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필리핀에 대한 F-16V 전투기 판매를 승인했습니다.
국방장관 헤그세스는 미필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미 국무부도 "필리핀에 대한 F-16V 판매 가능성을 승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필리핀 브라우너 합참의장이 "대만 침공이 발발하면 필리핀은 필연적으로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시사한 것입니다.
전투기 도입의 배경과 재원 마련의 어려움
필리핀은 2005년에 F-5A/B 전투기를 후속기 없이 퇴역시키면서 순수한 전투기 전력을 상실했습니다.
그 후 한국에서 FA-50을 도입하는 등 전투기 전력 재건을 시도해왔으며, '호라이즌'이라는 현대화 프로그램 하에 고급 다목적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필리핀과 스웨덴은 2023년 6월에 방위협력협정에 합의했기 때문에 "그리펜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되었다"고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지역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정권의 방침으로 인해 상황은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전략적 선택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7일 마르코스 대통령과 회담하여 미필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지상 배치형 대함 미사일 시스템(NMESIS)과 무인 수상함정을 포함한 첨단 미군 장비를 필리핀에 배치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미 국무부도 "필리핀에 대한 F-16V 판매 가능성을 승인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필리핀 마르코스 정권이 안보 후원자인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F-16V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F-16V의 도입 비용은 여전히 큰 부담입니다.
미 국무부가 승인한 Block70/72×20기(단좌 16기+복좌 4기)의 도입 비용은 약 55.8억 달러로 추정되며, 1기당 도입 비용은 2.79억 달러(전투기 단가가 아닌 무기, 예비 부품, 유지보수, 훈련, 지원이 포함된 수치)에 달합니다.
F-16V의 도입 비용은 필리핀의 1년치 국방 예산(2025년=46.5억 달러)보다 더 높은 금액이며,
필리핀군 전체가 확보할 수 있는 현대화 자금은 6.1억 달러(정부가 잉여 수입을 얻을 경우에 한해 6.9억 달러 추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미국이 필리핀에 F-16V를 도입하게 하려면 대외군사융자기금(FMF)을 통해 구매 자금을 제공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지 않다면 필리핀은 그리펜이나 FA-50 Block20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남중국해 분쟁과 필리핀의 영공 방위 요구
필리핀이 F-16V와 같은 고성능 전투기를 도입하려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지속적인 영유권 분쟁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건설과 군사시설 확장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왔으며,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의 어업 활동과 자원 탐사를 제한하는 등 공세적인 행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카버러 암초와 세컨드 토마스 암초 주변에서 중국 해안경비대와 필리핀 해군 및 해안경비대 간의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중국 해안경비대가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하는 사건도 발생했으며, 중국 민병대로 추정되는 선박들이 필리핀 수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리핀은 자국 영공과 영해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고성능 전투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F-16V는 FA-50보다 우수한 공중 우세 및 공대지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J-10, J-11과 같은 전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합니다.
레이더와 전자전 능력 면에서도 F-16V는 필리핀 공군에게 큰 전력 증강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대만 위기와 필리핀의 지정학적 입장
필리핀군의 브라우너 참모총장은 "대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우리도 연루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전쟁 상태에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지난달 21일에 필리핀 북부에서 예정된 미군과의 훈련에 관해, 우리가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느끼는 지역"이라며 "과장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필리핀은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관여하게 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더불어 브라우너 장군은 중국이 필리핀 군과 정부 기관에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대만에 거주하는 25만 명의 필리핀인을 구출하는 임무도 군의 역할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시 필리핀의 역할
최근 필리핀과 미국은 강화된 국방협력협정(EDCA)에 따라 미군의 필리핀 내 기지 접근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바사 공군기지, 카밀로 오시아스 해군기지, 발레르 주둔지, 루손 섬 북부의 기지들이 새롭게 미군에 개방된 것입니다.
이 기지들은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 매우 근접해 있어 유사시 미국의 군사 작전에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닙니다.
F-16V 도입은 이러한 기지에서의 작전과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F-16V는 미국의 무기 체계와의 상호운용성이 뛰어나 미군과의 합동 작전 수행에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F-16V 도입과 함께 필리핀의 방공 식별 구역(ADIZ) 설정 및 운영을 지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사 공군기지의 경우, 대만 해협에서 약 40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대만 유사시 미군의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합니다.
필리핀이 F-16V를 도입하면 이 기지에 배치되어 미군과의 합동 작전 수행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FA-50의 한계와 F-16V의 우위성
필리핀이 이미 도입한 한국의 FA-50은 경공격기로서 기본적인 공중 작전 능력을 제공하지만, 현대 전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임무 수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FA-50은 주로 지상 공격과 기본적인 공중 초계 임무에 적합하나, 첨단 공대공 미사일 탑재 능력이나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적기에 대한 대응 능력은 제한적입니다.
반면 F-16V Block 70/72는 최신 AESA 레이더, 첨단 전자전 체계, 향상된 조종석 디스플레이, 통합 방어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어 현대 전장에서의 생존성과 작전 수행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AIM-120 AMRAAM과 같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JDAM, SDB와 같은 정밀 유도 폭탄을 운용할 수 있어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F-16V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부품 조달이나 정비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필리핀이 FA-50 Block 2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결국 F-16V의 전체적인 성능 우위와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라는 측면에서 F-16V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핀, 미중 패권 각축장에서의 선택과 도전
필리핀의 F-16V 도입은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외군사융자기금(FMF)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필리핀은 그리펜이나 FA-50 Block20과 같은 더 경제적인 대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F-16V의 유지보수 및 운영 비용도 필리핀 공군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장기적인 군사 협력 및 기술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핀의 이러한 움직임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특히 대만 해협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과 같은 역내 국가들의 군사력 증강과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지역 안보 균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