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외부활동을 허해야 하는 이유
한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되려면 여러 분야와 지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리더들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리더들은 성공하기 위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조직에 충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승진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당면 과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단기적인 성과에 효과적이지만 개인의 장기적인 발전과 커리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리더로서 성장하고 조직 번영에 기여하고 싶다면 현재 업무에만 집중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기업 내 교육부서나 경영 대학원 등 전통적인 임원 교육기관들은 빠르게 변하는 현실을 반영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식과 업무능력 그리고 인맥을 확대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략적인 외부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전략적 외부 활동은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개인 관심사뿐만 아니라 회사의 업무와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채로운 경험으로 가득 찬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처럼. 그리고 본업 밖의 영역에서 배운 것들을 업무와 또 다른 외부 활동에 적용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고위급 기업 임원 1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외부 활동은 성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자신의 부하직원들도 외부 활동을 통해 조직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여러 공공 및 민간부문의 리더들은 어떻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외부 활동을 찾았고 이를 통해 배운 점은 무엇이었을까? HBR 2020년 5-6월 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아밋 페일리는 워싱턴포스트 신문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7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중동의 교전지역을 누비면서도 그는 모교의 교지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이를 통해 페일리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후배들이 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말이다. MBA 과정을 마쳤던 페일리는 워싱턴 포스트를 떠난 후엔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컨설턴트로 이직했다. 새로운 업무를 하면서도 그는 외부 활동에 소홀하지 않았다. 자원봉사에도 관심이 있던 페일리는 젊은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자살 방지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 트레버 프로젝트에서 주말 전화 상담을 했다. 그리고 그는 트레버 프로젝트의 이사회 멤버가 됐다.
비영리단체의 업무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페일리는 비영리단체가 마주한 재정상 어려움을 알게 됐고 맥킨지가 하는 비영리사업에도 더 많이 참여했다. 2017년 그는 트레버 프로젝트의 CEO가 됐다. 페일리는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외부 활동을 통해 본업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선순환을 만드는 전략적 외부 활동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우선순위를 정해라
외부 활동을 할 때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일정을 비우는 것이다. 회사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전부 고려할 때, 일정표에 무언가 추가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외부 활동을 우선순위로 삼으면 시간 내기가 불가능하진 않다.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로 시작해 보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라면 더 좋다. 마음이 잘 맞는 동료나 관심 분야가 비슷한 소규모 그룹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외부 활동에 대한 의욕도 높아지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도 얻을 수 있으니까. 매일, 매주, 매월 동일한 시간을 외부 활동에 할애할 필요는 없다. 일과 가정으로 바쁘다면 외부 활동 시간을 줄이고 반대의 경우엔 더 늘리면 된다. 여유가 있을 때 외부 활동을 우선순위에 두라는 말이다. 일과 가정이 우선이다.
2020년 미국의 대표적인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이사로 근무했던 캐라 메도프 바넷. 당시 그녀는 열 살, 여덟 살, 네 살짜리 세 딸의 엄마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바넷은 배우 교육 전문 비영리단체인 아메리칸 시어터 윙(ATW)에서도 활동하며 연극이라는 전혀 다른 예술 장르와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국제협력담당 위원으로 5년간 일하면서 그녀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ABT의 무용수들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본업과 가정생활 이외에 어떤 일을 감당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없는지 많이 생각해 봤다는 바넷. 그녀는 우선순위에 따라 '거절'을 명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금요일 밤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으로 정했다면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이를 취소하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녀는 직장에선 일에 올인했지만 집에선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치우고 아이들에게만 온전히 집중했다고 한다. 또한 바넷은 외부 활동을 선택할 땐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고 덧붙였다. 그 활동이 본인이 속한 업계에서 접하기 힘든 분야라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찾아 나서라
앞서 언급된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찾는 데 요구되는 것은 적극성이다. 내가 외부 활동을 찾고 있다고 주변에 말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현재 업무와 관련이 있거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 동시에 스스로 관심 분야는 무엇인지, 도움이 되는 활동에 빈자리가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소셜 미디어나 강연, 출판 등을 통해 나를 세상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보고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 분명 나타날 것이다.
