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나누는덴 집이 최고“ 尹이 관저 찍었다… 빈 살만 회담 막전막후

이가영 기자 2022. 11.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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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먼저, 회담 장소로 ‘관저’ 제안
6인용 식탁·제주 생수도 尹 아이디어
빈 살만, 정원 단풍 보며 “원더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후 단독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막강한 인물이라는 뜻의 ‘미스터 에브리싱(Mr.Everything)’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박 2일의 한국 일정에서 40조원의 돈 보따리를 풀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진심을 다해야 우리에게 수출 계약과 사업권이 온다”며 빈 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을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회담은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한남동 관저에서 2시간30분간 열렸다. 원래는 대통령실 업무동의 리셉션장에서 40분간 확대회담이 진행된 후 오찬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40분으로 끝날 줄 알았던 양국 대표단 회담은 예정에 없던 두 정상의 단독 환담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3주 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논의가 이뤄질 때만 해도 용산 대통령실 2층을 회담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했다고 한다. 그러다 윤 대통령이 ‘관저’를 회담 장소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이 최근에서야 완료된 탓에 참모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윤 대통령은 “진심을 나누기에는 집만 한 곳이 없다”며 관저 회담을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결국,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 부부가 한남동 관저에서 처음 맞이한 해외 VIP가 됐다.

대표단 회담 뒤 성사된 ‘단독 환담’의 장소 선정은 더 극적이었다. 당초 준비팀은 관저 서재의 대형 테이블로 두 정상을 모시려 했으나, 윤대통령이 왕세자를 데려간 곳은 주방의 6인용 식탁이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긴밀하게 교감할 수 있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테이블에는 제주 한라산이 원천지인 생수가 놓였다. 대통령실 측은 “격의 없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환담은 관저 산책으로 이어졌다.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빈 살만 왕세자의 예상 동선을 체크했던 윤 대통령은 회담 당일에도 새벽부터 관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살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 탓에 실무팀도 문제 생기면 짐 싸겠다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빈 살만 왕세자는 관저 정원의 단풍을 보고 “훌륭하다(Wonderful)”며 감탄을 연발했고, 윤 대통령은 전투기 조종사인 왕세자의 동생 이야기를 꺼내며 자연스럽게 국내 방위사업 이야기로 이어갔다고 한다. 얼굴을 맞대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던 단독환담은 20분으로 예상됐으나 40분으로 늘어났다.

사우디 대표단 고위 관계자는 “왕세자가 ‘윤 대통령 관저의 소박함에 감동을 받았다. 검소함에 더 깊은 신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서울을 떠나면서 윤 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냈고, 그 내용을 사우디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는 “저와 대표단을 환영하고 후하게 대접해준 윤 대통령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대화를 통해 양국의 강력한 관계를 공고히 했고,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공통의 바람을 확인했다”고 했다.

양국 정부는 이번 빈 살만 왕세자 방한과 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공개했다. 양국 정부가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맺은 투자 규모는 총 30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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