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 곤충, 공기 단백질 제품이 미래 식량이 된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높아지는 식량수요로 인한 토양·수질오염 등을 해결할 대안으로 ‘대체식품’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배양육, 식물성 고기, 곤충 식품, 공기에 기반을 둔 단백질 식품 등의 대체식품이 주목받으며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인데요. 인류의 새로운 식량원이 될 대체식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 속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의 글에서 확인해 보세요.
공기로 단백질 만든다? 미래 식량의 진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5억 명, 식량 수요는 7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특히 단백질 공급원인 육류 소비량이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육류 소비의 축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한 토양·수질오염 등을 해결할 대안으로 ‘대체식품’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래의 식탁을 책임질 대체식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배양육·식물성 고기·곤충 식품 ‘각광’
미국에서 가장 핫한 푸드테크 기업인 비욘드미트는 콩이나 호박 같은 식물성 원재료를 사용해 만든 햄버거용 패티를 공급하고 있다. 햄버거 패티는 식물성임에도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반면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고 지방과 열량도 낮다. 패티 맛은 실제 육류 맛에 꽤 가깝다. 또 실제 소고기 패티에 비해 토지 사용량이 95%나 적고 물을 75%나 적게 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87% 줄일 수 있다. 비욘드미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 할리우드 배우 리오나도 디캐프리오 등이 투자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곤충은 전 세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미래 식량 중 하나다. FAO는 식용 곤충을 미래 식량으로 지정한 바 있다. 곤충은 경제성이 높으면서도 친환경적인 식재료다. 소, 돼지 같은 가축은 정온동물이기 때문에 체온 유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반면 곤충은 변온동물로 체온 조절을 하지 않아 에너지를 덜 쓴다. 따라서 적은 양의 사료로도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먹는 것이 적으니 배출하는 것 또한 적어 환경오염도 덜하다.
식용 곤충의 영양상 프로필은 육류와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곤충이 인류의 먹을거리로 주목받는 이유는 저지방·고단백 식품으로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소고기 100g 속에 든 단백질이 27.4g이라면 곤충 애벌레 100g에는 단백질이 28.2g 들어 있다. 식용 귀뚜라미의 경우 9가지 필수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고 단백질은 소고기보다 2배, 비타민 B12는 4배 이상이나 된다. 불포화지방, 아연, 철분, 칼슘을 비롯해 식이섬유가 풍부해 영양 결핍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식용 귀뚜라미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인기가 높다. 이미 귀뚜라미 가루로 만든 에너지바와 칩, 스낵, 쿠키 등이 마트, 푸드트럭, 레스토랑 등에 제공되고 있다. 영국, 벨기에 등에서는 식용 곤충의 경제적 이점, 천연식품 원료 등의 여러 이유로 식용 곤충 산업이 매우 활발하다. 집 귀뚜라미, 풀무치, 갈색거저리, 벌집나방 등 10종의 곤충이 원료로 쓰인다. 중국에서는 170여 종의 식용 곤충을 요리한 곤충 튀김이 유명하다.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도 곤충 꼬치가 길거리 음식으로 인기다. 일본에는 곤충 초밥이 등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백강잠, 식용 누에, 메뚜기,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풀무치 등 10종이 안전성을 인정받아 식용 곤충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곤충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사육 농가 시설 및 생산 규모가 다른 농업에 비해 현저하게 영세한 실정이다. 대체 단백질 분야의 연구개발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FAO에 따르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곤충은 1400여 종에 달한다. 유럽연합(EU)은 어류 양식에도 곤충 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2023년 유럽의 식용 곤충 시장 규모가 4600만 달러(약 594억 900만 원)를 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세계 곤충 단백질 시장이 2020년 2억 5000만 달러(약 3068억 원)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27.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공기 중 미생물 이용해 단백질 만들어
2024년부터는 공기에 기반을 둔 단백질 식품도 먹게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가 세계 최초로 핀란드 스타트업 솔라푸드(Solar Foods)가 만든 ‘솔레인(Solein)’의 시판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공기 단백질은 공기에서 발견되는 원소로 만든 단백질이다.
솔레인은 미생물을 배양한 후 공기와 소량의 영양성분을 먹여 만든 단백질 분말이다. 미생물의 주요 먹이는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발효탱크 안에서 먹고 자란다. 미생물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는 공기에서 추출하고 수소는 물에 전기를 공급해 분해해서 얻는다. 이때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물 전기분해 과정에는 재생 가능 에너지인 수력 전기를 사용한다.
이렇게 공급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먹은 미생물은 사람에게 유용한 고단백질과 함께 탄수화물, 지방을 배출한다. 이를 건조하면 각종 식품에 쓸 수 있는 분말 형태의 식용 단백질이 된다. 솔레인 성분 중 65%는 9가지 필수아미노산으로 비율이 가장 높다. 단백질 순도는 99%에 이른다. 나머지는 지방 5~10%, 탄수화물 20~25%와 비타민B가 차지한다.
솔레인은 육류를 대체하기 위한 식품이다. 하지만 주된 용도는 빵이나 파스타, 요구르트를 포함해 기존 식품의 단백질 함량을 높이는 데 더 유용하다고 솔라푸드는 밝히고 있다. 빵이나 파스타 등에 뿌리는 토핑 재료로도 사용 가능한 솔레인은 별다른 맛과 향이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젊은 세대가 ‘몸 가꾸기’를 위해 먹는 단백질 보충제와 비슷하다. 이처럼 영양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우수한 식물성 고기, 식용 곤충, 배양육, 공기 단백질 제품이 인류의 새로운 식량원이 될 것이다. 대체식품이 시장 환경을 변화시키고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김형자
<Newton>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