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마트 열풍을 일으킨 1위 브랜드, 코스트코

조회수 2024. 6. 24. 14: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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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아티클은 2022년 2월에 집필되었습니다.

저 최근에 뉴스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코스트코의 한국 매출이 5조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2021 회계연도 기준 매출이 5조 3522억 원이라고 하네요. 1998년 한국 진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전년 대비 18.3% 성장한 거고요.

5조 원이면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나라 3위 대형마트 브랜드인 롯데마트의 2021년 매출액이 5조 7160억 원입니다. 그런데 코스트코는 매장이 겨우 16개에 불과합니다. 롯데마트는 전국에 매장이 112곳이나 되는데 말이죠. 코스트코의 매장당 평균 연매출이 3345억 원인 셈입니다. 비슷한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전국에 20곳의 점포가 있고, 2021년 매출이 3조 3150억 원, 점포당 약 1657억 원입니다.

코스트코는 유독 한국에서 장사가 잘 된다고 합니다. 코스트코 창업자인 짐 시네갈이 2011년 인터뷰에서 “한국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외국계 마트들이 다 고전하고 있는 한국에서, 유독 잘 나가는 코스트코 코리아. 회계장부를 펼쳐 볼까요?


Chapter 1. 15% 마진율 : 코스트코의 핵심 경쟁력이 되다

미국 유통계에서 코스트코는 ‘유통의 규칙을 깨서 성공한 케이스’라고 불립니다. 낮은 마진율이 대표적입니다. 코스트코는 제품의 최대 마진을 15%로 제한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물건을 떼와서 팔고 남기는 이윤이 15%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세제를 떼다 팔면 수중에 1500원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물건을 싸게 떼와서, 팔릴만한 가격 중 가장 비싸게 파는 게 상식입니다. 그래서 보통 대형 할인마트 마진율은 20~25%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코스트코는 다른 유통사에 비해 이율이 10% 포인트나 적은 셈입니다. 왜 이렇게 하는 걸까요?

이 말은 코스트코가 1983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에서도 수많은 투자자나 자문사가 낮은 마진율을 지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원칙은 코스트코 창업자인 짐 시네갈 전 회장이 코스트코를 설립하면서 세운 ‘골든 룰’입니다.

시네갈 전 회장은 “최소 마진율이 코스트코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진율을 16%, 18%로 인상한다면 회사는 규율을 잃게 될 겁니다. 코스트코 회원들은 멋진 창문 디스플레이나, 산타클로스나, 피아노 연주자 때문에 코스트코에 쇼핑하러 오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가격이란 훌륭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죠. 나는 50년, 60년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_짐 시네갈, 2005년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코스트코는 납품 업체에도 최저가를 요구합니다. 시네갈 전 회장은 스타벅스 원두 가격을 내리려다가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슐츠 회장은 “짐, 당신이 무슨 ‘가격 경찰’인줄 아느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통업체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원두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스타벅스 원두를 코스트코에서 모두 빼버리겠다”는 시네갈 전 회장의 말에 스타벅스가 굴복했다고 합니다.

한 냉동식품 납품업체는 실수로 코스트코에 월마트용 송장을 보냈다가, 월마트에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는 사실이 들켜 영원히 코스트코와 계약할 수 없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럼에도 납품업체가 왜 코스트코에 납품을 할까요? 코스트코는 한 제품을 한 가지씩만 들여옵니다. 구매 단위가 크기 때문에 납품업체들이 코스트코를 선호하는 것이지요. 또한, 코스트코는 물건을 받으면 최소 10일에서 최대 30일 안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납품업체로서는 코스트코와의 계약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스트코 코리아도 이 15% 마진율 원칙을 지키고 있을까요? 재무제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상품 매출액에서 상품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하면 매출원가율이 나오는데, 2021년 8월 기준 코스트코의 상품 매출액은 4조 원, 상품 매출원가는 3조 4700억 원입니다. 즉, 매출 원가율은 86%이고, 매출총이익률은 14%로 계산됩니다.

짐 시네갈이 정한 ‘마진율 15%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것입니다. 코스트코 코리아가 이 원칙을 기반으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계속 확보하는 것 같습니다.


Chapter 2. 멤버십 : 낮은 마진을 보완하는 비즈니스 모델

코스트코의 진짜 비즈니스 모델은 멤버십에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연회비 3만 8500원의 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멤버십이 없으면 결제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톱스타 저스틴 비버도 멤버십에 가입했다고 하니, 예외는 없습니다.

멤버십 프로그램은 초창기만 해도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아니, 마트에서 내 돈 주고 물건 사는데, 멤버십 자격이 필요하다고?’

2021년 현재 국내 회원만 190만 명입니다. 고객 충성도를 보여주는 멤버십 갱신율은 약 90%에 이른다고 합니다. 일단 회원이 되면 낮은 마진율에 확보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이 멤버십이 코스트코 입장에서는 알짜 수입원입니다. 코스트코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멤버십 수익이 늘어나거든요. 15%라는 낮은 이윤을 보완할 수도 있고요.


재무제표로 확인해 볼까요? 2021년 총 매출 5조 3522억 원은 상품 매출 4조 원, 제품 매출액 1조 2000억 원, 기타 영업수익 1249억 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1249억 원의 기타 영업수익이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추정됩니다.

총 매출이 5조 원이 넘는데 멤버십 수익이 너무 작은 것 아니냐고요? 그럼 매출 말고, 영업이익을 한 번 볼까요?

