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증] 동물이 물건? 폐업 동물원에 남겨진 동물들

남효정 2024. 3. 2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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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입니다.

문 닫은 동물원에 남겨진 채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상황,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곳뿐만 아니라 여러 문 닫은 동물원에 동물들이 지금도 그대로 남겨져 있지만 구조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건지, 현장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 리포트 ▶

야트막한 산 아래.

1만 제곱미터 부지에 자리 잡은 경남 김해의 한 동물원.

지붕이 모두 뜯겨나가 앙상하게 드러난 골조 사이로 말라버린 잡초와 넝쿨이 무성합니다.

지난해 8월 문을 닫으면서 관람객의 발길이 끊긴 뒤 폐허처럼 변해버린 겁니다.

삭막한 동물원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있는 타조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리생활을 하는 타조가 홀로 우리를 지키고 있는 겁니다.

[정진아/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혼자 전시를 하게 된다고 하면 거기서 오는 정신적인 그런 스트레스라든지 이런 것들이 이제 심각할 거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몸 여기저기 털이 빠져 있습니다.

"<왜 저기만 빠졌지?> 날개 쪽 빼고 빠진 것 같은데요."

근처 우리에 있는 알파카는 본래 하얗던 털이 누렇게 엉겨 붙어 버렸습니다.

[정진아/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관리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까 털이 좀 저렇게 막 갑옷처럼 딱딱하게 뭉친‥"

라쿤들은 유리장에 바짝 붙어 서서 무언가를 호소하듯 애타게 앞다리를 뻗습니다.

"자꾸 손을 이러네."

실내 전시관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사자가 배설물 사이를 계속해서 좌우로 오가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정형행동을 보입니다.

맞은편 우리 안에서는 백호가 어두운 데 숨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정진아/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백호 같은 경우에 심장 쪽이 안 좋다고 들었고, 치료가 계속 필요하다고 말씀을 들었어요."

현재 이곳에 남아있는 동물은 13마리.

관리자 한 명이 동물원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데 혼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동물원 관리자 (음성변조)] "<동물들 사료는 좀 충분하게 오나요?> 충분하게 오는 거 없어요. 빠듯하게 오지 뭐. 지금 수입이 없는데 어떻게 뭐."

운영자는 폐업 이후에도 동물원 유지비를 감당하느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동물들을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동물원 운영자 (음성변조)] "집에 돈을 갖다 줘야 되는데 돈을 못 갖다 주니까 이혼까지 당했어요. 진짜 이렇게 고군분투해서 살고 있는데 여기에다가 돌이나 막 던지고 있고.."

하지만 김해시가 추진한 남은 동물들의 청주 공영 동물원 임시 위탁 방안은 소유권 이전에 대한 운영자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현행법상 고의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고통을 준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동물학대로 인정되기 어려운 상황.

설사 구조를 한다 해도, 동물은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주인이 요구하면 돌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김희주/김해시청 환경정책과 팀장] "소유권이 청주동물원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그 동물한테 어떤 예산이 투입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전국에 등록된 동물원 114곳 가운데 민간 동물원은 90개.

동물을 물건처럼 대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람을 위해 가둬버린 동물들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검증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최대환 / 영상편집: 허유빈 / 자료조사: 최은지 안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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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최대환 / 영상편집: 허유빈

남효정 기자(hjhj@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84018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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