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치인들 선거철때면 ‘시장 먹방’으로 교감… 음식은 개인의 기호 넘어 삶의 정체성 드러내는 언어[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시장 먹방이 시작된다. 성지순례하듯 노점에서 어묵을 먹고, 국수를 먹으며 상인들과 사진을 찍는다. 해마다 반복되는 시장 먹방이 지겨울 만도 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리라.
다음 달 선거를 앞두고 대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에도 지역 대표 빵집과 협업해 ‘선거빵’을 선보였다. 선거 참여 광고보다 SNS 인증 사진이 더 빠르게 퍼지는 시대, 정치 역시 일상 언어를 빌려 대중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풍경은 한국 선거에서만 보이는 현상일까?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감자튀김을 튀기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억만장자 출신 정치인이 앞치마를 두르고 창문 너머로 손님에게 감자튀김을 건네는 장면은 다소 어색했지만 “나는 평범한 미국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패스트푸드는 그에게 가장 미국적이고 대중적인 정치 언어였는지도 모른다.
미국을 여행하며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마트조차 정치 성향과 연결된다는 점이었다. 실제 음식 소비와 정치 성향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들도 적지 않다. 유기농 마켓과 비건 카페가 많은 동네일수록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음식 소비가 개인의 기호를 넘어 삶의 방식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언어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채식주의는 흔히 진보적 이미지로 읽힌다. 환경 보호와 동물권, 탄소 저감 같은 가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학교 급식의 채식 메뉴 확대를 두고 정치권과 농축산업계가 충돌했다. 진보 진영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했고, 보수 진영은 프랑스 전통 식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채소를 먹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회와 문화를 지킬 것인가에 가까웠다.
하지만 음식의 정치성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도에서는 채식주의가 오히려 힌두 민족주의와 연결된다. 힌두교에서 신성시되는 소를 보호하는 정책은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치적 상징으로 작동하고, 계란 섭취마저 육식으로 여기는 보수 힌두교도가 많은 지역에서는 계란 판매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되기도 한다. 서구에서 채식이 진보의 언어로 읽힌다면, 인도에서는 전혀 다른 정치적 의미를 갖는 셈이다. 같은 음식도 어느 사회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일본 정치권에서 음식은 중요한 이미지 정치 수단이 된다. 정치인들이 카레집이나 라멘집을 찾는 모습은 서민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단골 장면이다. 특히 선거철에는 지역 술과 향토 음식을 소비하는 모습을 적극 노출하며 지역을 이해하는 정치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음식이 정치적으로 극단적 양극화를 보이는 사회는 아니지만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의 차이가 식탁 위에 드러난다. 동물복지 달걀과 제로웨이스트 카페, 비건 베이커리를 찾는 소비는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화적 신호에 가깝다. 동시에 친환경 학교급식과 로컬푸드 정책, GMO 식품 표시 강화 같은 선택 역시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결국 음식은 단순한 좌우 이념보다 삶의 방식과 정체성의 문제에 더 가깝다. 우리는 투표장에서만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오늘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소비했는지도 작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된다. 적어도 선거철 시장 골목에서는, 어묵 앞에 여야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
미국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비건 식단과 ESG 소비, 친환경 식품 선호 현상을 두고 ‘음식좌파(Food Left)’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음식 취향마저 정치적 성향으로 해석된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에서는 유기농 식품 소비와 탄소 저감 식단 같은 이슈가 환경·기후 정책과 연결되며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제 정치 성향은 장바구니와 식탁에서도 드러나는 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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