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방석에 한번 앉아볼까?…진짜 돈 들어간 조폐공사 굿즈들, 없어서 못 사요

이윤정 기자 2026. 5. 16. 09: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짜 돈을 깔고 앉아보세요.” 꿈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상상을 현실로 만든 굿즈가 있다. 한국조폐공사가 올해 1월 출시한 ‘돈방석(아래 사진)’이다. 돈방석이 특별한 이유는 부드러운 방석 원단 안에 솜과 5만원권 분쇄 부산물 100g이 들어 있어서다. 이 파쇄물을 모두 합하면 약 500만원 상당이다. 물론 5만원권 제조 과정 중 잘게 분쇄된 형태라 돈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는’ 경험을 선사한다.

돈방석뿐만이 아니다. 돈볼펜·돈달력·돈명태 등 ‘돈으로 돈을 불러온다’는 굿즈를 잇달아 흥행시키며 한국조폐공사는 뜻밖의 ‘굿즈 맛집’으로 떠올랐다. 연이은 품절 사태 이후 최근 5차 출시된 ‘돈명태(오른쪽 사진)’는 판매 대기자만 10만명 가까이 몰렸다. 액막이 명태는 예로부터 말린 북어를 명주실로 감아 대문에 걸어두고 재앙을 막으며 복과 풍요를 기원하던 민간 신앙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파쇄된 ‘진짜 돈’을 넣어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히자 품절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굿즈의 시작점은 ‘버려지는 돈’이었다. 화폐 제조 과정에서 규격이 맞지 않거나 잘못 인쇄된 지폐, 폐기 화폐 등을 잘게 분쇄한 부산물을 활용한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화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연간 약 100t, 한국은행에서 회수되는 폐지폐는 약 400t에 달한다. 과거에는 대부분 소각 처리됐다. 조폐공사 화폐굿즈 사업을 담당하는 이효권 차장은 “예전에는 화폐 부산물이 외부로 유출됐다가 위폐 등에 사용될 것을 우려해 공사 안에서 화폐 부산물 재활용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ESG 흐름 속에 성창훈 사장이 화폐 부산물을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사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굿즈 공식 브랜드명은 ‘진짜 돈으로 만든다’는 뜻의 ‘머니메이드(moneymade)’다.

처음엔 잘게 잘린 화폐 조각을 넣은 볼펜, 재활용 화폐 종이로 만든 달력 등을 시험 삼아 제작했다.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소비자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단순 문구류가 아니라 ‘행운’과 ‘부적’의 의미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돈달력 구매 후기에는 “올해 너무 힘들었는데 내년에는 돈달력 기운 받아 잘살아 보고 싶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차장은 “가족이나 동료에게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돈방석은 SNS에서 하나의 놀이 콘텐츠로까지 번졌다. 돈가루와 솜을 섞어 만든 방석 속 지폐 조각을 핀셋으로 하나씩 이어붙이며 ‘진짜 돈 복원 도전’에 나선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실제 온라인에는 72시간 동안 돈방석 속 지폐 조각을 이어붙인 인증 콘텐츠까지 올라왔다.

한국조폐공사는 굿즈 제작 과정에서 중소기업·공예가·스타트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아이디어를 받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머니랩’도 운영 중이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특정 굿즈에는 리셀 플랫폼과 중고 거래 앱에서 웃돈까지 붙을 정도로 인기다.

조폐공사의 변신은 단순 굿즈 사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기념주화와 골드바처럼 ‘돈 자체’를 판매했다면, 이제는 돈이 지닌 상징성과 서사를 소비하는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물 화폐는 사라져가지만, 돈으로 만든 굿즈는 ‘복을 부르는 상징’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는 셈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