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아닙니다…" 왕이 직접 하사하기도 했다는 '한국 나물'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다 큰 개체는 지팡이로 만드는 '명아주'
명아주. / SUBAS CHANDRA MAHATO-shutterstock.com

봄철 길을 걷다 보면 길가에 흔히 보이는 풀이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해 있는 이 풀은 예로부터 노인들의 지팡이 재료로 애용됐는데, 봄에서 여름철에 어린 순을 채취해 나물로 만들어 먹으면 그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향긋해 인기가 많다. 바로 '명아주'다. 이에 대해 알아본다.

2m까지 자라는 거대한 풀 '명아주'

명아주. / SUBAS CHANDRA MAHATO-shutterstock.com

'는장'이라고도 불리는 명아주는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물이다.

다 자라면 높이 2m, 지름 3cm에 달하는 이 식물의 줄기에는 녹색줄이 여러 결 나있고, 잎은 가장자리가 찢긴 형태에 손톱 모양을 하고 있다.

어릴 때는 그 색이 다른데, 새싹은 전체적으로 보라색을 띄며, 잎은 중심부에 붉은 빛이 돌아 신비한 느낌을 준다. 그 때문에 도교에서는 명아주가 영험함과 장생불사를 의미한다고 영험하게 여겼다고 한다.

시금치보다 부드러운 맛… 명아주나물 먹는 법

명아주나물 무침. / 위키푸디

명아주의 어린 순은 늦은 봄~초여름에 채취하면 나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데쳐 먹으면 시금치보다도 부드럽고 연한 식감과 깊은 맛과 향이 나 인기가 많다.

이 나물은 주로 들기름과 간장, 액젓에 무쳐 먹거나 푹 삶은 뒤 말려서 묵나물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만든 명아주나물은 밥 반찬으로도 제격이고, 비빔밥 등에 넣어 먹어도 그 식감과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기침에 잘 듣는다… 명아주의 효능

명아주는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 효능 또한 뛰어나다. 명아주에 풍부한 식이섬유와 각종 비타민 등 영양소는 성인병을 예방해주고 소화기 건강을 개선해주며, 기관지염과 호흡곤란, 기침 등에 잘 듣는다.

단, 명아주 잎에 생성돼 있는 분가루는 먹기 전 깨끗이 세척하지 않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거나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민감성 피부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먹는 것만이 아니다… 왕이 직접 하사했다는 명아주 지팡이

청려장. / 유튜브 채널 '파주 파파스TV'

명아주는 나무류도 아니고 여러해살이 풀도 아닌 한해살이 풀임에도 줄기와 뿌리가 상당히 견고하다. 이런 특성 탓에 명아주는 지팡이의 재료로도 많이 쓰인다.

명아주 지팡이를 만들 때는 먼저 명아주를 뿌리채 뽑은 뒤 가을에 채취해 다듬은 후 솥에 쪄서 껍질을 벗기고 그늘에 1개월 이상 말린다.

그 후 건조한 명아주를 깎고 다듬어 옻칠을 해주면 멋진 지팡이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푸른 순이 돋는다 하여 청려장이라고 부른다.

청려장은 예로부터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본초강목에는 이를 짚고 다니면 눈이 밝아지고 중풍이 들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있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일흔이 넘은 노인에게 국왕이 직접 청려장을 수여했고, 현대에도 100세를 맞이하는 노인에게 대통령이 이를 수여하는 전통이 남아있다.

이 덕분에 2000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청려장을 기념 선물로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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