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포켓·VIB·골든키즈' 트렌드에 아동 명품시장 활짝 "과시 좋아하는 한국인..."
[ 김주미 기자 ]다섯살 된 딸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A씨(37)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유치원 단체 사진에서 같은 반 아이들 몇 명이 명품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익숙한 체크무늬가 한눈에 봐도 'B'사 옷이 분명했다. 혹시나 우리 아이만 유치원에서 초라해 보이는 건 아닐지 걱정이 들어 백화점 아동복 코너에 갔는데 매장 한쪽에 명품 브랜드 매장이 크게 열려 있었다. '우리 애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아이들은 금방 크는데 웬 명품?' A씨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8년째 감소하면서 올해 7월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전 세계 최저인 0.7명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저출산 시대에도 고가의 명품 아동복 시장은 성장세다. 아이에게 최고의 것만 해주고 싶어 하는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 할머니·할아버지는 물론 친척에게까지 지원받는 '텐 포켓' 키즈의 현상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 밖에도 '키즈 럭셔리'의 부흥에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있다.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0년보다 33% 성장한 2조4490억원으로 추산된다. 저출생 해결이 국가 주요 현안인 현재 상황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유아동복 1인당 소비액은 연 평균 322달러(약 45만원)으로 세계 4위다.
국내 유아동복 시장의 성장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활약이 컸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에서는 최근 5년간 아동 명품 매출 신장률이 전체 아동의류 및 용품 매출 신장률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아동 매출 신장률은 34.8%, 아동 명품 매출 신장률은 그보다 훨씬 높은 88.5%에 달했고, 그 후에도 25%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의 아동 명품 신장률도 2021년 29%, 2022년 24%, 2023년 15%로 꾸준히 증가했다. 롯데백화점도 키즈 명품이 주목받는 분위기에 힘입어 2021년 30%, 2022년 55%, 2023년 10% 신장률을 나타냈다.
현대백화점은 '베이비 디올' 매장을 지난해 압구정 본점에 선보였고, 판교점에도 최근 베이비 디올을 포함한 '펜디 키즈', '몽클레르 앙팡'을 열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과 잠실점에 명품 키즈 브랜드 '버버리', '지방시', '겐조', '펜디' 매장을 열었고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흐름이다.
저출생 현상에도 국내 명품 아동복 시장이 성장한 데에는 MZ세대(1980~1990년대생) 부모들의 달라진 육아 신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자녀를 위해 과감히 지출하는 것이다. 이는 'VIB(Very Important Baby)', '골드키즈'라는 새로운 육아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구매력이 높은 조부모, 비혼·비출산을 선택한 친척이나 사촌, 주변인들까지 아이에게 지갑을 여는 '텐포켓(Ten pocket)' 키즈가 늘면서 구매력이 높아진 어린이를 위한 프리미엄 아동복 브랜드의 인기는 더 높아지는 추세다.
한편 이런 현상에 대한 외신의 평가도 주목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7월 "한국에선 아이들이 몽클레어 패딩을 교복처럼 입는다"며 어린아이에게 사치품을 사주는 한국 부모들의 소비를 분석했다. 매체는 낮은 출산율과 소득 증대, 과시욕, 소가족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FT는 4살 딸을 위해 78만원 상당의 티파니 실버 목걸이를, 18개월 둘째 딸을 위해 38만원짜리 골든구스 신발을 사 준 38세 아이린 김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매체는 어린 케이팝 스타들이 명품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인기 인플루언서들이 명품 소비를 과시하는 영상을 올리는 것도 이 같은 소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또 유로모니터의 컨설턴트 리사 홍은 한국의 유아 럭셔리 시장 성장세에 대해 "한국인들이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할 수 없으면 참지 못한다. 많은 가족이 자녀를 한 명만 두기 때문에 최고급 품목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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