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빌어먹을…” 다저스의 극혐이 된 마차도
코비의 8번을 달고 뛰던 시절
6년 전 여름이다. 트레이드 마감이 2주 앞이다. 빅딜이 성사됐다. LA가 우승 청부사를 초대했다. 26세의 매니 마차도다.
당장 유니폼을 맞춰야 한다. 13번을 누가 달았지?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신출내기의 번호다. 맥스 먼시였다. 나이는 제법 있었다. 28살 때다. 따지고 보면 마차도보다 2살 위다.
그럼 뭐 하나. 메이저리그는 그런 거 없다. 경력이 깡패다. 알아서 미리 준비한다. 친하게 지내던 캔리 잰슨이 나선다. “이봐, 맥스. 양보 좀 해줘. 어렵게 데려왔다는데….” 백넘버 양수양도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이다.
얘기를 전해 들은 당사자가 펄쩍 뛴다. “무슨 소리야? 미안하게 왜 그래? 제발 그냥 좀 놔둬. 13번 안 달아도 돼.” 굴러온 돌이 싹싹하게 양보한다.
그러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여기 LA잖아. 나 레이커스 광팬이야.” 그러면서 달고 싶은 백넘버를 얘기한다. “지금 (다저스에) 8번이 비었다며? 내가 그 번호 달게.” 그건 코비 브라이언트(1978~2020년)의 숫자다. 그렇게 골치 아픈 일이 해결됐다.
몇 달 뒤다. 가을야구가 시작됐다. 다저 스타디움에 키가 엄청 큰 VIP가 등장한다. 구단주(매직 존슨) 친구 코비가 직관하러 간 것이다. ‘8번 마차도’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다. 그도 이 스토리를 알고 있었다.
무릎치기, 뒤꿈치 밟기…악행의 연속
겨우 4개월 남짓이다. 마차도의 LA 체류기는 이렇게 훈훈한 미담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건 같은 팀일 때다. 상대편이 되면 다르다. 껄끄럽기 짝이 없다. 밉상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자격으로 만날 경우는 더 그렇다. 바로 ‘10월의 주자’가 되면 ‘못된 매니’가 된다.
그 해(2018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때였다. 상대는 밀워키 브루어스다. LA에서 열린 경기에서 거푸 문제를 일으킨다.
먼저 3차전 때다. 4회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었다. 다음 타자 코디 벨린저가 1루 땅볼을 쳤다. 수비 쪽은 당연히 병살을 노린다. 1루수-유격수-1루수(3-6-3)로 이어지는 플레이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온다. 2루에 슬라이딩하던 마차도의 손이 말썽이다. 슬쩍 유격수(올랜도 아르시아)의 무릎은 건드린 것이다. 수비 방해가 선언된다. 타자와 함께 더블 아웃으로 처리됐다. 밀워키 팬들은 ‘의도적인 더러운 플레이’라며 부글거렸다. (비슷한 무릎치기는 앞선 2회에도 있었다.)
다음 날(4차전) 또 문제가 생긴다. 이번에는 조금 더 거칠어진다. 연장 10회 말이다. 유격수 땅볼을 친 ‘못된 손’이 이번에는 발을 쓴다. 전력 질주하며 1루수 헤수스 아길라의 뒤꿈치를 걷어찬 것이다.
피해자가 발끈한다. 전날 기억까지 떠올린다. “뭐야? 왜 그래?” 험상궂은 표정으로 돌진한다. 그렇다고 고분고분한 상대가 아니다. 거친 언쟁이 벌어진다. 양 팀 벤치도 우르르 몰려나온다.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갔다.
브루어스 쪽에서 강한 불만을 쏟아낸다. 조용한 성격의 크리스티안 옐리치도 참지 않는다. “더러운 선수가 한 더러운 행위”라고 직격탄을 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징계를 내렸다. 출장 정지까지는 아니고, (마차도는) 벌금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열린 5차전. 밀워키의 홈으로 갔다. 거센 반응이 밀러 파크를 뒤덮었다. 4만 명이 퍼붓는 야유가 절정을 이뤘다. ‘Fxxx’, ‘Sxxx’. 욕설이 적힌 피켓이 여기저기 널렸다.
