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고 비싼 휴게소 음식" 도로공사 뭇매…함진규 '답변 태도' 질타
12일 한국도로공사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정감사에선 휴게소 운영과 고속도로 안전 등 생활밀착형 민생 현안이 주로 다뤄졌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휴게소 서비스 질 향상을 촉구하는 한편 과적 화물차량 단속 강화와 노후 교량 교체 등을 당부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의 답변 태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함 사장은 다른 공공기관 대비 사망 사고가 잦다는 지적에 "도로공사 특성상 위험 사업장이 많아 다 들여다볼 수가 없다"고 답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여야 모두로부터 질타받았다.
김 의원은 "야간 근로자를 아예 구하지 못해서 (야간 영업 기준 시점인) 저녁 9시 이후에 불이 꺼지는 휴게소가 (2023년 기준) 전체 209곳 중 50곳이고, 야간 근로자 1명을 두고 근근이 영업하는 곳도 61곳으로 30%나 된다"며 "더 심각한 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아주 심하다는 것이다. 야간근로자 구인난을 겪는 휴게소 111곳 중에 비수도권이 101곳(약 91%)"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함 사장은 "지적해주신 대로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국 휴게소에서 현재 109명 정도가 외국인인데 (도로공사는) 현재 외국인 인력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그런데도 불 꺼진 휴게소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운영업체와) 계약 시 인력 충원 방안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안을 정리해서 의원실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비싼 휴게소 음식값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함 사장에게 "(사장에) 취임했을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한 국민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하셨는데 '휴게소 음식은 맛없고 비싸기만 하다. 휴게소는 화장실이 급하거나 주유할 일이 없으면 안 간다'라고 하는 게 국민들의 평가"라고 말했다.
이후 함 사장이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민자 휴게소에 대해서는 권고 내지는 계도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 가격에 개입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말하자, 윤 의원은 "관점을 바꿨으면 좋겠다. 휴게소는 옛날처럼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갈 수밖에 없는 곳이 아니라 국민들의 필수 공공재다. 바가지요금을 씌워도 되는 게 아니다"라고 큰소리쳤다.
휴게소 운영과 전관 카르텔을 묶어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여럿 나왔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은 "(도로공사 퇴직자 모임인) 도성회의 자회사인 H&D가 목 좋은 서울 만남의 광장(부산 방향) 휴게소를 198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며 "잉여 이익금을 축적해 코로나19(COVID-19) 시절에도 8~1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국민들은 휴게소 서비스 질이 낮아지는 것을 두고 전관 카르텔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도로공사가) 민자 휴게소 운영업체와 계약하면서 감사 추천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있는데, 매출 관리의 투명성을 위해 도로공사가 사업시행자와 협의해 감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며 "이 때문에 실제로 평택·안산 등의 휴게소 감사가 도로공사 퇴직자 출신이다. 전관 고용을 합리화해서 도로공사가 이러한 권한을 계속 쥐겠다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같은 당의 이소영 의원도 "도성회가 자회사를 통해 휴게소는 물론, 그 안에 있는 주유소와 유료주차장 사업까지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이라며 "떡꼬치 4200원 등 휴게소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는 폭리에 가까운 가격을 받는데, 도로공사 전직 임직원들이 휴게소 운영을 독점하며 이익을 취하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도성회는 자회사 등을 통해 5개의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함 사장은 과적 화물차량의 단속 관리를 위해선 제도적으로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속도로에서는 도로공사가 단속 권한이 있지만 국도와 지방도에서는 없는 것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함 사장은 고속도로 노후 교량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윤 의원의 말에는 "2등급이라도 진단할 것이고 전면 교체 이야기가 나온 교량 3개는 완전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0곳 중 3곳은 전기차 화재 발생 초기 진화를 위한 소화설비가 아예 없다며 화재 예방을 위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전체 휴게소 중 93%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으나 이 중 30%는 화재 안전을 위한 시설이 아예 없는 실정"이라며 "선제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발단은 전용기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함 사장이 전 의원이 도로공사에서 다른 공공기관 대비 산업재해 사망 사고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지적하자 "사망자 숫자에는 산재사고와 단순교통사고의 경계선이 애매한 경우도 있다. 도로공사 특성상 전국 1532개가 위험 사업장이다. 제가 현장을 다 들여다볼 수는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어 "이런 말씀을 드려 송구스럽지만, 아마 도로공사 사장직에 (정치권에서) 잘 안 올 것 같다. 제가 마지막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함 사장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함 사장 답변을 두고 국정감사장에선 의원들의 질타가 나왔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권에서 갔으면 혁신적으로 일해야 한다"며 "그런 식의 태도나 다짐은 바꿔야 한다"고 했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도 "다른 사람이 (도로공사 사장직에) 안 올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함 사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도 태도 관련 지적을 받았다. 김 의원은 함 사장에게 '다른 의원들이 교통사고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묻자 비트박스(홍보 캠페인)만 얘기하시는데, 도로공사에서 많은 돈을 들여서 레이더실 돌발상황 금지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 않나. 왜 이 시스템 얘기는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국회의원이 함 사장에 대한 질의를 자체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오늘 함 사장이 국정감사에 임하는 태도가 굉장히 부적절하다. 여당 의원들도 태도를 지적하는 상황"이라며 "함 사장에게 답변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함 사장이 아닌 국정감사장에 배석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도로공사의 전관 특혜 의혹에 대해 질의를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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