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진 한화·한미 HBM 장비 소송전···특허분쟁 장기전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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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용 TC 본더 장비 특허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장기전으로 돌입한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반도체 칩에 도포하는 '플럭스'라는 화학물질을 검사하는 방식에서 한화세미텍의 기술 특허를 한미반도체가 침해했는지 여부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의 HBM 제조용 핵심 장비인 TC 본더 주요 공급사로, 해당 장비 핵심 기술을 둘러싸고 특허침해 여부에 대한 쌍방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한미반도체 또한 이보다 앞서 지난 2024년 12월 한화세미텍이 자사의 TC 본더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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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변론서 ‘설전’···“자신 있으면 무효심판 청구해” vs “그럴 것도 없어”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용 TC 본더 장비 특허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장기전으로 돌입한다. 앞서 지난 4월 첫 변론 절차에 이어 석달만에 열린 두번째 변론기일에선 장비 기술 특허 침해 여부를 두고 '우유와 물', '마우스의 휠과 몸체' 등 이색적인 비유들까지 동원하며 양측은 날 선 설전을 이어갔다.
9일 법조계 및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허침해소송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한화세미텍이 한미반도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재판이다.
한화세미텍은 HBM에서 D램과 D램을 붙일 때 사이에 들어가는 범프볼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방식에서 한미반도체가 자사의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의 특허기술이 선행 발명들과 구분되는 특징이 전혀 없다며 반박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반도체 칩에 도포하는 '플럭스'라는 화학물질을 검사하는 방식에서 한화세미텍의 기술 특허를 한미반도체가 침해했는지 여부다. 반도체를 붙일 때는 '플럭스'를 고르게 도포한 뒤 이를 검사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한화세미텍은 청색 조명광을 활용해 범프볼에 플럭스가 잘 묻어 있는지 검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청색광을 사용하는 건 자사 고유의 특허 기술인데, 한미반도체 또한 청색·백색광 두가지 조명광을 사용하고 있다며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백색광 한가지의 조명만 사용하고 있단 입장이지만, 한화세미텍은 백색광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빛의 삼원색인 적·녹·청 세가지 조명광을 모두 쓰고 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미반도체측 대리인(이하 한미)은 "백색광에 청색광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특허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우유에 물이 들어있으니 물이 필요한 기계장치에 우유를 넣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기술적 왜곡"이라고 비난했다.

한화세미텍은 반도체 접합 시 범프볼의 불량 여부를 이미지로 검사할 때, 해당 검사 영역을 설정하는 기술에서도 한미반도체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서 한미반도체는 이미지 분석을 통한 검사 방식 자체가 이미 장비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선행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화세미텍은 빛을 쏘아 돌아오는 반사광의 패턴을 단순히 센서로 감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범프볼의 형태를 카메라로 찍어 실제 철상 이미지를 획득한 뒤 이를 토대로 검사 영역을 설정하는 방식은 자사 고유의 특허 기술이라고 반박했다. 데이터 처리 방식 자체가 기존과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한화는 "피고(한미반도체)는 원고(한화세미텍)의 특허가 신규·진보성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자신 있으면 특허무효심판이 벌써 들어왔어야 한다"며, "피고가 원고 특허에 대해서 무효를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효심판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미는 "원고의 특허는 무효심판을 청구하지 않더라도 이 법원에서 충분히 무효 판단이 가능할 정도로 너무도 간단한 조합"이라며, "예를 들면 마우스에서 휠, 몸체, 후광부와 같이 장치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일반적인 명칭과 기능을 써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걸 원고가 처음 만들었다면 맞는 말이겠지만, 이미 선행 발명들에 마우스와 같은 개념이 다 제시돼 있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HBM 수요 급증에 TC 본더 판매도↑···"소송 청구 규모 확대 검토"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의 HBM 제조용 핵심 장비인 TC 본더 주요 공급사로, 해당 장비 핵심 기술을 둘러싸고 특허침해 여부에 대한 쌍방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한미반도체 또한 이보다 앞서 지난 2024년 12월 한화세미텍이 자사의 TC 본더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화세미텍은 이후 2025년 5월 한미반도체의 특허를 무효화 해달라고 특허무효심판으로 반박에 나섰으며, 현재 해당 무효심판은 양측간 다툼이 길어지면서 지연되는 상황이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급증세를 이어가면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가속기향 HBM 수요 역시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에 장비를 납품하는 한미반도체과 한화세미텍 간 소송의 판도 한층 더 커질 조짐이다.
이번 한화세미텍이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으로 설정된 소송가액은 12억원 수준이며, 앞서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한화세미텍을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의 소송가액은 240억원에 달한다.
한화는 이날 재판 말미에서 "지금은 우리가 일부 청구만 해놓은 상황인데, 현재 피고(한미반도체)의 장비가 계속 판매되고 있고, HBM 관련해 장비가 수주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가 어디까지 청구를 확장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원고(한화)측에서 추가로 증거 신청한 건에 대해서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고, 아울러 손해액과 관련된 증거 신청도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손해액 심리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판을 좀 더 여러번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의 다음 변론기일은 9월 10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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