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매거진=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지난해 여름, 부산 모빌리티쇼를 뜨겁게 달군 차가 있다. 오랜만의 신차라는 의미를 넘어 르노 코리아의 오뚝이 정신을 확실히 알린 차, 그랑 콜레오스다. 비록 시작은 녹록치 않았지만, ‘상품’의 시야에서 봤을 때 이 차에 대한 평가는 우려와 걱정보다는 기대가 컸다.
핵심이 된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그간 르노코리아가 국내 선보였던 하이브리드 모델은 비교적 작은 모델인 아르카나(XM3) E-tech 하이브리드 뿐이었기 때문이다. 전동화 모델로 영역을 넓히면 트위지라던가, 조에와 같은 모델도 있었지만 전동화 모델 시장을 휘어잡기엔 다소 미진했다. 생소했던 초소형 전기차, 경쟁사의 신차 행렬에 밀린 탓이다.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는 분명 시장에 새로운 충격을 줬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하나의 모델에도 기대가 생겼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터보 모델이다.

외관은 하이브리드 모델과 동일하다. 다부진 실루엣, 듬직한 크기, 세련된 포인트는 그랑 콜레오스라는 차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그러면서도 새롭게 도입한 최상위 트림 에스프리 알핀에 적용된 스포티한 디자인은 기존 QM6, SM6와는 다른 신선함도 담았다. 풍부하게 적용된 곡선, 담백하지만 명확한 캐릭터 라인은 듬직함 그 자체다.
브랜드 전방위에 적용되기 시작한 새로운 로장주 엠블럼은 앞모습의 존재감을 극대화 시킨다. 엠블럼을 중심으로 좌우로 뻗어 나가는 시그니처 패턴과, 에스프리 알핀 로고와 동일한 파란색 포인트는 정교하면서도 멋스럽다.

다른 운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뒷모습은 정갈하다. 좌우로 길게 뻗은 LED 헤드램프, 심플하지만 명확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로장주와 레터링은 ‘단순한 것이 가장 예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실내 역시 간결하다. 하지만 실용성은 빠짐없이 챙겼다. 계기판과 중앙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동승자를 위한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모두 12.3인치 대형 스크린이 적용돼 시원시원한 배치를 만들었다. 에스프리 알핀 트림의 포인트와 같이 파란 빛을 내는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자칫 시인성을 해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명확한 정보 전달을 이뤄냈다. 섬세함의 승리다.

동승자 디스플레이는 운전자 입장에선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주행 중 다른 화면을 보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이자 섬세한 배려다. 대각선에서는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반면 동승자에게는 웨일 브라우저, OTT 서비스 등을 통해 무료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선루프를 선택도 할 수 없다는 점은 차급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점이다. 체감상으로는 선루프를 적용해도 머리 공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신 넉넉한 머리 공간을 얻었다. 앉은 키만큼은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하는 기자에게도 주먹 하나 이상의 여유를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착좌감은 부드럽게 그지없다. 매끄러운 마감도 일품이다. 프랑스 브랜드임을 강조하듯 센스있게 표현한 3색 스티치는 눈길을 끄는 포인트. 여기에 3존 독립 풀오토 에어컨 시스템은 쾌적한 승차감을 완성한다.

결국 승차감은 주행에서 드러난다.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터보 모델에 탑재된 엔진은 가솔린 2리터 직분사 터보 엔진. 전륜구동(2WD)모델의 경우 7단 습식 DCT가 적용되지만 4WD 모델은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여기에 보그워너의 6세대 인텔리전트 4WD 시스템이 조합돼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3.2kgf.m를 발휘한다.
인텔리전트 4WD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모델 못지 않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드는 그랑콜레오스만의 비밀이다. 도로 환경과 운전 습관, 주행 모드에 따라 별도의 조작 없이도 2륜 구동과 4륜구동을 부드럽게 전환한다. 따뜻하다가도 불현듯 찾아오는 꽃샘추위의 변덕스런 날씨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도로 위에서도 매끄러운 주행감을 선사한다.
별다른 생각 없이 주행에 나서면 하이브리드 모델을 탄건 아닐까 일순 착각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적용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전기모터가 강하게 개입되는 때에는 아무래도 순수 내연기관 모델 대비 진동과 소음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랑 콜레오스는 가솔린 모델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정숙함을 자랑한다. 시승차를 잘못 받은건 아닐까 여러 차례 제원을 확인했을 정도다.

세련된 외관, 조용하며 부드럽고 매끄러운 주행감각은 그랑 콜레오스에게 확실한 무기다. 그러면서도 복합 공인연비 9.8km/L(4WD, 20인치 휠 기준)를 훌쩍 넘는 12km/l대의 연비는 하이브리드 모델 못지 않은 경제성도 선사한다.
이러한 경제성에는 가격도 한몫 단단히 한다. 가솔렌 터보 모델의 가격은 2WD 테크노 트림 3,495만원부터 4WD 에스프리 알핀 4,345만원까지 구성됐다. 동급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가격이다.
경쟁력 있는 구성과 가격은 시장에서 실적으로 드러내는 중이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약 2만 8천여대. 우려가 있었다면 깨끗이 지워나가고 있는, 기대가 있었다면 충분히 채워주고 있는 성적이다.
르노 코리아의 새로운 발돋움, 오로라 프로젝트는 그랑 콜레오스로 마무리된게 아닌 이제 시작이라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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