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 삼성 상대로 소송...“구글과 공모해 앱마켓 경쟁 차단했다”

정호준 기자(jeong.hojun@mk.co.kr) 2024. 9. 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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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위험 차단 기능’ 기본 활성화해
구글·삼성 외 출처에서의 앱 설치 차단한다는 주장
에픽게임즈 CEO “美 연방법원에 곧 소송 제기”
삼성 “사용자 보호 위한 기능...근거없는 주장”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사진 = 에픽게임즈]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앱마켓 시장 경쟁 저해, 외부 결제 차단 등의 이슈로 구글, 애플과 소송전을 벌여 온 게임사 에픽게임즈의 칼날이 이번에는 삼성전자를 향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보안 기능을 통해 구글 플레이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외의 다른 앱마켓이나 웹사이트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이런 조치의 이면에는 구글의 설득 또는 압박의 영향이 있었다고 에픽게임즈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픽게임즈의 이번 소송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30일 한국 미디어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에픽게임즈는 2020년부터 앱 유통에 대한 독점을 방어하기 위해 싸워왔다. 삼성의 갤럭시 스토어와도 파트너십을 유지해왔지만, 안타깝게도 구글 및 삼성과 새로운 소송전을 시작한다”라고 밝혔다.

에픽게임즈가 문제를 제기한 삼성전자의 기능은 ‘보안 위험 자동 차단(Auto Blocker)’이다.

삼성전자 단말에서 에픽게임즈 웹사이트를 통해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내려받을 경우, 사진처럼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으로 인식해 설치를 중지시킨다. [사진 = 에픽게임즈]
삼성, 7월부터 ‘자동 차단 기능’ 기본값으로
에픽게임즈 “구글·삼성 공모해 경쟁 차단”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자사 운영체제인 원 UI(One UI) 6.0 업데이트와 함께 적용한 보안 기능이다. 확인되지 않은 출처의 앱 설치를 포함해 메시지 앱에서의 악성 이미지, USB 케이블을 사용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같은 의심스러운 활동을 차단해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스위니 대표는 “처음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이 도입될 때에는 선택 기능이어서 다른 앱을 설치할 수 있었지만, 올해 7월부터 기본으로 적용되어 삼성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경쟁 스토어 이용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최신 OS ‘원UI 6.1.1’이 탑재된 신제품 ‘갤럭시Z폴드6’와 ‘갤럭시Z플립6’ 출시 때부터 디바이스 초기 환경 설정 시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 활성화를 기본값으로 설정했는데, 에픽게임즈는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삼성전자 단말 구입 후 처음 전원을 켜거나 단말 초기화 후 진입하게 되는 초기 환경 설정 화면. 사용자는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 활성화가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사용자는 활성화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당시에도 에픽게임즈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위를 ‘반경쟁적 결정’으로 규정하고 갤럭시 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포함한 자사 게임을 철수시킨 바 있다.

해당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사용자가 에픽게임즈 웹사이트에 접속해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설치하려고 하면,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차단됨’이라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앱 설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해당 기능을 설정에서 변경한 후 다시 설치를 이어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구글도 크롬을 통해 ‘유해한 파일’,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등의 안내를 하기에, 이 과정에서 많은 사용자들이 설치를 포기하고 이탈하게 됨으로써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의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구글과 삼성전자가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공모했다는 것이 에픽게임즈의 주장이다.

스위니 대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또는 삼성 갤럭시 스토어의 외부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는 경우 21단계라는 매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며 “해당 기능 활성화 전에도 이미 사용자들이 에픽게임즈 설치하는 데 있어 단계가 너무 복잡해 50% 정도가 중간에 설치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근거없는 주장” 반박
일각에서는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출처가 불확실한 앱의 설치를 모두 허용할 경우 이에 따라 사용자가 겪을 수 있는 피해도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 적용 당시 “인증되지 않는 출처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방지하고 의심스러운 활동을 차단하여 휴대전화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해당 기능이 사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에 대해 스위니 대표는 “삼성전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며 “사용자에게 솔직하지 않고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경우 삼성전자와 직접 협업하고 갤럭시 스토어에 게임을 배포해왔음에도 삼성전자는 출처를 알고 있지 않은 앱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나 애플의 맥을 보면 운영체제 단에서 보안 위협을 감지하고 차단한다. 그 어떤 멀웨어 차단 프로그램도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에픽게임즈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해당 기능은 사용자 보호를 위한 기능이며, 강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켜고 끌 수 있는 기능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보안 위협 자동 차단’은 사용자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을 위한 기능이며 사용자가 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는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며 에픽게임즈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서는 소송 없어...양측 합의 가능성도
에픽게임즈는 미국 연방의 반독점법과 캘리포니아주의 공정경쟁 관련 법을 근거로 미국 연방법원에 해당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법률이나 규제 측면에서의 선택지를 살펴보는 단계지만 소송 계획은 아직 없다.

에픽게임즈의 요구 사항은 삼성전자 단말에서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의 기본 활성화 설정을 끄는 것으로, 해당 내용이 이행된다면 소송 전에 양측이 합의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에픽게임즈는 설명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2020년부터 앱마켓 시장에서의 반독점 행위 등을 쟁점으로 구글, 애플과 소송전을 벌여 왔다. 구글을 상대로 한 소송의 경우 에픽게임즈가 승소했으며, 이 과정에서 구글이 자사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등에 일정 대가를 지급해온 것도 확인됐다.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10개 중 9개 항목에서 에픽게임즈가 패소했지만, 외부 결제 허용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승소한 바 있다.

에픽게임즈는 자체 앱마켓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구축해 운영하는 한편, 한국의 원스토어 등 서드파티 앱마켓에 자사 게임 입점을 추진하는 등 제3자 앱마켓과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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