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늦었다!’ 하고 계단 뛰어 올라가다가 턱에 걸려 넘어진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거다. 나도 허겁지겁 뛰다가 계단에 이렇게 튀어나온 부분 때문에 무릎을 다친 적이 있는데 이거 위험한 거 아냐? 마침 유튜브 댓글로 “계단 오르다 보면 삐죽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넘어지면 다치는데 이거 왜 있는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계단을 오르내릴 때 보행 안전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라고 한다.

우리가 늘 접하지만 의외로 잘 모르는 게 계단의 구조다. 계단은 우리가 발을 딛는 ‘디딤판’과 수직면인 ‘챌판’의 조합이다. 계단 디딤판과 아래 챌판이 만나는 부분에 조금 튀어나와 있는 이 부분을 ‘계단코’라고 부른다.
바로 이 계단코가 우리가 급하게 올라갈 때 정강이를 아작내는 주범, 그런데 이 계단코를 설치해도 된다고 심지어 법에 규정까지 돼 있다는 건 대부분 모르는 사실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있는 세부기준을 보면, 장애인이나 노인, 임산부가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에 들어가는 계단 디딤판의 너비는 28cm 이상, 챌판의 높이는 18cm 이하로 하도록 규정됐다. 디딤판은 충분히 넓게 짓도록 최소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챌판은 가급적 높지 않도록 최대 기준을 법에 명시한 거다. 그리고 디딤판의 끝부분에 발끝이나 목발 끝이 걸리지 않도록 챌면의 기울기를 60도 이상으로 하고, 계단코를 3cm 이상 돌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계단코를 없애면 좋겠는데, 왜 3cm 이상 튀어나오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을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노창균 박사에게 물어봤는데, 계단코가 ‘심리적인 안정’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창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계단) 바닥판이 그대로 챌면하고 직선으로 뚝 떨어지면, (올라가는 사람의) 자기 몸이 계단 뒤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상체가 살짝 앞쪽으로 숙여져요. 사람이 약간 심리적으로도 조금 불안감이 느껴지거든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면 우선 계단을 오르내릴 때 우리 몸의 균형이 어떻게 바뀌는지 먼저 봐야 한다. 계단 오르기가 생각보다 힘든 운동인 이유는 중력을 거스르는 것도 있지만 몸의 무게중심을 왼쪽, 오른쪽으로 교차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냥 서있을 때는 양쪽 다리에 골고루 체중이 분산되지만 계단을 오를 때는 딛는 발 쪽에 신체 하중이 실린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계단을 내딛을 때는 발 전체를 활용하지 않고 주로 앞꿈치쪽으로 많이 딛는다고 한다. 계단을 오를 때 신체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는 걸 막기 위해 상체도 어느 정도 숙여진다. 건강한 사람은 문제가 없지만 고령자나 장애인의 경우엔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

적외선카메라 등 영상장비로 일반인과 고령자의 계단을 오르내릴 때의 동작분석을 비교해 보니 일반인에 비해 고령자 중에서는 발 뒤꿈치 쪽으로 딛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노창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계단코 부분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사람의 발 뒤꿈치 부분이 닿는 계단 끝 부분에 해당이 되는 거잖아요. 사람의 무게 중심이 일직선으로 서 있을 때에는 무게 중심이 발 뒤꿈치 쪽에 몰리게 되는데, (계단의) 뒷부분이 뭉퉁그렇게 되면 내 몸 스스로는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두고 싶은데 이게(몸이) 뒤로 쏠릴 수가 있거든요. 앞꿈치로만 해서 계단을 올라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안정감을 느낄 때는 계단 안쪽까지 발을 쑥 밀어넣어서 이렇게 걸으실 때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그래도 급하게 뛰어 올라가다가 계단코 때문에 넘어질 위험이 있지 않느냐고 다시 물어봤는데 계단은 걷는 곳이지 뛰는 곳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노창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뛰어 올라가거나 하는 거는 계단 이런걸 설계하거나 보행시설 만들 때 특수한 케이스에 해당하는 거고, (계단은) 안전하게 상하 이동을 지원하는 시설이니까, 걷는 거에 가장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계단을 설치할 때는 바닥면에서부터 높이 1.8m 이내마다 휴식을 할 수 있도록 ‘계단참’이라는 것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이 또한 고령자 등 교통약자들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다.
노창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실 그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하는 건 현실적으로 좀 제약이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용을 할 때 가장 안전한 형태를 찾게 되는 거고 거기에 맞춰서 일단 시설 기준이 수립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