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밀프렙’ 도전기...3만원대로 닷새 저녁 준비해보니
식재료 장보고 양념은 있는 것 활용
주말 이용해 주중 5일치 음식 준비
그냥 먹거나 데워먹는 간편식 완성
충동적 배달음식 편의점 야식 줄고
속 편한 배부름에 환경까지 지키는
“나를 위해 해볼 만한 가치있는 수고”


2000년대 초반, 출연자에게 만원짜리 지폐 한장만 쥐여주고 일주일을 버티게 하던 TV 예능 프로그램 ‘만원의 행복’이 있었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탓에 만원의 행복은 언감생심. 이제는 만원으로 밖에서 한끼를 넉넉히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직장인 사이에선 ‘밀프렙(Meal Prep)’이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떠오른다. 일정 기간 먹을 음식을 한번에 준비하고 끼니마다 간단히 조리하거나 꺼내 먹는 방식으로, 식비를 아끼며 건강도 챙길 수 있어 관심을 끈다. 고물가 시대, 매일 저녁 외식으로 얇아지는 지갑이 고민이던 기자도 밀프렙에 도전했다.
장을 볼 땐 집에 있는 양념은 그대로 쓰고, 필요한 식재료만 골라 담았다. 불고기용 돼지고기 500g, 토르티야 1봉(6장), 파프리카 2개, 양파 1개, 달걀 10구, 사과 1개, 로메인 상추 2포기, 방울토마토 500g, 즉석 흑미밥 한 묶음(3개)을 담으니 총 3만3350원이 나왔다. 3만원 안에서 식료품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일부 먹거리 가격대가 올라 어려웠다. 결국 재료를 줄이기보다 “커피 한잔 덜 마시자”며 타협했다.

주말 저녁, 밀프렙을 시작했다. 채소와 과일은 깨끗이 씻은 후 먹기 좋게 썰어 통에 담고, 달걀은 삶아서 껍데기를 미리 벗겨뒀다. 돼지고기는 간장·설탕·참기름으로 간한 뒤 채 썬 양파와 함께 볶고, 식힌 다음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했다. 샐러드 소스는 간장·참기름·올리고당·식초·다진양파를 섞어 한번에 만들었다. 재료 손질부터 조리까지 걸린 시간은 약 50분. 평일마다 퇴근 후 부엌에 서는 수고를 떠올리면, 주말 한시간 투자로 닷새 저녁을 해결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둘째날에는 비빔밥과 샐러드로 식사했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흑미밥 위에 불고기와 로메인 상추를 올리고 고추장·참기름·달걀프라이를 더하니 조리에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포만감은 충분했지만 속은 가벼웠고, 배달 음식을 먹은 날과 달리 과자나 단 음식이 당기지 않았다.

셋째날 메뉴는 덮밥이었다. 간장과 설탕을 푼 물에 불고기를 넣어 끓이다가 곱게 푼 달걀을 부어 소스를 자작하게 만든 뒤, 밥 위에 부어 즐기는 요리다. 덮밥은 전날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다음날 데워 먹었는데, 밥과 고기가 약간 퍼석해 아쉬웠다.

그래서 전략을 다소 수정하기로 했다. 남은 이틀은 먹기 직전에 조리하는 쪽으로 바꿨다. 넷째날에는 토르티야를 팬에 굽고 바로 부리토를 만들었다. 같은 재료인데도 토르티야는 부드럽고 속에 든 채소가 싱싱해 첫날과는 자못 달랐다. 마지막날에는 덮밥을 즉석에서 조리했다. 밥은 따끈했고 불고기는 소스가 잘 스며들어 한층 식욕을 돋웠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소비습관이다. 저녁을 준비해두니 충동적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거나 퇴근길 편의점에서 야식을 집어드는 일이 확연히 감소했다. ‘식비를 아껴보자’는 마음이 생기자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무심코 사 마시던 음료도 덜 찾게 됐다.

생각보다 밀프렙은 간단했고, 해볼 만한 수고였다. 주말 한시간만 투자했을 뿐인데 평일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줄고 식비도 절약했다. 이번 주말, 나만의 ‘N만원의 행복’을 한번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준비해둔 밀프렙만 있어도 다음주 저녁은 꽤 알뜰하게, 그리고 풍요롭게 지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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