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발라드의 황제 이승철. 그의 차고에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인생 철학이 담겨 있었다. 화려한 세단에서 묵직한 SUV로 변화한 선택의 중심에는 가왕 조용필이 있었다.

속도에서 무게로, 과시에서 여유로
전성기 시절 이승철이 선택했던 차는 BMW 7시리즈였다. 날카로운 엔진 소리와 즉각적인 반응,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 완벽한 럭셔리 세단. 무대 위 고음처럼 단번에 치고 나가는 속도감이 그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최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차로 갈아탔다. 바로 미국 풀사이즈 SUV의 상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다. 빠르게 달리기보다 묵직하게 버텨주는 것에 집중한 이 차는 이승철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작업실’이 되었다.

조용필의 뒷모습이 던진 메시지
변화의 시작점에는 가왕 조용필이 있었다. 이승철은 어느 날 조용필이 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카리스마, 굳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느껴지는 거장의 여유.
“저 형님은 여전히 중심에 있으면서도 굳이 소리 내어 증명하지 않는구나.” 그 순간 이승철의 자동차 선택 기준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성공을 드러내는 방식보다 성공 이후를 살아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움직이는 스튜디오가 된 에스컬레이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이승철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넓은 실내 공간은 그의 생각을 확장시켰고, 차체가 주는 든든한 안정감은 마음의 속도를 낮춰주었다. 실제로 그의 수많은 히트곡 아이디어 중 일부가 이 차 안에서 탄생했을 정도다.
최근 인터뷰에서 이승철은 “이젠 빠르게 달리기보다 멀리 보고 싶다”고 밝혔다. 차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영감과 예술 세계를 담아내겠다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선택이었다.
인생의 곡선을 닮은 차의 변화
도전의 시기에는 날카로운 속도의 차를, 정상의 시기에는 완벽한 럭셔리 세단을, 여유의 시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담은 대형 SUV를. 이승철이 타온 차들을 나열하면 한 예술가의 인생 궤적이 그대로 보인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열정이 식는다고 하지만, 이승철의 선택은 열정이 식은 게 아니라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더 넓게 보고 더 깊게 생각하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거장의 풍모를 차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조용필에게 배우고 이승철이 완성한 자동차 철학. 그것은 바로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