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CCTV도 해킹...폭탄 삐삐 부상자들 이름·병원까지 파악”
이스라엘 ‘폭탄 삐삐’ 작전 시점엔
헤즈볼라 눈치 채기 전 진행 한 듯
1개라도 미리 터지면 전체 ‘물거품’
근 3000개의 무선호출기(삐삐)를 동시에 폭발시킨 이스라엘 모사드의 작전은 레바논의 무장정파(政派)인 헤즈볼라뿐 아니라 레바논 국민 전체에 통신 기기에 대한 공포를 초래했다.
18일 수도 베이루트 남쪽의 한 거리에서 진행되던 삐삐 폭발 사망자 2명에 대한 장례식에서 또다시 삐삐가 터졌고, 수천 명이 인근 건물들로 피하면서 아비규환을 이뤘다. 그러나 바로 옆 사람이나 그 옆 사람의 전화기가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아예 장례식장 마이크는 “전화기 끄세요” “배터리 빼세요”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레바논인들에게 2차 삐삐 폭발은 ‘이제 가장 편리한 현대의 통신기기가 죽음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됐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18일 이번 삐삐 폭발 작전은 레바논 국민 사이에 엄청난 공포와 의심, 음모론을 초래하는 ‘심리전’이며, 헤즈볼라는 “폭발 이후 2차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베이루트의 데이터 분석가인 랄프 베이둔은 이 방송에 “이스라엘은 폭발 공격을 받은 모든 헤즈볼라 조직원의 이름과 후송된 병원 위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공중의 드론 촬영뿐 아니라, 도로와 병원 내 감시 카메라를 해킹해서 주요 병원 안팎을 드나드는 앰뷸런스 차량을 지켜보고 입원 환자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안보분석가인 함지 아타는 이 방송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게 ‘이 보다 더 한 위해(危害)를 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군의 폭발물 해체 전문가였던 크리스 헌터는 “전세계의 모든 이스라엘 적들에게 ‘다음 번에는 당신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인들 사이에선 “베이루트 소재 아메리칸대 병원(AUBMC)은 사전에 삐삐 폭발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음모론도 돈다. AUBMC 측이 병원 내 호출기를 8월29일에 새로운 것으로 교체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병원 측은 소셜미디어 X에 “우리는 이미 올해 4월에 기존의 낡은 호출시스템 장비를 새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새 시스템으로 전환한 날짜가 8월 29일”이라며 “우리 병원은 지난 3시간 동안에만 160명이 넘은 환자를 받았다. 병원에 대한 음모론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성명을 냈다.
◇왜 지금…작전 성격상 오래 기다릴 수 없어
사전에 삐삐 폭발 공격을 통보 받은 바이든 행정부의 관리 조차도 “동시에 수백 개의 삐삐가 터질지는 몰랐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그러나 서방의 안보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이 왜 이 시점에서 ‘불꽃놀이’를 터뜨렸을까에 대해선 궁금해 한다. 이런 작전은 독립적으론 큰 전략적 의미가 없고,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전 직전에 서막(序幕)으로 전개돼야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면전을 막으려고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나 요아브 갈란드 국방장관이 계속 헤즈볼라에 대해 ‘호전적인’ 수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로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이스라엘 북쪽으로 부대를 대규모 이동하는 조짐은 없다.
갈란드 국방장관은 18일 “전쟁의 새 국면을 시작하고 있다. 중력의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북쪽으로 이동한 것은 아직까지는 제 98사단 하나뿐이다. 따라서 이번 삐삐 폭발 공격은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격을 앞두고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서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부에선 이런 작전은 ‘버튼’을 누르기까지 오래 기다릴 수가 없다고 말한다. 잇단 암살로 헤즈볼라 쪽에서 최근 경계심이 극도로 높아진 상항에서, 만약 어느 한 삐삐라도 오작동해 터지면 전체 작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전(前) 모사드 고위 요원이었던 오데드 에일람은 워싱턴포스트에 “이런 작전은 유효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이스라엘의 잇단 암살 성공으로 인해 헤즈볼라가 로-테크(lower tech) 장치로 가기로 한 기회의 창을 활용하려면, 폭발물 설치에서 작동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의 한 정보기관 관리는 이 신문에 “헤즈볼라 측이 이 삐삐의 문제점을 발견했을 수 있고, 그러자 이스라엘로서는 ‘버튼을 누르느냐, 마느냐’는 순간을 맞은 것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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