총 매출 5조 3522억 원 가운데 영업이익은 1755억 원입니다. 만약 멤버십 매출 1249억 원이 없다면, 코스트코의 영업이익은 어떻게 될까요? 대폭 감소하겠지요. 2021년 영업이익률은 약 3.3%인데, 만약 멤버십 수익이 없다면 1%로 내려갑니다.

글로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멤버십 매출은 글로벌 총 매출의 2.0%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58%에 이른다고 합니다. 코스트코 입장에서는 중요한 수익원이죠.

과연 멤버십이 소비자에게도 좋을까요? 저도 코스트코를 처음 이용할 때 멤버십이 어처구니없이 느껴졌습니다. 어떤 매장인지도 모르는데 일단 멤버십부터 가입하고 들어가야 한다니. ‘한번 이용해 보고, 별로면 바로 해지하겠다’는 생각으로 매장에 들어갔죠. 결과적으로는 멤버십을 유지하게 되었지만요.


Chapter 3. 시그니처 제품 : 코스트코에서만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코스트코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에 반해버렸습니다. 코스트코의 SKU(판매 품목 수)는 약 3700개 수준입니다. 사실 대형마트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입니다. 월마트는 지점에 따라 SKU가 3만~14만 개 수준이고, 국내도 마찬가지로 이마트가 7만 개,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5000개입니다.

제품 수의 차이가 코스트코의 전략을 보여줍니다. 제품 품목 수를 제한하는 대신, 가장 품질이 좋고, 값이 싼 제품 하나만 제공하거든요. 고객이 비슷한 제품 여러 개 중 고르다가 결국 안 사는 것보다, 확실한 제품 하나가 잘 팔리는 게 낫다는 믿음입니다. 하나만 엄선하는 만큼 잘 팔릴 제품을 비치할 확률이 높겠지요. 덕분에 재고가 빠르게 소진된다고 합니다.

코스트코는 광고를 따로 하지 않습니다. 짐 시네갈 전 회장은 "광고만 안 해도 한 해에 비용 2%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지요. 고객을 코스트코로 유인하는 건 ‘입소문’, 요즘 말로 하면 바이럴입니다. 특히 코스트코에서만 파는 시그니처 제품의 입소문이 강력하지요. 저는 지인이 “‘딸기 트라이플’이라는 케이크가 있는데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코스트코에 가입했습니다.

ⓒ최정우

멤버십 카드를 만들고 가장 먼저 딸기 트라이플 매대로 갔습니다. 집에 와서 가족들과 깔끔하게 비웠지요.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아, 딸기 트라이플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코스트코를 또 찾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게 겨울 한정판이라 봄이 되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딸기 트라이플이 안 나오니까 코스트코에 갈 이유가 없어졌을까요? 아니에요, 코스트코에는 또 다른 제품이 있지요.

바로 코스트코 PB 상품 중 하나인 ‘키친 타월’입니다. 아니, 널린 게 키친 타월 아닌가요? 동네 마트에 가도 살 수 있잖아요? 하지만 한번 코스트코 키친 타월을 쓰면 다른 키친 타월을 쓸 때마다 품질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타월이 크고, 두꺼워서 가성비가 좋거든요.

치즈 케이크, 그래놀라, 통 연어, 어그 슬리퍼 등 한국에서는 코스트코에만 파는 제품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코스트코는 PB 브랜드 ‘커클랜드 시그니처’ 제품들도 팔지요. 코스트코 회원 중에는 갈 때마다 커클랜드 생수, 휴지, 건전지, 크로아상, 쿠키는 꼭 카트에 담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실제로 ‘커클랜드 시그니처’의 매출 비중은 약 32%입니다. 한번 코스트코 시그니처의 늪에 빠진 사람은, 계속 재구매한다는 거죠.


Chapter 4. 환불: 무엇이든 환불해 드립니다

쉬운 환불 정책도 코스트코의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장치입니다.

“가지고 오시면 언제든 다 환불해 드립니다. 단, 전자제품은 90일 내, 3개월 환불.”

처음에는 환불 문구를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환불 정책은 보통 빼곡하게 적혀 있고 조건도 까다롭잖아요. 특히 한 번 사용한 제품은 절대 환불할 수 없지요. 환불을 요청하면, 블랙 컨슈머로 오해받기 십상이잖아요.

반면 코스트코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전자제품만 3개월 이내 조건이 있을 뿐, 다른 제품은 언제나 모두 환불 가능해요. 저는 코스트코에서 바람막이 텐트를 충동구매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잘 안 썼지요. 차에 두고 다니다가 한두 번 썼는데, 접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처음에는 환불은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용했으니 ‘돈 날렸구나’ 생각했죠. 텐트 바닥에 모래며, 먼지며 다 묻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코스트코에서 샀으면 다 환불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매장에 가봤습니다. 구입한 지 이미 두 달도 넘고, 영수증도 없어진 제품을 100% 환불해 주더군요.

환불받고 나오는데, 지갑에 넣어둔 코스트코 멤버십 카드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마성의 환불 기능을 가진 회원권으로 말입니다. 실제로 코스트코는 매년 100억 원이 넘는 반품 가능성을 추산하고,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2021년 반품 추정부채는 약 104억 원이에요.

물건을 환불받은 이후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니, 코스트코는 왜 이렇게 쉽게 환불해주는 걸까.’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건 자신감이거든요. 우리 제품은 고객을 만족시킬 것이기에 환불하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고, 환불을 해주면 더욱 우리 제품을 믿고 구매할 것이라는 자신감.

15%의 마진으로 코스트코가 획득한 것은 높은 가성비만이 아니었습니다. 코스트코는 유통하는 제품에 대한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코스트코
한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외국계 유통사, 코스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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