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한 한의학] 추워진 날씨, 한 쪽 얼굴이 얼얼하다면?
최수지 /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면 느는 질환이 있다. 바로 안면마비이다.
한의학에서는 안면마비를 ‘와사풍’, ‘구안와사’라고 하며 주로 "풍사(風邪)" 즉, '바람의 사기(나쁜 기운)'가 외부에서 침입하여 얼굴의 경락을 막아 발생한 것으로 본다.
여기서 사기는 사람의 몸에 병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즉, 바이러스 감염과 함께 그 배경이 되는 찬 기운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와 면역력 저하를 고려한 명칭이다.
안면마비는 환자에게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언제 얼굴이 돌아오게 될지 두려움에 떨게 하고, 사람들과 마주치는 얼굴에 발생하다 보니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갑자기 한쪽 얼굴이 마비되는 안면마비는 대부분의 얼굴 신경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벨마비(Bell’s palsy)로, 얼굴의 한쪽이 갑자기 마비되어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하거나 입가가 처지는 증상을 보인다.
귀가 먹먹해지거나 아프거나, 맛을 못 느끼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의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필자는 한방여성의학과 전문의로서 임산부 안면마비 환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면역 시스템의 변화 등으로 인해 벨 마비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기에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임산부는 더욱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병에도 좋지 않다.
간혹 아이 걱정에, 수유 걱정에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면마비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후유증 없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임신 중 발생한 안면마비를 치료할 때는 태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비약물 치료에 중점을 둔 한의학적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침치료이다.
침치료는 얼굴과 몸의 특정 경혈에 적용하여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여 마비된 신경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많은 연구에서 침치료가 안면 신경의 회복을 촉진하고 마비 증상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특히 임신 중 침치료는 임산부와 태아에게 부작용이 거의 없기에 안면마비 증상을 개선하는 데 사용이 권고된다.
또 뜸, 약침, 매선침, 스티커 침, 첩대(테이핑) 요법, 추나치료, 한약치료 등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치료방법을 활용해서 빠르게 후유증 없이 신경 기능이 회복되도록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한의학적 치료는 한의사에 의해 임신에 안전한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와사풍은 우리 몸이 허약해졌을 때를 틈타서 들어온다.
날씨가 추워졌을 때, 일교차가 클 때, 임신 중이나 출산 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과로했을 때, 이럴 때 우리 몸은 바이러스에 취약해진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예방이다. 날씨가 쌀쌀할 때 직접적으로 바람을 쐬면서 오랜 시간 돌아다거나 과로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특히 임신부와 갓 출산한 산모는 더욱 조심해야 하며,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안면마비를 예방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