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주가' 모두 꺾인 한샘, 사옥도 팔았다
대주단 재무약정 테스트 앞두고 현금 확보
3200억 숨통 트였다
한샘이 상암사옥을 3200억원에 매각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대규모 현금 유입으로 대주단의 재무약정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179에 위치한 상암사옥을 그래비티자산운용(그래비티일반사모부동산투자회사제8호)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매각금액은 3200억원이다. 지난해 말 한샘의 연결 자산총액의 30.4%에 해당한다. 한샘은 오는 24일 거래대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매각 후에도 한샘은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현 사옥을 임차해 사용한다. 이와 함께 그래비티일반사모부동산투자회사제8호에 200억원을 출자한다. 이에 대해 한샘 측은 "향후 건물가치 상승에 대한 이익을 향유하고 안정적인 임차 공간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샘은 지난 2022년 말부터 상암사옥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한샘은 이 건물을 지난 2017년 1485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샘이 사옥 매각으로 약 4000억원대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매각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에 확보한 현금은 추후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샘은 2022년부터 보유 부동산 매각자금으로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나 건자재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 한샘 측은 "이번 매각 결정은 미래 재원을 확보해, 기업 가치 제고 등 회사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곤두박질
한샘이 사옥 매각에 나섰던 것은 대주단의 재무약정 테스트와 관련돼 있다. 한샘의 최대주주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 2021년 전략적 투자자(SI) 롯데쇼핑과 손잡고 한샘의 지분 21.1%를 약 1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IMM PE는 신한은행 등 대주단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인수자금 8210억원을 마련했다. 이때 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5%로 설정했다. 담보대출비율은 자산의 담보가치 대비 대출금액 비율을 뜻한다. 인수금융을 일으킬 때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LTV는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IMM PE가 한샘을 인수한 직후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IMM PE가 한샘을 인수할 시기 한샘의 주가는 10만원선에 육박했다. IMM PE 역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22만1000원에 한샘을 사들였다. 당시 한샘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면서 사상 최대인 2조2312억원의 매출액을 내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부동산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한샘의 실적도 확 꺾였다. 2022년 한샘의 매출액은 2조9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2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2년 한샘이 상장한 이래 첫 연간 적자였다. 이 탓에 한샘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IMM PE 인수 1년 여가 흐른 2022년 11월 한샘의 주가는 장중 3만7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LTV가 치솟자 대주단은 기한이익상실(EOD)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IMM PE에 추가 지분매입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IMM PE는 2022년 12월 대주단으로부터 재무약정 테스트에 대한 면제권(웨이버)을 받고 한샘에 추가 투자를 하기로 약속했다. 상암사옥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다. 이후 IMM PE와 롯데쇼핑은 이듬해 3월 한샘의 주식 1000억원 어치를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 공개매수에 IMM PE가 약 571억원, 롯데쇼핑이 429억원의 자금을 댔다. 이 때 대주단이 부여한 웨이버가 올해 6월까지였다.
올해 재무약정 테스트가 다가오자 한샘은 사옥 매각을 서둘렀다. 2022년 말 웨이버를 받을 당시 재무약정 테스트의 기준 중 하나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사옥 등 부동산 매각 관련 대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재무약정 테스트에 실패하면 채무를 상환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한샘이 사옥 매각에 성공하면서 재무약정 테스트 고비를 한 차례 더 넘길 수 있게 됐다.
근본적으로는 '실적'
업계에서는 한샘이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으로는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추후 IMM PE의 엑시트(투자 회수)를 위해서도 실적 개선이 필수다. 한샘은 지난해 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다. 다만 매출액은 1조9669억원까지 줄어들며 매출 2조원선이 무너졌다.
올 상반기에도 한샘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0% 줄었다. 특히 2분기에는 티메프 관련 손실 46억원을 반영하면서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매출액이 줄어들면서 한샘은 올 상반기 가구업계 1위 자리를 현대리바트에 넘겨주기도 했다.
한샘은 올해 실적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우선 한샘은 롯데쇼핑의 자회사 롯데하이마트와의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 7월 수원시에 위치한 도심형 체험 플래그샵 '한샘디자인파크 수원광교점' 4층 전층에 롯데하이마트를 입점시켰다. 한 건물 안에서 가전과 가구의 통합 상담을 제공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한 매장이다. 그간 롯데하이마트 매장에 한샘 상담원이 상주하거나 소규모 공간 구성을 통해 한샘 가구 상담 코너를 설치한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콜라보 형태의 매장을 낸 것은 이 매장이 처음이다.
이외에 한샘 리하우스 사업부문은 부엌과 바스, 수납 등의 경쟁력이 높은 핵심 상품 중심으로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다. 또 인테리어 박람회와 신축 단지의 오픈하우스 등으로 적극적인 영업망 확장에서도 나서고 있다. 홈퍼니싱 사업부는 아이 방 가구와 시그니처 수납, 호텔 침대 등 경쟁력을 갖춘 핵심 상품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샘 측은 "'대한민국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으로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며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비즈니스 효율화, 브랜드 고도화, ESG 경영 강화, 기업문화 재정립 등의 전략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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