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로 공구 골목 주·정차 차량에 주민들 보행 '위험천만'

공구골목 불법 주정차 문제로 상인-입주민 간 입장차 팽팽
중구청 타협안 두고도 주민들 "실효성 없어" 비판
상인들, 생업 달린 문제...주정차 불가피해
중구청 "양측 의견 수렴해 타협안 찾을 것"

2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 북성로 공구 골목 일대. 성인 남성 2명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인도 위에 차량이 주·정차해 있었다. 이날 달성공원네거리~힐스테이트대구역아파트까지 공구 골목 일대 1.1㎞를 걷는 동안 33대의 차량이 인도까지 침범해 주·정차돼 있었다. 약 30m마다 1대꼴로 불법 주·정차가 있는 셈이다. 한 행인이 주·정차된 차량을 피해 도로 위로 걷다가 뒤따르는 차량과 부딪힐 뻔 하는 등 아찔한 상황도 목격됐다.

공구 골목 일대에 불법 주·정차 단속을 둘러싼 논란(영남일보 2023년 12월 12일자 9면 보도)이 인근 신축 아파트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입주민이 증가하면서 공구 골목 일대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인데, 중구가 내놓은 대안을 두고도 실효성 없는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중구는 지난달 18일 북성로 공구 골목 등 불법 주·정차로 민원이 다수 발생하는 2개 구간에 대한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단속기준을 변경하는 행정예고를 냈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 대구역 아파트' 입주민들과 공구 골목 상인들이 불법 주·정차 문제로 갈등을 빚자 중구가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변경된 단속기준에 따라 주·정차 허용 시간을 기존 '시간대 불문 1분'에서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대(오전 7시 30분~9시, 낮 12시~3시) 제외 10분'으로 완화했다.

이를 두고 입주민들은 중구가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박정환 힐스테이트 대구역 아파트입주예정자협의회장은 "현재 아파트엔 754세대가 입주해 있고 이중 약 60%가 30~40대로,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주민이 많다"며 "등·하교 시간뿐만 아니라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다닐 때도 불법 주·정차된 차량 때문에 보행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힐스테이트대구역 아파트에서 약 50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종로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에도 인도 위로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입주민들은 해당 구간만이라도 볼라드, 화단 등 안전 시설을 설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인들은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선 안전 시설물을 설치해도 괜찮단 입장이다. 김유한 북성로상점가상인회 사무국장은 "공구 골목 특성상 무거운 장비류 등을 상하차하기 위해 주·정차가 불가피하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찬성이다. 구청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단속기준을 변경하는 행정 예고의 경우 현재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며 "볼라드 등 안전시설물은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설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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