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금융그룹이 올해 자회사들에게서 2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 배당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대비 5000억원 더 많은 규모로 추정되면서 재원 활용법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주주환원에 필요한 2조1000억원보다 넉넉한 배당금을 확보함에 따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그린 자회사 기초체력(펀더멘탈) 강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작년 실적이 부진했던 신한투자증권·신한캐피탈·신한자산신탁 등 상당수 신한금융 자회사가 올해는 이 같은 기저효과로 정상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신한라이프생명 등에서 받은 배당금을 대여금이나 신종자본증권 인수 등의 형태로 자회사에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손해보험사 인수 전략 역시 적극적인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KB 대비 1000억원 초과…4대금융 중 최대 배당수익
5일 취재 결과 신한금융은 올해 자회사로부터 2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배당을 받아 KB금융(2조4000억원)보다 더 많은 배당수익을 챙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2조260억원)과 견줘도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신한금융 자회사들의 2024회계연도 배당금을 살펴보면 신한은행 1조6630억원, 신한라이프생명 5283억원, 신한카드 2861억원, 신한투자증권 896억원, 신한캐피탈 292억원, 신한저축은행 100억원, 제주은행 32억원 등이다.
지난해 리딩뱅크를 차지한 신한은행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배당한다. 배당성향도 2023년 39.0%에서 45.0%로 6.0%p 높아졌다.
여기에 신한라이프생명이 작년에 벌어들인 순이익 대부분을 배당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2024회계연도 배당성향은 99%로 전년(35%)보다 급증했다. 작년 순이익 5337억원에서 5283억원을 지주에 배당한다.
다만 지난해 12월 중간배당 1500억원을 한 점을 고려하면 신한라이프생명이 올해 지주에 올려 보내는 금액은 3783억원가량이다. 지급여력비율이 배당전 215.0%에서 배당 이후 206.8%로 8.2%p 낮아지지만 업계 최상위권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신한카드 순익이 줄면서 배당금이 2023회계연도 3104억원에서 2861억원으로 243억원 줄었지만 신한라이프생명이 신한카드의 감소한 배당금을 상쇄하고도 남는 금액을 지주에게 주는 셈이다. 신한카드는 2023~2024회계연도 배당성향 50%를 유지했다.
이밖에 신한투자증권도 전년보다 492억원 증가한 896억원을, 신한저축은행은 100억원을 지주에 배당금으로 보낸다. 신한캐은 순이익 감소 여파로 468억원 감소한 292억원을 지주로 올린다.
주주환원 재원 충분…급선무는 자회사 펀더멘탈
신한금융 배당규모(2조5000억원)는 주주환원 재원(2조1000억원)과 비교해 4000억원 크다. 주주환원을 위한 준비가 충분한 것다. 신한금융이 올해 주주에게 돌려줄 금액을 보면 분기 균등배당을 통해 1조1000억원에 더해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6500억원(작년 4분기 발표분 1500억원 포함)과 하반기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5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신한금융의 올해 총주주환원율 전망치는 42~44%로 지난해 39.6%을 넘어 40%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를 철저히 해 주주환원 계획을 이행하려 한다. 이를 위해 비은행 부문 실적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워 주주환원을 위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하고 그룹사별 위험가중자산 예산(RWA Budget) 초과분에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진 회장은 자회사 기초체력 강화를 주요 경영 좌표로 설정했다.
실제 신한금융은 큰 폭의 적자를 낸 신한자산신탁을 지원하기 위해 작년 3월 1000억원을 차입 형태로 지원했고 같은 해 5월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한 뒤 10월 500억원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35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이 작년 순이익 1위에 올라 6년 만에 '리딩은행' 타이틀을 탈환했지만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라 2023년부터 2년 연속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신한카드는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며 대규모 대손비용이 발생해 순이익이 감소했고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2458억원을 올려 2023년보다 2배가 넘는 성장을 이뤘지만 1300억원 손실 등을 고려하면 아직 정상화된 이익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신한캐피탈도 작년 순이익 1169억원을 거둬 전년(3040억원)과 견줘 급감했고 신한자산신탁은 3086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전환 했다.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었고 투자자산 관련 손실이 누적된 결과다.

손보사 M&A 검토 '적기'…하나·우리금융은 불참할 듯
한편 신한금융이 손보사 인수에 적극 뛰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따른다. 손보사 계열인 신한EZ손해보험(옛 BNP파리바카디프손보)을 2021년 인수했지만 이후 적자에 허덕이면서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25% 수준으로 KB금융(33%)에 이어 금융권 2위에 올랐으나 대형 손보사의 부재는 그룹 차원의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반면 KB금융의 KB손보는 2024회계연도 배당금을 5500억원으로 결정하면서 KB국민은행(1조6256억원)에 이어 지주에 가장 많은 배당금을 줘 신한금융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등 경쟁 그룹이 올해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기회를 맞은 격이다.
진 회장은 앞서 "현재 보험사 가격이 너무 높아 적당한 손보사 매물이 없다"며 "회계 제도 변경으로 증가한 이익을 그대로 인정하기도 어려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는 유력한 손보사 매물은 롯데손보과 MG손보 등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수수료가 주 수익원으로 주주환원을 위한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 재원뿐 아니라 그룹사에 대한 대여금 및 지주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인다"며 "올해 계획한 주주환원 정책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손보사 인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를 위해 미리 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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