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운 가족일수록 서운한 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못할 때가 있다. 별생각 없이 건넨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상처로 남고, 어느 순간 서로의 집을 찾아가는 일조차 어색해지기도 한다.
올해 63세인 김 씨는 친정언니가 5년째 자신의 집에 오지 않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예전에는 반찬을 나눠 먹고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만큼 가까운 자매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언니는 집에 오라는 말을 할 때마다 핑계를 댔다. 그러던 중 형부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가까이 살면서도 집에 오지 않는 언니

김 씨와 언니는 차로 20분 거리에 살았다. 예전에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식사도 하고 시장에도 함께 다녔다.
하지만 5년 전부터 언니의 발걸음이 끊겼다.
"언니, 이번 주말에 우리 집 와서 밥 먹어."
"됐어. 집에서 쉬려고."
처음에는 나이가 들면서 외출이 귀찮아진 줄 알았다.
그런데 언니는 동네 친구들과는 잘 만나면서도 유독 동생 집에 오는 일만 피했다.
김 씨는 자신에게 서운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이 쓰였다.
밖에서는 웃는데 집에만 오자고 하면 피했다

얼마 전 김 씨는 언니와 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장을 보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까지 먹었다.
언니는 평소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 여기서 우리 집 가까운데 차라도 마시고 가."
그러자 표정이 달라졌다.
"아니야. 나 집에 할 일이 있어."
언니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씨는 이상했다.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집에 오는 것만 거절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형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며칠 뒤 김 씨는 형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부, 언니가 우리 집에 안 온 지 벌써 5년이에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형부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제, 5년 전에 집들이했던 날 기억나?"
김 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당시 오래된 아파트를 팔고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가족들을 초대했던 날이었다.
형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그날 처제가 언니한테 했던 말, 기억 안 나?"
김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언니는 이런 집에 살아본 적 없잖아"

형부가 들려준 이야기는 예상 밖이었다.
5년 전 집들이 날, 김 씨는 새집을 구경하던 언니에게 무심코 이렇게 말했다.
"언니는 이런 넓은 집에 살아본 적 없잖아. 여기 와서 실컷 구경해."
김 씨는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지만 언니에게는 달랐다.
평생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언니는 동생의 새집이 부러우면서도 그 말에 자존심이 상했다.
형부는 조용히 말했다.
"당신 언니가 그러더라. 동생 집에 가면 자꾸 내 처지가 초라해지는 것 같다고."
김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그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그때 내가 정말 생각 없이 말했어. 미안해."
언니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나도 알아. 네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거."
두 사람은 오랫동안 통화했다.
며칠 뒤 김 씨는 언니를 집으로 부르는 대신 직접 찾아갔다. 좋아하는 과일을 들고 현관 앞에 서자 언니가 문을 열었다.
"언니, 오늘은 내가 와서 밥 얻어먹을게."
언니는 피식 웃으며 슬리퍼를 내밀었다.
5년 동안 멀어진 자매 사이가 하루 만에 예전처럼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 씨는 그날 처음으로 언니의 집에서 먼저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했다.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모든 말이 가볍게 들리는 것은 아니다. 김 씨에게는 지나간 농담이었지만 언니에게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상처였다.
돌아가는 길, 언니가 현관까지 따라 나와 말했다.
"다음에는 네가 좋아하는 반찬 해놓을게."
김 씨는 그 말을 듣고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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