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속 숨겨진 현대물리학 총정리
<인터스텔라>에는
어떤 과학지식이 숨겨져 있을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인류는 더 이상 지구에서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과학자들과 탐험가들이 블랙홀 너머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과학적 상상력,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돌파하는 과학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그려냅니다.
<인터스텔라>에 숨겨진 물리학
<인터스텔라>를 관람할 때 꼭 현대물리학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픽으로 구현된 경이로운 우주를 보는 것만으로 압도되니까요.
하지만 현대물리학의 몇 가지 상식과 역사적 배경을 안다면, 묵혀뒀던 <인터스텔라>를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어질 겁니다.
*시공간은 휘어진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중력렌즈효과
영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블랙홀 '가르강튀아'는 매우 큰 질량을 갖고 있어 주변 시공간을 왜곡합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답은 ‘그렇다'입니다. 실제로 중력이 아주 큰 물체가 공간을 휘게 만들어 빛의 경로가 달라지는 현상을 ‘중력렌즈효과'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태양-별이 일직선상에 있다고 해봅시다. 상식적으로 지구에서는 태양 너머의 별이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큰 물체에 가려 뒤쪽 물체가 가리지 않는 것처럼요. 그런데 지구에서 이 별을 볼 수 있었던 것이죠. 태양처럼 질량이 큰 천체를 지날 때 공간 자체가 왜곡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이보다 앞서 증명했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빛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최단 거리를 따라 직선으로 이동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빛의 속도가 일정한데 공간이 휘어진다면 그에 따라 시간도 늘어져야 합니다.
이처럼 질량이 큰 물체에 따른 시공간의 왜곡을 보여주는 중력렌즈효과는 일반상대성이론의 강력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이 가속이 없는 상태에서의 특수한 운동을 설명하는 물리학이론이라면, 일반상대성이론은 가속계와 중력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운동을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은 왜 일반상대성이론을 연구했던 것일까요?
이는 고전역학에 등장하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유명한 실험과 연결됩니다. 갈릴레이는 당대 주류 물리학이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론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론에 따르면 무게가 다른 두 공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렸을 때, 무거운 공이 먼저 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갈릴레이는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 자유낙하 실험'을 통해 무게가 다른 두 공이 동시에 떨어짐을 입증했죠.
이것은 관성질량(물체가 특정 가속도를 얻기 위해 필요한 질량)과 중력질량(지구가 물체를 얼마나 강하게 잡아당기는지를 통해 측정된 질량)이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고전역학에서도 ‘관성질량=중력질량'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전역학에서는 “그렇다면 ‘왜'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같아야 하는가"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이 질문은 현대에 이르러 아인슈타인이 ‘등가원리'를 제시함에 따라 해결됩니다. 상황에 따라 가속도와 중력이라는 두 물리량이 같은 역할을 하며, 따라서 두 물리량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이 등가원리가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본원리가 되지요.
*아인슈타인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블랙홀과 특이점
말년의 아인슈타인은 한 가지 꿈을 꿉니다. 바로 자연계를 이루는 기본 힘을 통일하는 것이었죠. 그의 사후 중력, 전자기력 외에도 강력, 약력이 발견되었고, 이러한 자연계의 4가지 기본 힘을 통합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이론'은 현대물리학자들의 꿈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꿈이 아직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실제 입증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력을 뺀 전자기력과 약력, 강력을 합치려는 ‘대통일이론'만 해도 실제로 실현하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현재 기술로 낼 수 있는 최대 에너지의 1,000억 배가 필요하니 말입니다.
<인터스텔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블랙홀의 특이점'과 ‘웜홀'이 바로 이 궁극의 이론과 관련이 있습니다. 통일장이론에 중력까지 합친 ‘모든 순간의 이론'을 확인하려면, 빅뱅의 순간이나 블랙홀 특이점 같은 극단적 상황이 필요합니다.
블랙홀의 특이점은 거대한 질량이 어마어마하게 작은 영역에 뭉쳐진 경우로, 이 정도 환경이 되어야 중력에 의한 시공간 왜곡이 양자역학을 변형시켜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하나의 법칙으로 합칠 수 있다고 예상되죠.
아직 <인터스텔라>는 환상에 불가하지만, 과학은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한계를 넘어서 인간의 문명을 확장해왔습니다. 까마득한 우주에 관한 이 영화가 지금까지 많은 관객에게 경이로움과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책 <돌파하는 과학>에서는 이처럼 인류의 생존을 위한 과학적 도전과 혁신의 역사적 흐름을 탐구합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과학은 언제나 한때 공상에 불과했던 것을 객관적 관찰과 논쟁을 통해 입증하고 실현해왔습니다.
5번의 대전환을 기점으로 과학사의 큰 흐름을 꿰뚫는 교양서, <돌파하는 과학>을 통해 결정적인 혁신의 순간들을 만나봅시다.
눈부신 성장기에도,
혼란스러운 암흑기에도
과학은 어떻게 진리에 도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