일종의 탐색 기간이 지나고 리스트가 만들어진다면 시간을 투자할 만한 일을 고르면 된다. 뉴욕 소재의 기업 CEO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뉴욕시를 위한 파트너십의 회장 캐서린 와일드는 “자기 홍보를 하거나 일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맥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목적으로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밋 페일리도 이에 동의한다. “열정이 없고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일에 본인의 시간을 쓰고 있다면, 당신은 물론 당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 모두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외부 활동을 선택할 때는 자신이 맡을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결과가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정치권에서 투자회사 KKR의 글로벌 공공문제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켄 메흘만은 현재 뉴욕의 마운트시나이 병원, 프랭클린&마셜대, 미국을 위한 교육, 교육 기회를 위한 스폰서 등 여러 단체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메흘만이 자신의 커리어에 가시적 성과를 더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단체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주변의 허락을 구하라
외부 활동에 앞서 회사나 가족의 허락을 구하는 게 현명하다. 이때 외부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강조하고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일에 대한 의욕과 활력을 높일 수 있고, 조직적 차원에서는 유용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이다.
펩시코의 전 글로벌 R&D 책임자였던 메흐무드 칸은 '외부 활동이 어떻게 회사와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어떻게 부합하는지 명확하게 전하는 것'을 강조한다.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나의 외부 활동이 연간 성과 목표로 설정될 수 있도록 상사에게 건의하거나 외부 활동이 회사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고 상사를 설득하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외부 활동을 막는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칸은 외부 활동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커리어 초기, 뉴욕의 종합예술 공연장인 링컨센터 인터내셔널의 매니징 디렉터였던 메도프 바넷. 그녀는 유명 싱크탱크인 아스펜 연구소의 펠로십에 지원했고 최종 선발됐다. 4주 동안 연구소에 머물러야 하는 자리였고 기간은 2년이었다. 당시 그녀의 자녀들은 모두 열 살 미만이었다. 링컨센터 인터내셜널에서 남부럽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는 젊은 엄마였음에도 바넷은 연구소에서의 시간이 '일적으로나 사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가져다줄 경험'이라 믿었다. 그래서 펠로십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직장 상사, 부하 직원들, 남편 모두와 협의했다.
외부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
1. 재충전
IT 기업 아리바의 공동창업자 키스 크라크는 미 국무부 경제차관으로 일하기도 했는데, 크라크는 바쁠수록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부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배터리가 재충전되면서 기운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는 제너럴모터스 엔지니어링 그룹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부터 다양한 비영리단체와 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퍼듀대학교에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기여했고 멘토로도도 활동했다. 그는 배움을 얻는 최선은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 지식, 업무 수행 능력, 자신감 향상
좋은 외부 활동은 개인과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커뮤니티 솔루션스의 CEO 로잔 해거티가 좋은 사례다. 그는 서른 살에 비영리단체 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시기 모교인 암허스트 칼리지의 재단 이사가 됐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 쉽진 않았지만 해거티는 성장의 시기로 회상한다. 그가 이사회에서 일하면서 비영리단체를 이끄는 리더십과 책임에 대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거티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으며 만회가 가능한 실수를 범할 수 있는 활동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3. 넓어지는 시야본업과 다른 분야를 경험하고 그곳의 인적 네트워크에 합류할 때 미처 몰랐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새롭게 형성된 관계를 통해 더 나은 관리자나 혁신가로 성장할 수도 있다. 노숙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의 대표이사가 된 지 10년이 되던 해, 해거티는 펠로십으로 일본 도쿄로 건너가 일본의 조립식 주택 사업에 대해 배웠다. 일본의 노숙 문제에 대한 대응책도 함께 연구했다. 그에게 일본 펠로십은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경험'이었다.
제약회사 앨러간의 회장을 역임했던 데이비드 피요트도 재임 기간 중 제약업계 밖의 다양한 이사회에서 활동했던 사람이다. 특히 그는 부하직원들에게도 외부 활동을 하도록 적극 권장했었는데, 앨러간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반대쪽에서 바라보면 세상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깨닫게 된다.” 외부 활동 덕분에 그는 잠재적 사업 파트너를 만나 보톡스 같은 신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균형 잡힌 리더의 사고방식에 도움이 된다. 메흘만의 말처럼 외부 활동은 '일반적인 직선적 사고 대신 상상력을 발휘하는 수평적 사고'를 촉진한다. 다른 관점을 가져와 현업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당신의 관심과 활동이 조직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불가능하다.
현업을 벗어나 알맞은 외부 활동을 찾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찾게 되면 다른 많은 기회가 생기게 될 것이다. 외부 활동 경험은 개인적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질수록 한 분야에서 솔루션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리더로 발전하려면 안전지대를 나가야 하고 그게 바로 성장의 비결이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20년 5-6월 호
필자 켄 밴타, 올런 보스턴
번역/에디팅 이종호/조영주
정리 인터비즈 이순민
itner-bi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