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리뷰에 AI가 댓글' 삼성 사표 내고 만든 서비스, 바쁜 식당 사장님들 열광

AI 기반 식당 댓글 관리 서비스 댓글몽 개발사 르몽 인터뷰
르몽의 이희용, 김보형 공동대표. /더비비드

식당 리뷰는 이용자가 식당 주인에게 건네는 쪽지이자 설문조사지다. 긍정적인 리뷰에 감사의 말로 화답하거나 제안한 바를 빠르게 수용하는 식당엔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비자에게 신경 쓰는 식당이라는 느낌을 체감한 덕이다.

하지만 식당 주인에게 리뷰 관리도 일이다. 말주변이 부족한 이들은 한참을 망설여야 한다. 플랫폼별 리뷰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르몽의 이희용(44), 김보형(37) 공동대표는 식당 사장들의 창작의 고통을 덜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댓글 생성 서비스를 개발했다. 서비스는 출시 18개월만에 1만5000곳의 사업장에 도입됐다. 롯데리아, 피자헛, 굽네치킨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까지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들을 만나 AI 시대 외식업의 미래에 대해서 들었다.

◇삼성전자, 삼성SDS 출신이 의기투합한 이유

이희용 대표는 금융사에서 오래 경력을 쌓은 후 삼성SDS로 이직했다. /더비비드

이희용 대표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서 14년 근무했다. 금융업에 몸담은 동안 고려대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삼성SDS에 시니어 엔지니어로 이직했다. 문과 직무에서 이과 직무로 전직한 것이다. 삼성SDS 재직 당시 금융IT 사업부에서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이때 스타트업 세계에 입문하고, 그 세계에 매료됐다.

김보형 대표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근무했었다. /더비비드

김보형 대표는 학부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생 때 스마트워치용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했다. 부족한 점 투성이었지만 벅찬 경험이었다. 기술력을 쌓고 싶어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했다. 당시 개발에 참여한 제품이 페이스북, 구글 같은 빅테크에 납품이 됐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두 차례 받았다. 회사 지원으로 서울대 컴퓨터공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곳에서 AI를 접하고, 창업 불씨를 지폈다.

두 사람은 한 AI 스타트업에서 만났다. AI 합성 데이터를 만드는 기업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CSO, 김 대표는 CTO로, 이미 C레벨이었다. 해당 스타트업은 한 상장사에 인수됐다. 대기업 퇴사 후 스타트업에 입사한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두 사람은 새 창업을 결심했다. 이번엔 기업 대상의 B2B 서비스 대신 이용자 반응을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B2C 시장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식당 사장들의 영원한 숙제

창업을 결심한 두 사람은 AI가 필요하지만 도입률이 낮은 영역을 찾아 나섰다. /더비비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AI의 도입이 시급하지만, 도입률이 낮은 영역을 찾아 나섰다. “전 직장에서 30개가 넘는 AI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AI 프로젝트가 사업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을 정립했어요. 첫째는 데이터를 꾸준히 수집할 수 있는 구조일 것, 둘째는 사람이 정말 하기 싫어하거나 혼자 하기 힘든 일을 AI 모델이 대신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산업군을 조사해 보니 외식업의 AI 도입률이 낮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모을 수 있는 데이터가 결제 내역 같은 금융 데이터로 한정된 게 원인이었죠.”

외식 분야에서 금융 데이터가 아닌 다른 데이터로 불편점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식당 사장 100여명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분들은 공통으로 ‘창작의 고통’을 호소했어요. 배달 앱이나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리뷰에 대응하는 작업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르몽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식당 사장. /르몽

리뷰 스트레스는 개인의 성실함과 무관했다. 그보다는 외식업 시장의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사장 평균 연령이 50세 이상인 데다, 외식업자의 76%가 나홀로 사장입니다. 매장 셔터를 내린 순간부터 ‘댓글 작업’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해요. 배달 플랫폼별로 댓글을 확인하다가 악성 댓글이라도 발견하면 어찌 대응해야 하나 머리를 쥐어짠다고 합니다. 댓글 작업을 외주에 맡기는 분도 있지만 한계가 있었어요. 사장의 의지와 무관한 내용이 담기거나 기계적인 답변 일색이면 큰 효용이 없으니까요.”

‘댓글에 쏟을 시간에 요리나 잘하라’는 조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장의 댓글은 식당 이미지를 형성하는 핵심 콘텐츠다. 매출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배달 플랫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 10명 중 9명이 ‘식당을 고를 때 리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소비자 리뷰에 사장의 댓글이 달리면 운영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인상을 줍니다. 감사와 정성을 담아 댓글을 달면 재주문율이 높아지고요. 포털 사이트는 리뷰를 고객경험의 중요 지표로 보고, 충실한 내용으로 댓글을 쓰도록 장려합니다. 잘 이행하면 검색 엔진 상위에 노출해 주고요. 플랫폼에선 사장이 고객센터처럼 매장을 운영하길 권하지만 이분들에게 허용된 시간이 많지 않아요.”

◇잘 단 댓글 하나가 열 광고 안 부럽다

르몽 팀원 단체사진. /르몽

AI의 장점은 철저한 개인화다.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유저를 닮아간다. 이런 강점을 활용해 AI가 정성을 다해 리뷰에 댓글을 대신 달아주는 서비스 ‘댓글몽’ 개발에 들어갔다. 멋지고 있어 보이는 서비스가 아닌, 돈 내고 쓸 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중점 뒀다.

