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 소리가 스크린 뚫고 나오는 느낌”…싸움 모르던 정해인이 꼭 보라는 이 장면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9. 1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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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한 액션·유머
베테랑, 또천만 누릴까

속편의 성적이 전편보다 부진한 경우를 ‘소포모어 징크스’라 한다.

1편의 성공 요인을 2편에 반복했다간 안일한 자세를 비판받기 쉽고, 그렇다고 1편과 유사한 인물과 소재로 완전히 새로운 2편을 창조했다간 낯섦과 이질감 때문에 철저히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영화의 경우, 검은 객석에 앉은 관객은 ‘전편의 즐거움을 재확인하면서 전혀 새로운 감각을 속편 내부에서 발견되기를 희망하는 까다로운 존재’가 아니던가. 그러므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해가는 2편’이란 한 마디로 ‘좁은 문’이다.

하지만 ‘베테랑2’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소모포어 징크스를 부수는 금빛 열쇠를 발견해낸 듯하다.

‘베테랑’ 1편의 흥행요인으로 판명난 재료(도입부, 유행어, 유머와 액션)를 2편에 보존하면서 ‘사적 제재’ 욕망이라는 한국사회의 기저심리를 덧씌워 시대정신과 접속하고, 여기에 미학적 표현에 가까운 액션을 스크린 안에 완고하게 조직해 그야말로 ‘완성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베테랑2’가 지난 5월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터. 13일 개봉하는 ‘베테랑2’를 살펴봤다.

관객 1300만명을 동원한 ‘베테랑’ 1편 소재가 ‘일탈한 재벌의 범죄 은닉’이었다면 ‘베테랑’ 2편 소재는 ‘얼굴없는 살인자가 벌이는 사적 제재’다. 양지를 살아가는 재벌의 불의, 음지를 살아가는 익명의 정의가 대조를 이룬다.

단순무식한 면이 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서도철 형사(황정민)로 카메라는 초점을 맞춘다.

서 형사는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발성 살인이 같은 범인이 저지르는, 서로 연결된 범죄임을 직감한다. 이때 ‘해치’라 불리는 살인자는 유튜브로 살인을 예고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문제는 첫째, 해치가 죽이려는 인물은 모두 다른 중대범죄의 가해자였다는 점, 둘째, 해치의 살인 방식이 그(직전 범죄의 가해자, 해치 살인의 피해자)가 벌였던 과거 범죄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해치는 ‘예고 살인’을 통해 사회 영웅으로 추앙받는데, 서 형사는 “좋은 살인, 나쁜 살인이란 없다”는 신념을 갖고 베테랑 형사로서 해치를 뒤쫓는다.

‘베테랑’ 1편의 첫 장면인 자동차 밀매 조직 검거 신은 호흡이 척척 맞는 광수대 형사 5인의 ‘케미’를 보여줬다. ‘베테랑’ 2편에선 광수대가 강수대(강력범죄수사대)로 바뀌었을 뿐 인물관계도가 그대로인데, 2편의 첫 도입부는 불법도박장을 적발하는 신으로 전편 관객이 가슴 속에 품었던 기대감에 부응한다. 두 편의 ‘위장수사’ 신을 보면 지나간 9년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향수감이 짙다.

새롭게 투입된 인물은 신입경찰 박선우(정해인). 그는 서도철의 든든한 조력자이면서, 동시에 전에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신입 박선우가 해치를 뒤쫓는 액션 신, 서도철의 옥상 난투극 신은 영화가 표현하는 액션이 이토록 미학적일 수 있는가란 감정까지 준다.

단지 피가 튀고 뼈가 부서지는 시각적, 청각적 충격 때문만은 아니다. ‘핵주먹 한 방, 뺨싸다구 한 방’을 날리는 ‘범죄도시’ 마석도 형사와 확연히 구분되는 미학적 액션이 펼쳐져서다. 배우들의 동작 하나, 둔탁한 타격 음향까지도 관객의 세포 속에 침투한다.

서도철 형사를 연기한 배우 황정민은 9년 전 ‘베테랑’ 1편에서 입었던 옷을 그대로 2편에서 꺼내입었다. 서 형사는 황정민만이 해낼 수 있는 연기다.

황정민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 명의 배우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시리즈물’을 갖는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다. ‘베테랑’의 서도철이 그 어려운 일을 가능하게 해줬다”며 “시리즈물이 만들어진다는 건 관객에게 믿음을 심어줬다는 의미”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베테랑’ 시리즈를 만든 류승완 감독은 서 형사를 연기한 황정민을 “우리 주변의 삼촌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정의감에 불타올라서, 어떤 극한 상황이든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그런 삼촌 같은 캐릭터 말이다.

류승완 감독은 “자기 일도 아닌데 팔 걷어붙이고 뛰어드는, 우리 주변의 삼촌이 있지 않나. 그런 삼촌 같은 형사가 한 명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고 서 형사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베테랑2’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인 박선우 형사를 연기한 정해인은 ‘대선배’인 황정민의 연기에 주눅들기는커녕 배우로서의 당당한 필모그래피를 또 한 번 쌓았다. 평생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일 것 같은 표정으로 그는 액션 연기의 정점을 찍는다.

정해인은 “사실 정해인이란 사람은 싸움의 ‘싸’ 자도 모르는 인간”이라고 웃으며 말하면서 “영화를 보니 ‘퍽퍽’ 하는 소리 너머로 고통이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느낌마저 들었다. 영화를 보시면서 배우 정해인의 배우의 다양한 얼굴도 함께 확인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가을 극장가는 ‘베테랑2’의 독주가 예상된다. 극장에 개봉하는 신작에 ‘베테랑2’뿐이어서다. ‘베테랑2’가 1000만 관객을 넘기면 올해 ‘서울의 봄’ ‘파묘’ ‘범죄도시4’에 이어 네 번째 천만 영화가 된다.

영화 ‘베테랑2’에서 서도철 형사를 연기한 배우 황정민. 그는 유튜브로 살인을 예고한 ‘해치’라는 별명의 범죄자를 뒤쫓는다. [CJ ENM]
영화 ‘베테랑2’에서 신입경찰 박선우를 연기한 배우 정해인. 그는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 형사와 함께 범죄자 ‘해치’ 검거에 나선다. [CJ ENM]
영화 ‘베테랑2’ 포스터.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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