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역대 가장 성공한 모델 중 하나인 프라이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회사 창립 80주년을 맞아 과거의 향수를 현대적 기술로 되살린 프라이드 수동 EV 레스토모드를 제작한 것이다. 이 전기차는 1996년형 프라이드 해치백을 기본으로 한다.

기아는 영국의 EV 개조 전문 업체인 일렉트로제닉(Electrogenic)과 협력해 자동변속기 대신 원래의 5단 수동변속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강화된 클러치를 적용해 증가된 토크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기존 1.3리터 60마력 엔진은 사라지고, 대신 107마력과 173lb-ft 토크를 제공하는 전기 모터를 탑재했다. 이로써 0-96km 가속 시간이 약 12초에서 8초로 단축됐으며, 조금 더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갖추게 됐다.

프라이드 EV는 5도어 해치백이라는 다소 독특한 차체를 선택했는데, 이는 마쓰다 121과 포드 페스티바와 유사점이 있다. 실제로 프라이드는 마쓰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고, 페스티바도 같은 하부 구조를 사용했다.

외관은 1996년 당시 모습과 거의 동일하지만, 오리지널 킹피셔 블루 색상 대신 현재 기아의 여러 전기차 모델에서 제공되는 화이트 펄로 재도색됐다.

전면과 후면의 조명은 성능 개선을 위해 업그레이드됐고, 후면에는 전기차임을 나타내는 ‘pridev’ 배지를 부착했다. 12인치 철제 휠도 여전히 유지했다.

두 개의 10kWh 배터리 팩은 약 193km의 주행 거리를 제공하며, 하나는 보닛 아래에, 다른 하나는 후면 적재 공간에 있다. 완전 충전까지는 약 6시간이 소요되며, 충전 소켓은 원래 주유구가 있던 자리에 설치됐다.

작은 배터리 팩 덕분에 총 무게는 약 870kg에 불과하며, 이는 개조 전과 비교해도 약 20kg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실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미세한 변화만 줬다. 기존의 회색 천 시트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EV6 GT의 그린 악센트를 연상시키는 라임 그린 색상의 시트 파이핑과 바닥 매트 스티칭이 추가됐다.

계기판 역시 원래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연료 게이지로 배터리 충전 상태를 나타내도록 개조했다. 또한, 에코, 오토, 스포츠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회생 제동 레벨도 조정할 수 있다. 오토 모드에서는 수동변속기를 사용하지 않고 3단에 넣은 후 별도의 기어 변속 없이 주행할 수 있다.

프라이드 EV는 주말에 열린 ‘비스터 헤리티지 스크램블’에서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으며, 기아의 영국 헤리티지 플릿에서 기증한 차량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기아와 현대는 자사의 오래된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것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고 있으며, 이번 프라이드 EV는 현대 그랜저와 포니 쿠페에 이어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