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끝자락, 도시의 북적임이 잠시 잦아드는 가덕도는 거제 톨게이트 직전, 여행자에게 ‘어디론가 떠나온 기분’을 선사하는 조용한 해안 마을이다.
과거에는 여행객보다는 어업 종사자나 섬 주민의 생활 공간에 가까웠던 이곳이 최근에는 트래킹 명소로 주목받으며 주말이면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덕도에서 변하지 않는 존재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이 있다. 바로, 소박한 외관 속에 숨은 해물 한상을 선보이는 ‘소희네집’이다.
오래된 외관 속 푸근한 정서, 가덕도의 식당답다

소희네집의 첫인상은 요즘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맛집들과는 다르다. 좌측 건물에 자리한 이 식당은, 간판도 소박하고 외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어 ‘진짜 오래된 밥집’이라는 인상을 준다.

한 걸음 들어서면 빼곡히 들어선 테이블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 그리고 미리 셋팅되어 있는 각종 반찬들이 “여긴 맛보다 속이 든든한 곳”이라는 걸 단박에 알려준다.
가게 내부는 전통적인 노포 식당의 구성을 따르고 있어 요즘 트렌디한 카페형 맛집과는 분명 결이 다르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더 친근하고 진심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약은 필수, 현지인도 인정하는 인기 식당

이곳을 방문하려면 ‘예약’은 사실상 필수 조건이다. 특히 주말에는 대부분의 테이블이 예약자 이름으로 지정돼 있어 현장 방문 시 대기를 피하기 어렵다.

운영 시간도 유의해야 한다. 평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하며, 주말에는 오후 7시까지 연장되지만,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으로 예약이 불가능하다.
이 시간대는 직원들이 저녁 셋팅을 준비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으로 보인다. 예약은 전화(051-971-8886)로 진행되며, 직접 응대하는 방식이지만 비교적 친절하고 간단하게 처리된다.
가성비를 넘은 ‘가심비’ 해물 한상

이곳에서 제공하는 ‘해물 한상’은 4인 기준 32,000원으로 1인당 8,000원꼴이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은 시대에선, 상차림을 직접 보기 전까지 이 가격이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상이 차려지는 순간, 방문객은 가격보다 ‘이 정도 구성이면 충분하다’는 감탄부터 나온다. 반찬 가짓수는 열 손가락이 넘을 정도로 풍성하고, 전복, 가리비, 소라숙회, 생새우, 고구마맛탕, 콩국수, 생선까스, 갈치속젓 등 해물류와 밑반찬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해물 구성은 평범한 밥상이 아닌 해산물 중심의 건강한 한정식을 연상케 할 만큼 정성이 깃들어 있으며, 게스트는 바다를 접한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선함과 집밥 같은 정겨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국과 찌개도 수준급이다.
된장국, 미역국, 시래기국 등은 시즌에 따라 달라지며, 뚝배기에 담겨 따끈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쌀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비워진다. 제가 갔을 때는 미역국과 김치찌게가 나왔었습니다.

또한 상차림에 함께 나온 편백 찜기에는초장에 살짝 버무린 신선한 야채 무침이 담겨 있었다.양배추, 오이, 당근 같은 채소들이 아삭한 식감과 상큼한 맛을 살려내다소 묵직할 수 있는 해물 반찬 사이사이에 상쾌한 리듬을 만들어주었다.
특히 편백에서 은은히 퍼지는 나무 향과 함께초장 야채 무침을 곁들여 먹는 순간은기대 이상으로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선사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메뉴 중 하나였다.
2인도 가능하지만 4인 한 상 기준으로 운영

소희네집의 특이점은, 방문 인원과 관계없이 4인 한 상 기준으로 식사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두 명이 방문해도 32,000원짜리 한 상을 받게 되며, 그 양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음식이 대부분 ‘밑반찬’ 중심이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밥과 잘 어울리는 구성이라 양이 많아도 거의 다 먹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3~4인이 방문할 경우 한 상으로 충분하지만, 인원이 많을 경우 두 상을 주문하거나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반찬 미리 셋팅, 빠른 회전의 비결

이곳의 시스템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구조로 설계돼 있다. 대부분의 반찬류는 손님이 착석하기 전부터 테이블에 셋팅되며, 따뜻한 음식은 손님이 자리에 앉는 순간 빠르게 나와 전체 상차림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덕분에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오랜 대기를 해야 하는 불편은 거의 없다. 음식을 기다리는 대신, “밥을 빨리 먹고 자연을 더 즐기자”는 생각이 드는 효율적인 운영 방식이다.
가덕도 여행 중 놓치기 아까운 한 끼

가덕도는 연대봉 트래킹, 외양포 해안산책로, 대항새바지 마을 등 도보로 둘러볼 만한 관광지가 적당히 분포된 곳이다.
이곳을 천천히 걷다가 출출해질 때쯤 만나는 한 상 가득한 해물 정식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채워주는 완벽한 한 끼가 된다. 고급 한정식의 격식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누구보다 정직하고 푸짐하게 밥상을 차려내는 곳이 였습니다.

또한 식사 도중 제공되는 다양한 젓갈류가 인상적이었다면, 식사를 마친 후 소희네집 자체에서 판매하는 젓갈 세트를 구입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꼴뚜기, 낙지, 오징어, 갈치속젓, 간장새우, 간장전복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은 5만 원. 현장에서 맛본 깊은 감칠맛을 집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갈치속젓과 간장새우는 따끈한 쌀밥 위에 간편하게 올려 먹기에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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