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아이오닉 5 N vs EV6 GT, 당신의 선택은?
현대자동차가 최고출력 650마력을 뿜어내는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공개했다. 빠른 가속 성능뿐 아니라 WRC 랠리카에서 가져온 기능통합형 액슬, 앞뒤 구동력의 분배 비율을 운전자가 직접 정할 수 있는 N 토크 디스트리뷰션, 내연기관차의 변속 느낌을 구현한 N e-쉬프트, 차 외부에서도 고성능 내연기관차의 배기음을 구현한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 등 각종 신기술이 눈에 띈다.
이 차의 등장으로 기아 EV6 GT의 존재감은 슬그머니 묻혔다. 그러나 두 차는 단순한 ‘스펙’ 차이를 넘어, 각기 다른 지향점을 앞세운다. 오늘 포스팅에선 같은 E-GMP 플랫폼 기반의 고성능 전기차 EV6 GT와 현대 아이오닉 5 N을 항목별로 비교해보며 두 차의 진정한 차이를 확인했다. 마치 2017년 기아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의 대결을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Round① : 차체 크기 및 외관 디자인 비교
먼저 ‘피지컬’ 비교부터. 아이오닉 5 N이 모든 면에서 EV6 GT보다 조금씩 더 크다. 차체 길이는 4,715㎜로 20㎜ 더 길며 일반 아이오닉 5와 비교해도 80㎜ 더 넉넉하다. 앞뒤 범퍼에 스플리터와 N 전용 리어 스포일러 등을 추가하면서 늘어난 결과다. 너비 차이도 큰데, 아이오닉 5 N이 50㎜ 더 넓다. 펜더를 부풀리면서 광폭 타이어를 신기고, 늘어난 윤거를 통해 코너링 성능을 높였단 사실을 알 수 있다. 휠베이스 역시 아이오닉 5 N이 10㎜ 더 길다.
의외의 차이는 타이어 사이즈. 앞뒤 바퀴 모두 255/40 ZR 21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를 신었던 EV6 GT와 달리, 아이오닉 5 N은 이보다 20㎜씩 넓은 275/35/ ZR 21 사이즈를 쓴다. 타이어는 미쉐린이 아닌 피렐리 피제로와 조합했다.
디자인 분위기도 제법 다르다. EV6 GT는 ‘그랜드 투어러(GT)’ 성격에 걸맞게, 자극적 요소를 대놓고 드러내기보다 고성능 분위기를 은은하게 연출했다. 자동차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일반 EV6와 GT를 단박에 구별하는 사람은 몇 없을 듯하다. 거대한 21인치 휠과 휠 안쪽을 꽉 채우는 디스크로터, 형광색 4피스톤 캘리퍼, 약간 다른 범퍼 디자인이 전부다. 흉흉한 성능을 교묘히 숨긴 장난기가 엿보인다.
반면, 아이오닉 5 N은 여느 N 라인업처럼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차체 하부를 휘감은 빨간색 라인, 과격한 범퍼 디자인과 커다란 디퓨저, 봉긋 솟은 네 바퀴 펜더가 대표적이다. WRC 랠리카를 연상시키는 삼각형 보조제동등과 체커 플래그 그래픽을 적용한 리플렉터도 포인트. 즉, 두 차의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V6 GT가 고성능 그란투리스모라면, 아이오닉 5 N은 본격적인 고성능 수퍼 해치백이라고 할 수 있다.
외장 컬러도 다르다. EV6 GT는 ①스노우 화이트 펄 ②오로라 블랙 펄 ③런웨이 레드 ④문스케이프 매트 그레이 ⑤요트 블루 등 다섯 가지.
아이오닉 5 N은 ①퍼포먼스 블루 ②소울트로닉 오렌지 펄 ③어비스 블랙 펄 ④사이버 그레이 메탈릭 ⑤에코트로닉 그레이 펄 ⑥아틀라스 화이트 등 여섯 가지의 유광 색상과 ⑦퍼포먼스 블루 매트 ⑧에코트로닉 그레이 매트 ⑨아틀라스 화이트 매트 ⑩그래비티 골드 매트 등 4가지의 무광 색상까지, 총 열 가지 다채로운 컬러로 구성했다.
Round② : 실내 디자인 비교
실내에서도 두 차의 다른 지향점이 묻어난다. EV6 GT는 형광색 포인트와 ‘GT 드라이브 모드’ 더한 D컷 스티어링 휠,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시트를 제외하면 일반 EV6 GT처럼 차분하고 어른스럽다. 도어트림에도 스웨이드를 감싸 차별화했다. 다만, 스팅어처럼 시트 포지션이 낮진 않다. 세단과 SUV의 경계를 교묘히 가로지른다. 배터리 탑재로 인해 바닥 높이가 올라간 영향이지만, 덕분에 타고내리기 쉽고 주변 시야도 쾌적하다.
아이오닉 5 N은 일반 아이오닉 5와 비교해 차별화 요소가 조금 더 있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도어스커프, 메탈 페달 등에 N 브랜드 디자인 사양을 적용했다. 특히 공조장치 아래 센터 콘솔을 추가했는데, 코너링 시 운전자의 오른 다리를 지지하기 위해 마련했다. 또한, N 라이트 버킷 시트는 EV6 GT엔 없는 통풍 기능도 갖췄다. 이제 버킷 시트 때문에 여름철 꼭 필요한 통풍 기능을 타협할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일반 아이오닉 5보다 시트 포지션을 20㎜ 더 낮췄다.
