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강제해산? 심판은 헌재가 아니라 국민이 ‘표’로 해야
1958년 진보당 등록 취소·2014년 통진당 해산’ 흑역사
정청래-홍준표, “국민의힘 해산” 맞장구로 적대적 공존
헌재소장 “민주주의 원리 대한 법치주의 제한 경계해야”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단체를 조직하는 것을 결사라고 합니다. 결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입니다. 결사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당입니다.
독재자 이승만 대통령은 1958년 1월 진보당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1956년 대통령 선거 경쟁자였던 조봉암 당수를 비롯해 진보당 간부들을 검거하고 진보당 등록을 취소했습니다. 오재경 경무대 공보실장이 밝힌 등록 취소 사유는 이랬습니다.
“진보당 간부들은 북한 괴뢰 집단이 밀파한 간첩과 밀사와 파괴 공작대들과 항상 접선하여 왔다. 그들 진보당 간부들이 반역죄를 범했는지 아니했는지는 법정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동당이 북한 공산당과 접선하여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진보당은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정당으로서 인정받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정부 마음대로 진보당 등록을 취소한 것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만행이었습니다. 조봉암 당수는 사형당했습니다.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4·19 혁명으로 쫓겨난 뒤 2공화국 헌법에는 정당 관련 조항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진보당 사건의 교훈이었습니다.
“정당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단,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가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판결로써 그 정당의 해산을 명한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자기들 마음대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할 수 없도록 강력한 제동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그때 만든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소추(제소)하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는 위헌 정당 해산의 기본 틀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헌법이 엄격하게 마련한 정당 해산 절차가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한 것은 2014년 통합진보당 사례가 유일합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토론회에서 “나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박근혜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11월5일 박근혜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을 청구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19일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했습니다. 재판장 박한철 소장을 비롯해 이정미·이진성·김창종·안창호·강일원·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찬성했습니다. 김이수 재판관은 반대했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수도 서울이 관습헌법이라는 결정과 함께 헌법재판소 역사에 길이 남을 오점입니다. 헌법재판소 누리집에 있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앞에서는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에 대해 “민주사회의 불가결한 요소인 정당의 존립을 제약해야 할 만큼 그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하여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정의해놓고, 뒤에서는 “과거 민족민주혁명당,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일심회 등에서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여 활동한 사람들을 주축으로 한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형성 과정, 대북 자세, 활동 경력, 이념적 동일성 등을 종합해 볼 때, 피청구인 주도 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고 단정합니다. ‘내가 이것저것 살펴보니까 너희들은 빨갱이가 맞는다’는 식입니다. 1958년 경무대 공보실장이 진보당 등록을 취소하며 늘어놓은 궤변과 똑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카를 마르크스가 프랑스 혁명사 3부작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비극이 요즘 국민의힘 해산이라는 희극으로 재연되는 모양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지난 7월15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요청할 경우에도 정부가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정청래 의원은 7월21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두고 보시라.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자연스런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수석당원이었던 윤석열 내란 수괴 혐의자가 1심 판결에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가 나오면, 그리고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의 내란동조 혐의가 내란 특검 수사로 기소가 되고 재판이 시작되면 ‘국민의힘을 해체시키자!’는 국민적 요구가 들끓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에서는 제가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따라 국회 의결을 통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법무부가 국민의힘에 대해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국민의힘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사실상 시간 문제다. 정해진 수순이다. 협치보다 내란세력 척결이 먼저다.”
정청래 의원이 국민의힘 해산을 주장하는 이유는 당심 때문일 것입니다. 민주당 당원 및 열성 지지자 가운데 많은 사람이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 직후부터 “이재명이 집권하면 내란 동조와 후보 강제 교체 사건으로 정당 해산 청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주장을 할까요?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고 탈당한 뒤 억하심정으로 국민의힘에 분풀이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 재기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두 사람은 “정청래가 민주당 대표가 되면 내란 동조당을 그대로 두겠는가?”(홍준표), “홍준표 씨와 뜻을 같이할 줄이야”(정청래) 등 맞장구를 치며 국민의힘 해산론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적대적 공존인 셈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두가지가 궁금합니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청구할까요? 둘째, 헌법재판소가 해산 결정을 할까요?
둘 다 아닌 것 같습니다. 첫째, 민주당 의원 중에 국민의힘 해산을 주장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정청래 의원과 가까운 의원조차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우리가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이 해산 청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둘째, 정부가 설사 해산 청구를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7월21일 국회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최혁진 의원(비례대표 무소속)이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처럼 국민의힘 심판 청구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대야 한다”며 물었습니다. 김상환 후보자는 “일반적으로는 종전 통진당 사건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 이재정 의원이 추가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이재정 의원은 변호사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피청구인 대리인이었습니다. 거칠지만 가급적 발언 그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독일은 최근 극우 정당인 독일민족민주당에 대해 4년 넘게 충분한 심리를 통해서 결국은 헌법재판소 판단을 자제했습니다. 국민이 선출한 정당, 이후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심판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선출한 정당의 정치인들이 있는 그런 정당의 해산과 관련해서는 그 정치적 생명의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께 맡기는 게, 그리고 또 지난 탄핵 과정을 이끌어 온 것은 절대 식자층이나 국회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그 역할은 국민에 의해서 저는 이끌어져, 리드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는 그런 위대한 국민께 맡기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서 기존의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를 따르겠다는 아주 기본적인 대답,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합니다마는 자제해야 될 영역이다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견해가 어떠십니까?”
김상환 후보자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지금 갖고 있는 저의 생각은 위원장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저는 종전 통진당 해산 결정이 결론은 어떻든, 구체적 적용은 어떻든 간에 제시한 법리 자체는 위원장님의 말씀 취지라고는 생각이 듭니다. 추상적으로 제시된 법리 자체는. 결국은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법치주의적 제한이라는 것은 가능하면 경계해야 되고 겸억되어야 된다는 위원장님 말씀으로 저는 이해되는 데, 법관으로 재판을 하면서도 항상 그런 생각을 저는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크게 공감한다라는 입장입니다.”
저는 이재정 의원과 김상환 후보자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환 후보자는 7월24일 헌법재판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친위 쿠데타였습니다. 내란이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와 중요 임무 종사자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관용을 베풀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해야 내란을 종식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을 해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정당에 대한 심판은 선거에서 표로 하는 것이 옳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윤석열 부부 공천개입 의혹’ 최호 전 경기도의원 숨진 채 발견
- 김여정 “한국과 마주앉을 일 없다”…이재명 정부에 첫 공식 반응
- 미국·EU 15% 관세 합의…트럼프 “EU 6천억달러 투자하기로”
- [속보] 김건희 특검, 이준석 집 압수수색…‘공천개입’ 의혹 수사 관련
- 이 대통령 지지율 61.5%…부정평가 33% [리얼미터]
- 최동석 인사처장 ‘막말’ 외면하는 민주…“논쟁 계속하면 도움 안 돼”
- 삼성전자 “23조원 규모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
- 한반도 상공 촘촘한 ‘이중 솜이불’…폭염의 끝, 기약이 없다
- 벌써 10억…‘윤석열 내란 위자료’ 1만명 소송으로 번지나
- 이진숙 ‘폭우 때 휴가 신청’ 뒤끝…“대의에 목숨 걸었던 자만 돌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