그 정도에 기죽을 당사자가 아니다. 오히려 관중석을 향해 부추긴다. ‘어디 더 해봐’. 하는 식으로 양팔을 번쩍번쩍 쳐든다.
깜빡이 없는 급차선 변경
10월이다. 올해도 어김없다. 다시 그 이름이 오르내린다.
물론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못된 짓만이 아니다. 기발하고, 영리한 플레이가 주목받는다. 손, 발이 아니라 머리를 썼다. 정말 ‘머리’ 말이다.
3차전 때다. 역시 신분은 1루 주자였다. 다음 타자 땅볼 때 특유의 플레이를 펼친다. 갑자기, 깜빡이도 없이. 급차선 변경이다. 깜짝 놀란 1루수(프레디 프리먼)의 송구가 정확히 주로에 걸린다. 헬멧에 맞고 굴절되면서 주자들이 모두 살았다.
만약 병살이 완성됐다면 아무 일 없이 끝날 이닝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저스가 무너진다. 한꺼번에 6점을 잃었다.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순간이다.
덕분에 많은 팬들이 야구 공부했다. 3피트 라인의 적용을 똑바로 알게 해 줬다. 태그 플레이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면 괜찮다는 걸 배웠다.
몰랐을 때는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똑똑한 플레이’로 칭송된다. 실책의 장본인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 장면을 수없이 돌려봤다. 내가 주자였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프레디 프리먼)
적장 역시 마찬가지다. “항의할 수 없는 장면이다. 비디오 판독 요청도 안 되는 상황이다. 태그 상황이 아니라면, 주자는 자신만의 주로를 가질 권리가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만, 아직 남은 혐의(?)가 하나 있다. 2차전 때 나왔던 사건이다. 상대편 덕아웃을 향한 저격 장면 말이다. 수비 연습으로 돌리던 공을 그쪽으로 패대기쳤다.
“볼 보이에게 던진 것”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기분 나쁘다.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주장이다. 상당히 격앙된 상태다. 이미 관련 자료는 사무국에 제출된 상태다. 조사를 통해 추후 징계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100마일짜리 위협구가 머리를 향해
그는 든든한 리더다. 클럽하우스의 중심이다.
반면 남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적이 볼 때는 한없이 밉고, 못마땅한 선수다. 사무국도 골치가 아프다. 이번 패대기 사건은 그나마 양반이다. 여러 차례 커미셔너를 긴장시켰다.
가장 심각했던 게 2017년 사건(25세 때)이다. 볼티모어에서 뛸 때다. 빨간 양말을 건드렸다. 거칠기로 소문난 곳이다.
당시도 1루 주자였다. 슬라이딩하면서 충돌을 일으켰다. 2루수가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더스틴 페드로이아다. 레드삭스의 리더이자, 펜웨이파크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그가 실려 나갔다. (커리어에 큰 영향을 준 부상이다.)
이후로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과실치상’에 대한 응징이 벌어진다. 시속 100마일짜리 공이 가해자의 머리를 향해 연달아 날아들었다. 맷 반스, 크리스 세일 같은 당대 최고의 파이어볼러들이 참전했다.
생명의 위협이 느껴진다. 당사자는 불만을 터트린다. 기자들 앞에서도 거침없다. “일부러 다치게 하려고 그런 게 아니다. 만약 계속 그러면(위협구가 온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배트를 들고 달려가겠다.” 짧은 멘트 와중에 F 워드가 10번도 넘게 들어간다. (마차도는 사건 이후 페드로이아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결국 커미셔너(롭 맨프레드)가 나서야 했다. 양쪽 감독과 단장을 화상 회의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이렇게 경고했다. “인제 그만, 적당히들 하라. 계속하면 엄중히 처벌하겠다.”
한때 다저 블루의 친근한 8번이었다. 지금은 숙적의 13번을 달고 있다. 호시탐탐 “Beat LA”를 외친다. 같은 편일 때는 든든한 리더다. 하지만, 적이 되면 180도 달라진다. ‘빌어먹을’이라는 수식어와 친해진다.
마차도와 다저스가 운명의 하루를 맞는다. 내일(12일) 오전 9시 8분(한국시간)에 플레이볼이다. 승자에게 모든 것이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