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가 국민 성공 세단의 대명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1986년 처음 등장한 그랜저는 30여 년간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성공했다면 타야 할 차'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이제 진정한 성공의 상징은 제네시스 G80, 그중에서도 최근 출시된 블랙 에디션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그랜저를 탄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이 세분화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한 이후 G80는 그랜저가 차지했던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정점을 노리고 있다.

G80 블랙 에디션은 2.5L 가솔린 터보 AWD(8,149만 원)와 3.5L 가솔린 터보 AWD(8,579만 원)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진짜 차별화 포인트는 성능이 아니라 디테일이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통해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G80 블랙은 고급스러움과 강렬한 존재감을 동시에 발산한다.

외관부터 남다르다. 단순한 블랙 도장이 아닌 펄이 함유된 특수 블랙 컬러는 아부다비 모래알처럼 은은하게 반짝인다. 엠블럼부터 그릴, 휠까지 모든 크롬 부품이 다크 크롬으로 교체되어 완벽한 통일감을 자랑한다. 심지어 휠 너트까지 블랙 캡으로 덮어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실내는 더욱 압권이다. 제네시스는 공조 및 트렁크 등 버튼류, 도어와 콘솔 등 스위치 및 장식류, 스티어링 휠 및 패들 시프트까지 모든 것을 블랙으로 구현했다. G80 블랙 전용 리얼우드 가니시, 시트 가죽, 시트 퀼팅이 적용되어 차별화된 고급감을 선사한다.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에는 전용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테마까지 새롭게 구현했다.

흥미로운 점은 G80 블랙에 대한 젊은 층의 반응이다. 과거 제네시스 하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블랙 에디션은 20-30대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정비소나 전시장에서 젊은 층이 보이는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V6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엔진 커버가 평범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뛰어난 차음 성능 때문에 V6 엔진 특유의 사운드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도 마니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그럼에도 G80 블랙 에디션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성공의 기준은 단순히 '비싼 차'가 아니라 '디테일과 완성도'라는 것이다. 과거 그랜저가 보여줬던 '성공했다는 증명'의 역할을 이제 G80 블랙이 이어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더욱 세련되고 완성도 있게 진화했다. 단순한 과시가 아닌, 진정한 품격을 추구하는 이들의 선택. 그것이 바로 G80 블랙 에디션이 가진 진정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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