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완전자본잠식 수렁…‘가전 성지’ 용산은 왜 무너졌나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국내 최초 가전 양판점을 세운 전자랜드가 창사 이래 재무 위기에 직면했다. 수년째 이어진 적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고착화되면서 기업 존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전 업황 침체와 유통 주도권 변화 속에서 모바일·IT 특화 매장으로 승부수를 던진 전자랜드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의 2025 회계연도(제64기) 영업손실은 204억원으로 전년(-172억원) 대비 적자 폭이 18.6% 확대됐다. 매출액은 5213억원으로 전년(5220억원)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며 성장이 정체됐다. 순손실 역시 196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지표 전반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 심각한 지표는 재무 건전성이다. 지배기업 에스와이에스홀딩스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음에도 누적 결손금이 1388억원을 넘어서며 자본총계는 -83억원을 기록, 2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감사인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약 723억원 초과한 점을 근거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제기된다”고 경고했다.

사라진 '가전 양판점' 메리트

전자랜드 위기는 가전 양판점이라는 사업 모델이 시장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은 데서 출발한다. 1988년 용산본점 개점 당시만 해도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서 비교·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이후 삼성스토어와 LG베스트샵 등 제조사 직영점이 직접판매(D2C)를 강화하고, 쿠팡 등 이커머스가 최저가와 빠른 설치 서비스를 앞세우면서 양판점의 입지는 빠르게 좁아졌다.

전자랜드 최근 4개년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가전 시장 주도권의 이동은 지표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전자랜드의 점유율은 2021년 7.6%에서 2024년 6.1%로 하락했으며, 매출액은 2022년 7229억원에서 2024년 5220억 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2021년 첫 적자 전환 이후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 109억원에서 2025년 204억원까지 확대되며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전자랜드는 점포 수를 140개에서 92개로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동시에 대형 가전보다 교체 주기가 짧은 모바일 시장을 공략해 ‘전자랜드 휴대폰샵’을 신설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냈다. 회사에 따르면 최근 휴대폰 판매 수량이 전년대비 13% 증가하는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유의미한 외형 성장세도 포착되고 있다.

다만 질적 전환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은 단기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5년 판매비와관리비는 약 1478억원으로 매출총이익(약 1274억원)을 웃돌았다. 특히 유료 멤버십 관련 마일리지 등이 충당부채로 반영되면서 광고선전비는 256억원으로 전년(222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모회사로부터 유입된 자금 상당 부분이 포인트 마케팅에 투입됐지만 아직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모습이다.

'공간 혁신'… 숫자로 증명해야 할 자생력

업계에서는 2026년을 전자랜드의 독자 생존 역량을 입증해야 할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회사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1817억원 규모의 담보 제공과 지급보증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단기 유동성 보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본업에서의 실적 반등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재무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가전 양판점이 단순 제품 나열식의 백화점형 영업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며 “회전율이 높은 소형 가전과 IT 기기 비중을 확대해 고정비 부담을 상쇄하는 속도가 향후 실적 반등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대형 가전 대신 수요가 꾸준한 휴대폰 매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백화점과 아울렛, 지하철 역사 등 접근성이 좋은 생활권 중심지에 ‘숍인숍’ 형태로 진출해 임대료 부담은 낮추고 고객 접점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DCS(디지털 집약 매장)를 통해 게이밍 기기나 조립 PC 등 IT 가전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을 강화하며 젊은 고객층의 유입을 꾀하고 있다.

운영 효율화를 위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도 병행 중이다. 수익성이 낮은 부진 점포는 상권 분석 결과에 따라 정리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핵심 거점은 리뉴얼을 통해 평당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판촉비와 고정비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동시에 확보된 자원을 성장 사업에 집중 투자해 수익성 중심의 견고한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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