이용자가 진짜 필요로 하는 걸 찾고, 이를 수시로 반영해 신뢰를 확보했다. “플랫폼별로 댓글을 일일이 조회하는 게 번거롭다는 의견을 반영해 모든 플랫폼에 등록된 리뷰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불만족 리뷰가 달리면 실시간 알림을 보내 즉각 대응할 수 있게 했고요. 피드백을 남기면 4일 만에 반영해 버리니 유저들이 거기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아요. 이들의 요구는 꽤 섬세하고, 치밀합니다. 요구 속에서 저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여요. 예컨대, 리뷰 이벤트에 참여한다고 해서 서비스만 받아놓고 참여 안 하는 사람들의 목록을 달려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사장님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건 똑똑한 조수였던 거죠.”

댓글몽 Biz의 경우 롯데GRS(롯데리아), 지앤푸드(굽네치킨), 피자헛 코리아, 본그룹, 훌랄라 등 주요 프랜차이즈를 고객사로 유치했다. /르몽

2025년 5월엔 프랜차이즈 본사를 타깃으로 한 B2B 버전 댓글몽 비즈(Biz)를 출시했다. “프랜차이즈들은 종종 개별 가맹점주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곤 합니다. 가맹점 수백 곳에 달린 리뷰를 총괄해서 관리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었죠. 댓글몽 Biz로 브랜드 전체의 핵심 지표인 평점, 매출, 관리 수준 등을 한눈에 파악하고, 가맹점별 리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답글이 달리지 않은 리뷰를 일괄 등록하는 기능도 있어요. 본사가 고객 응대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거죠. 모든 댓글 하단에 신메뉴 홍보 문구를 추가할 수 있어요. 광고를 별도로 집행하면 돈이 많이 드는데요. 댓글을 홍보 창구로 활용하면 마케팅을 내재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서비스는 아니었다. 데이터 학습과 고도화를 통해 AI와 사장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중이다. “’5점 드릴게요. 100점 만점에’처럼 고도의 언어유희가 들어간 리뷰가 많아요. 처음엔 AI가 이런 리뷰의 의도를 포착하지 못했는데요. 이제는 알아채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간성을 보태는 작업 중이에요. 이용자 중 서비스를 이탈한 8%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말투가 과하게 친절하다’, ‘낯간지럽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이에 말투나 어조를 이용자 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자체 개발한 AI 프레임워크를 통해 프랜차이즈나 개인에 맞춘 거대언어모델(LLM) 모델을 구현했습니다.”

자체 개발한 AI 프레임워크를 통해 프랜차이즈나 개인에 맞춘 거대언어모델(LLM) 모델을 구현했다. /르몽

댓글몽은 디지털 소외 계층의 AI 사용을 자연스럽게 녹인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2025년에는 부산 구포시장 상인회와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50개 점포를 대상으로 댓글몽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부터 배달앱 입점, 리뷰 이벤트 운영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참여 점포의 리뷰 수가 평균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한 족발집 사장님은 ‘이제는 나 혼자서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어요. 국내 주요 언론은 물론 일본 야후 뉴스 등 해외 미디어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조명했습니다. 올해 전국 5대 전통시장으로 이 모델을 확산할 구상입니다.”

◇장사를 사업으로

르몽의 모토는 '장사를 사업으로'다. /더비비드

2024년 3월 댓글몽을 론칭했다. 지역별 외식업자 단체 메시지방,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모임 등 외식업자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나 월평균 약 23%의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1만5000개 사업자가 댓글몽을 사용 중이다. 이 중 유료 고객 수는 약 5000명이다. 도입 점주 설문에 따르면 이들은 댓글몽 사용 후 리뷰 관리에 소요되는 시간은 이전의 8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매출은 평균 16.5% 증가했다. 플랫폼 내 노출 수가 2.5배 증가한 사례도 있었다.

댓글몽 Biz의 경우 롯데GRS(롯데리아), 지앤푸드(굽네치킨), 피자헛 코리아, 본그룹, 훌랄라 등 주요 프랜차이즈를 고객사로 유치했다.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와의 협업도 앞두고 있다.

벤처 생태계의 주목도 한 몸에 받았다. 2024년 11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더벤처스, AUM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2025년에는 LG유플러스 AI펀드 등으로부터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유명 스타트업 경진 대회인 아산나눔재단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했고, 중소벤처기업부(TIPS) 프로그램,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배치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다음 목표는 리뷰 관리를 넘어선 경영 AI 에이전트로 도약하는 것이다./르몽

다음 목표는 리뷰 관리를 넘어선 경영 AI 에이전트로 도약하는 것이다. “현재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에 걸맞은 마케팅 콘텐츠를 자동으로 제작하고 등록까지 해주는 마케팅 에이전트 ‘마몽 AI’를 개발 중입니다. 매장 진단, 맞춤형 마케팅 제안, 성과 분석까지 마케팅 업무 전반을 아우를 계획이죠. 상용화를 앞두고 롯데리아, 훌랄라 치킨, 굽네치킨 등과 PoC(개념검증)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몽 AI가 잘 자리 잡은 후에는 세무, 정부 지원 정책 안내까지 점주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AI가 해결해 주는 서비스로 확장할 구상입니다.”

이용자에게 르몽 등장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AI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위기론이 만연하지만 사실 AI를 발판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 서비스로 이런 경험을 전파하고 싶어요. 르몽의 모토는 ‘장사를 사업으로’입니다. 장사와 사업을 가르는 요소는 시스템입니다. 저희를 통해 식당 사장들이 더 큰 꿈을 꿨으면 합니다. 2026년 5만 고객사, 2027년 8만 고객사를 목표로 국내 외식업 AI 시장의 확실한 1위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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