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사고로 내가 세상을 떠난다면 열심히 쓰던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의 사진과 기록을 가족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을까? 애플과 메타는 고인의 생전 흔적이 남아있는 계정을 유족들이 상속받거나 추모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네이버나 카카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사람이 죽고 나면 인터넷에서 사용하던 각종 계정들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사실 자신의 SNS를 가족에게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미리 가족에게 알려주는 거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개인적인 SNS 계정을 공유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해외 인터넷 기업들은 생전에 관리자를 지정하면 이용자 사후에 계정을 사실상 상속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인 네이버나 카카오는 유족이라 하더라도 계정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 사망한 이용자가 남긴 데이터에 대한 상속권과 망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가운데 무엇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나뉜 거다.

먼저 사망한 이용자가 쓰던 계정을 비롯해 사적으로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작성했던 게시글은 모두 상속 대상일까? 사망자가 인터넷에 남긴 이런 데이터들은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현금이나 부동산, 보석 같은 실물 유산과 똑같이 취급되지는 않는다. 2010년대 들어 디지털 유산 상속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국내에서 있었지만 모두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해원 목포대 법학과 교수
“(고인의) 데이터는 현행 법제상 물건이 아니라고 보는 게 이제 중론이고 데이터에 대해서 어떤 특별한 독특한 권리, 어떤 재산적인 권리가 아직까지 인정된 거는 사실 명확하게 없습니다. 결국 이제 법이 없으니까 어떻게 할지에 관한 어떤 공백 상태?”

이런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 뽐뿌, 인벤, 클리앙 같은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이 모여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핵심은 이용자가 사망한 경우 계정 접속권을 유족에게 일체 제공하지 않는다는 거다. 인터넷 활동 기록이 담긴 계정 정보를 이용자의 동의 없이 타인에게 넘겨주는 건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유족이 요청해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고, 고인의 계정을 폐쇄하려고 해도 사망확인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제적 가치가 명확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유족에게 겨우 돌려주는 정도다. 비슷한 입장인 카카오는 최근 사망한 이용자의 계정을 ‘추모 프로필’로 바꾸는 기능을 도입했는데 고인의 카톡 비밀번호나 메시지 내역을 넘겨주진 않는다.

예외적으로 싸이월드가 작년에 미니홈피를 복원하면서 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10여년 전 사진과 다이어리를 유족에게 돌려준 적이 있는데 공개 설정된 게시물로 한정돼 비공개 계정은 상속 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디지털 유산의 상속권을 강조하는 해외 기업들은 이용자의 계정을 자식이나 친구에게 물려줄 수 있는 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애플은 ‘유산 관리자’를 미리 지정하면 당사자 사망 시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에 로그인할 수 있게 페이스북은 남은 친구와 가족들이 모여 추억을 나눌 수 있도록 ‘기념 계정’으로 전환시켜 준다.

심지어 구글은 상속인을 미리 못 정했어도 고인의 콘텐츠에 제한적으로 접근을 허용하기도 하는데 어떤 유튜브를 보고 누구한테 메일을 보냈는지 모두 오픈되는 건 아닌가 좀 찜찜하긴 하다.

디지털 유산의 상속 여부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건 이용자의 생전 의사일 거다. 하지만 고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경우에는 따질 게 늘어나는데 남은 데이터의 성격이 재산에 가까운지, 사생활에 가까운지 먼저 판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십~수백만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의 계정은 그 자체로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있는 만큼 계정 주인이 죽고 나면 상속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해원 목포대 법학과 교수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블로그 같은 거 쓰는데 그걸 이제 가족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쓰는 경우도 있잖아요 사실은 특히 고인의 이메일 같은 것들, 이거는 사생활이나 통신의 비밀 보호 측면에서 유족이 접근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