 1분기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급감했다. 2024년 상반기 제주 음식점·숙박업 폐업 수는 1074개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관광객들의 가장 큰 불만 요소는 여전히 '비싼 물가'다. 제주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의 61.2%가 물가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관광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100점 만점에 67.1점으로 전국 평균 79.9점을 크게 밑돌았다.

▶▶ 가격 인하 효과 벌써 나타나

가격 인하 정책의 효과는 즉시 나타나고 있다. 제주선의 경우 가격 인하 후 첫 달에 고객이 50% 이상 증가했고, 드림타워 포차는 매일 밤 웨이팅이 발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도 관광업계는 이번 가격 인하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한 가격 인하를 넘어 가성비 있는 서비스로 제주 관광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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