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하는 걸크러시… ‘마지막 해녀’의 삶 담다
한국계 미국인 수 킴 감독 다큐
“어릴적 만난 해녀 집단에 매료
‘亞 최초 일하는 여성’ 상징도”
73세 해녀 “바다는 천국이에요”
‘해양 오염 더이상 안돼’ 투쟁도
기쁨·슬픔·불안 그대로 보여줘
“옛날엔 해녀란 직업이 너무 천해서 고생했는데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되고 너무 반갑습니다.”(해녀 강주화) / “바다는 천국이에요. 에어로빅도 하죠. 돈도 벌죠. 다시 태어나도 물질할 거예요.”(해녀 현인홍)
먹고 살길이 막막해 여성들이 숨을 참고 바다에 뛰어들었던 게 시작이었다. 땀을 아무리 뻘뻘 흘리며 고생해도 제자리걸음이었던 밭일에 비해 소라, 전복이 곳곳에 파묻혀 있고, 문어가 둥둥 떠다니는 바다는 자연이 준 축복이었다. 그런데 기후 위기로 바다는 척박해지고,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바다로 뛰어들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해녀들’(오는 11일 애플TV+ 공개)은 마지막 제주 해녀들의 경이로운 삶의 순간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작품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수 킴(한국명 김수경) 감독은 8살 때 제주도 여행에서 해녀들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수 킴 감독은 지난 3일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해녀는 시끌벅적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걸크러시 집단”이라며 “두려움 없고 우아한 한국의 여성성을 만난 것 같았고, 곧바로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은 나이 드신 분들이 힘든 일을 하니까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디어에서도 그런 서사를 정해두고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본 해녀들은 그들의 일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한다. 그들이 하는 일의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 킴 감독이 제주도 해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은 계기는 그로부터 10년 후, 다시 해녀마을을 방문했을 때 만난 84세 해녀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젊은 해녀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여쭤보니 ‘이게 끝인 것 같아. 우리가 아마도 마지막 세대인 것 같아’라고 답하셨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누군가는 이들을 기록하고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은 제주도에서 마지막 명맥을 이어가는 해녀들의 삶을 담았다. 해녀 공동체를 가감 없이 드러내 그들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불안, 그리고 숨 하나만 참고 바다를 누비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해녀 현인홍(73) 씨는 “밭에는 뱀도 득실거리고, 땀만 나고 돈도 잘 못 벌었는데, ‘물질’(해녀들의 수중 활동)하면 돈을 벌 수 있었다”며 “밤에 자려고 누우면 소라와 전복이 머릿속에 아른대서 바다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질만 56년 했다는 박인숙(70) 씨도 “어릴 적엔 어머니가 ‘보이는 걸 한 번에 다 캐면 안 된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네 숨에 맞게 다녀라’라고 늘 말씀하셨다”며 “바다에 나가는 게 참 신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렇지만 기후 변화로 황폐해진 바다는 그들에게 위기감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해녀들이 단체로 모여 항의하는 투쟁기도 담겼다. 발에 차이던 전복과 소라가 죽어있고, 껍데기만 굴러다닌다.
수 킴 감독은 “해녀들이 직접 목도하는 기후 문제와 해양의 변화를 담고 싶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선 강하게 싸워나가야 한다는 해녀들의 의지가 강렬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수 킴 감독은 해녀들이 투쟁하는 이유를 그들의 연대 의식 덕분이라고 짚었다. 수 킴 감독은 “이들은 물속에서 서로를 돌봐주고, 수익도 공평하게 나눈다”며 “해녀들이 환경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깨끗한 바다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확대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녀란 무엇일까. 수 킴 감독은 “사전적 정의로는 자신의 숨만을 가지고 바다 밑으로 내려가서 해양 생물을 채취하는 직업”이라며 “상징적으론 아시아에서 일하는 여성의 첫 세대이자 제주도를 세미 모계 사회로 만드는 데 공헌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힘, 권위 신장, 경제적 독립성 등 모든 것을 함의하는 존재입니다.”
올해 부산영화제엔 ‘마지막 해녀들’ 외에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은 상업성 짙은 OTT 영화로 늘 독립·예술영화로 막을 열었던 부산영화제로선 이례적 시도란 평가를 받았다. 그밖에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 2’와 사카구치 켄타로 주연 ‘이별, 그 뒤에도’ 등 OTT 작품은 지난해보다 3편 늘어난 9편이 공식 초청됐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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