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귀신 소리’ 북 확성기에 주민 고통...합참 “대북 방송 계속”

권혁철 기자 2024. 9. 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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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대북 확성기 방송에 맞서 북한이 대남 확성기로 쇠를 깍는 듯하거나 지지직거리는 소음을 틀어 북한과 가까운 인천 강화군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12일 “북한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지난 7월 말부터 전방 지역에서 미상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접경 지역 전지역에서 대남 확성기 소음을 송출하는데 북한과 가까운 서해 강화도에서 크게 들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화도 주민들은 국방부 등에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거나 줄일 계획이 없다고 한다.

강화군은 북한과의 직선거리가 강화 평화전망대 1.8㎞, 교동도 2.5㎞로 북한과 가까운데다, 남북 사이가 바다로 중간에 장애물이 없어 소음이 민간지역까지 넘어온다. 반면, 경기·강원의 내륙 접경지역은 산악 지형이고 특히 여름엔 수풀이 우거져 소리가 막힌다. 또 이 지역은 군사분계선(휴전선)에서 최대 20㎞ 이남까지가 민간인통제선이라, 대남 확성기 소음이 민간 지역까지는 잘 들리지 않는다.

군 당국은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7월21일부터 서부·중부·동부 전선에서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가동하고 있다. 이후 북한은 북한군과 주민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지 못하게 방해할 목적으로 대남 확성기를 통해 ‘지지직 지지직’ 하는 소음을 내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소음 강도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강화군에서 측정한 대남방송의 소음 규모는 지하철 소음과 비슷한 수준인 80㏈(데시벨)이다. 주민들은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은,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최전방 북한 군인들이 듣지 못하도록 하는 출력·전파방해 중심의 ‘제압 방송’이다. 제압 방송은 목적이 대북 확성기 방송 내용의 차단이므로, 특정한 내용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확성기의 출력을 최대로 높여 대북 확성기 방송을 무력화하는 소음을 발생시키는 맞불 개념으로 운용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남 확성기 제압 방송 소리가 뒤섞이면 북한 지역에서는 웅웅거리는 소음만 들리게 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군 당국은 강화도 주민들의 소음 피해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풍선 살포 중단 등 북한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대북 심리전 방송은 장기간에 시행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지난 7월21일 시작한 대북 방송을 자제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달 살포→북한 당국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군 당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북한 대남 확성기 소음 방송으로 넉달째 남북의 대응이 맞물려 남북 갈등이 상승 작용을 빚고 있다.

1962년 북한이 서부전선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 한국도 지난 1963년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중단한 남북 양쪽의 확성기 방송은 1980년 재개됐다. 2004년 6월 남북 합의로 다시 방송을 중단했으나, 2015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폭발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한때 재개됐고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가 올 들어 다시 양쪽이 방송을 시작했다.

북한은 1980년대까지는 “미제 식민지 남반부에서 고생하지 말고 사회주의 지상낙원인 북으로 넘어오라”며 대남 확성기 방송을 공격적으로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난·식량난으로 북한의 형편이 무척 어려워지자, 공세적이었던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제압 방송 등의 형태로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바뀌게 됐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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