Round③ : 파워트레인 비교
아이오닉 5 N은 EV6 GT와 비슷하면서도 앞서는 부분이 여럿 있다. 우선 전기 모터의 합산출력은 부스트 모드 기준 650마력으로, EV6 GT보다 75마력 더 강력하다. 전륜모터와 후륜모터의 출력 모두 높다. 최대토크는 3㎏‧m 높은 78.5㎏‧m.
단순한 출력 차이 외에도, 아이오닉 5 N은 운전자가 직접 앞뒤 차축의 구동력의 분배 비율을 정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갔다. 전륜과 후륜, 사륜구동 등 구동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주행 특성을 느낄 수 있다. 가령, 눈길 등 미끄러운 일반도로에선 앞 차축의 비중을 높이고, 트랙에선 뒷바퀴에 더 많은 동력을 보낼 수도 있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용량도 증대했다. 77.4→84㎾h로 키우면서 350㎾ 초고속 충전능력은 그대로 살렸다. 두 차 모두 배터리 잔량 10→80%까지 채우는 데 18분이면 충분하다.
제동 시스템도 차이가 있다. 지난해 EV6 GT를 실제 시승하고 느낀 브레이크 성능은 대단했다. 고감속 영역까지 회생제동으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일반주행 시 최대 0.4g까지 나오는 역방향 중력가속도가 GT 모드에선 0.6g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서킷에서 회생제동을 이용해 코너 진입을 예리하게 할 수 있다. 앞쪽엔 380㎜ 디스크 로터와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를 조합했다.
아이오닉 5 N은 더 강력한 출력에 걸맞게, 전륜 디스크 로터 사이즈를 400㎜로 키웠다. 또한, 언더커버 디퓨저와 냉각홀 등을 통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함으로써 공력 손실을 줄이고, 제동 시 냉각 성능을 향상시켰다. 회생제동량을 최대 수준으로 높인 ‘N 브레이크 리젠’은 트랙 주행 시 제동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후륜의 회생제동 제어를 최적화하고, ABS 작동 중에서 회생제동이 실행하도록 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성능은 EV6 GT가 3.5초, 아이오닉 5 N이 3.4초로 0.1초 더 빠르다. 두 차 모두 3초 대의 실력을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세계 최초의 런치 슬립 컨트롤(LSC) 도움이 컸다. 기존 트랙션 컨트롤(TCS)과는 개념이 다른데, 급가속 할 때 TCS보다 PE 시스템을 먼저 제어한다. 이를 통해 출력 손실을 최소화하며 최적의 발진 성능을 구현했다.
아이오닉 5 N엔 트랙 특화 사양이 좀 더 들어갔다. ‘N 레이스’ 기능이 대표적이다. 스프린트 모두와 엔듀런스 모드로 구성했는데, 스프린트 모드는 출력 제한 없이 N 그린 부스트 사용이 가능하다. 최대 성능으로 트랙을 주파할 수 있다. 엔듀런스 모드는 배터리 온도가 과하게 오르지 않도록 제어한다. 과도한 출력 저하 없이 보다 긴 시간 동안 최적의 출력으로 트랙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노래 실력도 전혀 다르다. 아이오닉 5 N은 총 10개의 스피커(내부 8개, 외부 2개)가 들어갔다. 이를 통해 N 액티브 사운드를 구현했는데, 차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실감 나는 가상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이그니션 모드는 내연기관 N 모델의 2.0 터보 엔진 사운드를 계승해, 가상의 RPM 및 토크와 일치하는 엔진 사운드를 제공한다. 외부에서도 ‘둥둥거리는’ 고성능 내연기관차 같은 배기사운드를 연출했다. EV6 GT도 독특한 가상 사운드를 실내에서 구현했지만, 외부에선 조용하다.
또한, 아이오닉 5 N은 내연기관차의 변속 느낌까지 구현했다.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이지만, 가상의 8단 기어와 엔진 RPM을 만들어 가감속 시 보다 직관적인 주행감각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의 ‘즐거움’을 빠른 가속 성능만이 아닌, 감각적인 부분에서도 추구했다.
총평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 기반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과 EV6 GT. 단순히 ‘스펙’으로 우열을 가리기보단 두 차의 지향점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비교였다. EV6 GT는 고성능을 추구하되, 그란투리스모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절제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 일반 EV6와 큰 차이 없는 외모에 부드러운 승차감과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감각으로 ‘GT’ 배지에 걸맞게 등장했다. 소수 마니아보단 상대적으로 넓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반면, 아이오닉 5 N은 기존 N 라인업처럼 자극적이다. 과감하게 개성을 드러낸 디자인과 트랙 주행 특화 사양들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운전재미’를 위해 감각적인 부분에서도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EV6 GT가 매일 타도 부담스럽지 않은 에브리데이 스포츠카라면, 아이오닉 5 N은 그동안 WRC와 WTCR, ETCR 등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기술을 E-GMP 플랫폼에서 구현한 로드카에 가깝다. 과연 소비자 선택은 어떤 모델에 쏠릴지 궁금하다.
글 강준기 기자( joonkik89@gmail.com)
사진 현대자동차, 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