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751] <드림> (Dream,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윤홍대'(박서준)는 경기 중 같은 팀 동료이자 라이벌인 '성찬'(강하늘)과 경쟁을 하면서 좋은 득점 기회를 놓치고 만다.
심지어 경기 종료 이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홍대'는 사생활 관련 질문을 짇굳게 하던 기자(박명훈)에게 화가 나 폭행을 하면서 선수 자격을 일시 박탈당한다.
'홍대'가 있는 소속사에서는 이참에 연예계 진출을 고려하자고 했고,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팀'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에 '감독'으로 출연하게 된다.
'홈리스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홈리스의 자립 의지와 부정적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 축구 대회로, 실제로 수많은 이들의 변화를 끌어낸 대회.
상황에 떠밀려 반강제로 계획에도 없던 감독이 됐지만, '홍대'는 택견을 하는 건지, 축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홈리스 선수들의 모습에 두 눈을 의심한다.
게다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PD '소민'(아이유)은 목줄 던져 놓고 제작에 뛰어든 작품인 만큼, 각본 없는 감동 드라마를 위해 치밀한 '각본'을 준비한다.
'홍대'와 '소민'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동안, 저마다의 홈리스 선수들은 점차 훈련에 매진한다.
어느덧 월드컵 출전일이 다가오지만, 각종 변수로 인해 선수들과 주변 인물들은 위기에 처하고 만다.

<드림>은 1,626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중인 <극한직업>(2019년)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 흥행 성적은 이병헌 감독에게,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것 이상으로 힘든 과제였을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이병헌 감독이 본인의 SNS에 "이 영화의 핸디캡은 '홈리스'가 아닌 이병헌 감독이었다"라면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도 얼마큼 웃기냐 신박하냐로 평가받는 감독이 되어 있었고, 비교 작품은 유사 장르의 다른 영화가 아닌 <극한직업>이 되어 있었다"라고 이야기하겠는가? (물론, 그의 전작인 <스물>(2015년), <바람 바람 바람>(2018년)을 떠올렸을 관객도 있었겠지만)
감독의 말마따나 이 영화는 '스포츠 장르의 클리셰를 따라가는 것'으로 이야기하는 게 옳아 보인다.
최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라면, 연달아 개봉하는 스포츠 영화들인 <카운트>, <리바운드>를 떠올리겠지만, 문득 노동자의 현실을 가장 잘 다루는 감독인 켄 로치의 <내 이름은 조>(1998년)가 떠올랐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만 두 번 받은 거장인 켄 로치는, 노동 계급이 사랑하는 스포츠 '축구'를 소재로 하거나, 대사를 종종 넣곤 했다.
<내 이름은 조>는 실업 수당을 받아가는 알코올 중독자 주인공이 다른 중독자로 이뤄진 축구 팀의 코치 노릇을 하면서 연명하는 이야기를 보여줬다.
암흑의 구렁텅이 속에서 축구라는 스포츠가, 그들에겐 한 줄기 빛과 같았던 것.

<드림> 역시,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외면하려던 쪽으로 시선을 돌린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홈리스들이 월드컵에 나가기 전까지의 과정은 모나지 않았다.
축구 팬들이라면, 박문성 해설위원과 조우종 캐스터의 모습이 반가웠을 것이고, 티키타카로 축구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도 웃고 넘어갔을 터.
여기에 으레 등장할 법한 '신파의 요소'를 '소민'이 만들어 내는 영상으로 구성하는 점도 나쁘지 않았고, 적당한 웃음과 감동의 선을 타려는 것 역시 나쁘지 않았다.
감독의 말마따나 "특별해 보이지만 동시에 보통의 면모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다"라는 의도에 부합하는 순간들이 반복됐다.
다만, 이 톤은 후반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된 '홈리스 월드컵' 장면부터 다소 깨지고 만다.(실제 2010년 홈리스 월드컵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는데, 이병헌 감독과 노승보 촬영감독이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회를 직관하면서 작품에 변화를 줬다)
이병헌 감독의 번뜩였던 유머 감각은 정작 경기가 시작되면서, 오글거림으로 변하고 만다.
"대한민국"을 열창하는 외국 관람객들의 모습이나, 해설가의 독려는 민망할 정도였으며, 결과적으로 어떻게든 다큐멘터리에서 감동을 짜내려는 '소민'의 행위처럼 연출이 이뤄지고 말았다.
대회가 끝난 후 나오는 '효봉'(고창석)과 딸의 이별은, 생각보다 길게 연출되면서 관객의 눈물을 유도해 내기도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드림>과 <극한직업>은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극한직업>은 끝까지 '신파'라는 유구한 한국 영화의 트렌드를 거부하면서, 관객을 웃기게 했다는 자신만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이었다.
이는 그의 첫 장편 영화인 <힘내세요, 병헌씨>(2012년)가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게 했던 초심이기도 했다.
그 작품에서 영화계에 입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병헌'(홍완표)의 고통을 알기에, 자신의 강점을 오롯이 활용하지 못한 결말부는 분명 복기해 봐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2023/04/17 메가박스 코엑스
- 감독
- 이병헌
- 출연
- 박서준, 아이유,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 이하늬, 이지현, 백지원, 이은재, 황도윤, 박형수, 정순원, 조우종, 김일중, 박영식, 장격수, 박정표, 김남우, 이승준, 박성준, 남민우, 주광현
- 평점
-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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