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관제사 남긴 유서엔…"감당 못 할 짐" 절박했던 호소

신진 기자 2025. 7.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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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엔 관제사 처우 개선·인력 확충 호소하는 내용 빼곡


[앵커]

사흘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던 항공 관제사가 관제소에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관제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인력을 늘려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현장에서 발견됐습니다.

신진 기자입니다.

[기자]

"무거운 짐을 감당할 수 없다" 생전 남긴 글귀는 절박했습니다.

25년차 국토부 항공 관제사 이모 씨, 지난 21일 숨졌습니다.

여느 때처럼 인천국제공항 관제소로 출근했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주머니에는 A4용지 한 장짜리 유서가 있었습니다.

관제사들 처우를 개선해 달라, 최소한 인력을 확충해 달라는 호소가 빼곡히 적힌 것으로 알려집니다.

[사망 관제사 유족 : 가족에게 미안하다 한 줄, 맨 마지막 표현은 장기 기증 이야기가 있었고요.]

관제사들은 24시간 공항을 지켜야 합니다.

단 한 번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직업입니다.

[동료 관제사 : 누구 한 명이라도 단 하나라도 실수가 발생해서 어떤 이벤트라도 발생하게 되면…]

긴장과 피로도가 극심하지만 사람이 부족해 휴식 시간 보장이 안 된 지 오래입니다.

국내 항공 관제사는 약 650여 명, 우리와 연간 여객 편수가 비슷한 일본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항공 교통량, 노선과 활주로는 늘어가는데 인력은 그대로입니다.

이런 상황을 끈질기게 알려온 이씨, 지난해 12월 무안공항 참사 뒤 걱정이 더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사망 관제사 유족 : 동료, 후배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너무 안타까워하고, 여행 중에도 그와 관련한 업무 전화를 받으시고…]

오랫동안 노조 활동을 해온 이씨, 동료들은 "일에는 빈틈이 없었고 사람에겐 따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동료 관제사 : 누구보다도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에요. 잘 챙겨주시고, 친오빠처럼 때로는 아빠처럼…]

남은 사람들은 이런 이씨가 말한 '무거운 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사망 관제사 유족 : 그렇게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짓눌릴 만한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거예요.]

[VJ 허재훈 영상편집 오원석 영상디자인 박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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