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물러선 정부 "내년 복귀 의대생에 휴학 제한적 허용"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7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전공의와 의대생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한 발 물러서 내년에 복귀하기로 하는 의대생에 한해 제한적으로 휴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의대생들의 대규모 휴학 신청, 수업거부 등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의대 학사운영 마비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교육부는 집단 동맹휴학을 불허하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의대생들에게 올해 학교로 돌아올 기회를 보장하고, 미복귀 학생들에 대해서는 내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휴학을 승인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각 대학은 교육 여건, 교육과정 등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복귀 시한을 설정하고 상담 등의 방법으로 복귀를 설득한다. 집단행동 강요나 온라인 명단 공개 등은 엄정 조치하되 복귀한 의대생들에게는 탄력적 학사운영 등을 통해 원활하게 이수·진급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준비한다.
복귀 시한까지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휴학 의사를 표명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내년도 교육과정 시작 시 복귀를 전제로 학칙에 따라 올해 말까지 휴학을 승인한다.
내년엔 대학별 정원 증원 및 복학 규모,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강신청 및 분반 우선권을 부여한다. 또한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은 올해 교육과정을 정상 이수한 학생과 2학기 복귀학생 등의 학습권도 보호할 수 있도록 고충상담, 기출문제 및 학습지원자료(족보)를 지원하는 의대교육지원센터(가칭)를 운영한다.
정부는 의대생의 휴학과 복학 규모를 관리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학칙 개정도 추진한다. 대학별 학칙에 '정원을 초과해 최대한 교육할 수 있는 학생 수'를 반영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어 총장의 허가를 받는 게 아니면 2개 학기를 초과하는 휴학을 못 하게 한다.
아울러 정부는 원활한 의료인력 양성 및 수급을 위해 교육과정 단축 및 탄력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의사 국가시험 및 전공의 선발시기 유연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교육부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적으로 진행된 '집단 동맹휴학'에 가담한 의대생들에게는 휴학 승인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국립대로부터 제출받은 의대생 휴학 처리 현황에 따르면, 올해 휴학 신청자 4647명 중 4325(93.1%)명이 동맹휴학에 참가해 대학으로부터 휴학을 보류당한 상태다.
동맹휴학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정부 지침에 따라 각 대학이 의대생들의 휴학을 보류하면 대규모 유급사태가 발생해 향후 의대생의 교육 여건이 악화됨은 물론 전공의 의탈 등으로 발생한 의료공백도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강원대는 "학생들이 계속 수업 참여를 하지 않으면 대규모 유급사태가 발생하는 등 휴학 승인이 학생들에게는 유리한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백승아 의원실에 전했다.
7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나고 의대생들은 등교하지 않으면서 '응급실 뺑뺑이'로 대표되는 의료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의정갈등을 해소하고자 지난 4일 박민수 제1총괄조정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오는 18일까지 진행하는 인력수급 추계위원회 위원 추천에 의료계 참여를 요청했다. 또한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위원회에서 2026년 의대 정원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여전히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며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사태 해결이 요원한 실정이다. 복지부의 4일 요청에도 주말 내내 전공의협의회나 의협 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6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전공의 사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공의 1만3531명 가운데 1만1732명이 사직 처리돼 의료현장을 이탈했다. 1만명 넘게 사직 처리됐음에도 올해 하반기 전공의 신규 지원에 응시한 전공의는 125명에 불과했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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