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한마디에 패션계가 술렁… 스키니진, 다시 돌아올까?

10년 동안 스트리트를 장악해 온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루즈핏 상의, 와이드 팬츠, 벌룬 형태 아우터까지. '크고 낙낙한 옷'은 한동안 가장 쿨한 패션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2024년 말, 한 디자이너의 솔직한 고백이 이 흐름에 균열을 냈다. 바로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오버사이즈 패션을 글로벌 트렌드로 만든 주인공 Demna(뎀나)다.

그는 당시 독일 매체 『Die Zeit』와의 인터뷰에서 “오버사이즈 실루엣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며 “10년 동안 해온 스타일이지만, 나 자신도 점점 피로감을 느낀다”라고 털어놓았다. 단순한 취향의 변화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가 누구인지 안다면 이 발언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실제로 2025년 들어 런웨이와 거리 곳곳에서 슬림한 실루엣의 귀환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오버사이즈의 아버지가 오버사이즈를 떠난다고?

Demna는 2010년대 중반부터 루즈핏을 고급 패션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베트멍(Vetements) 시절부터 후드와 점퍼, 청바지를 크게 키워 스트리트 감성과 결합했고, 그 감각은 발렌시아가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가 입히면, 넓고 헐렁한 옷이 곧 '패션의 정점'이 됐다. 그런 그가 직접 말한 “이제는 새로운 실루엣을 탐색하고 있다”는 선언은, 디자이너의 취향 전환을 넘어 글로벌 트렌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Demna는 인터뷰에서 “슬림한 실루엣이 다시 신선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스키니 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가 주도한 오버사이즈 흐름이 끝나간다는 메시지에는 분명한 방향 전환의 예고가 담겨 있다.

스키니진, 다시 유행할 수 있을까?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패션계에서는 “스키니 진이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사실 스키니 진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가장 대중적인 하의 실루엣이었다. 특히 남성들도 슬림한 데님을 입는 것이 흔해지면서 유니섹스 스타일로 확장됐다. 그러나 이후 편안함과 볼륨을 중시하는 흐름이 시작되며, 스키니 진은 ‘답답하고 고루한’ 아이템처럼 밀려나게 됐다.

그런데 최근 몇 시즌 동안, 특히 2024년 하반기부터 런던·파리·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에서 다시 발목을 조이는 팬츠 실루엣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더 가볍고 간결한 데님, 레깅스에 가까운 남성용 팬츠까지 등장하며 “혹시?”라는 물음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Demna가 흔들면 트렌드도 흔들린다

Demna의 영향력은 단순한 디자이너 한 명의 발언 이상이다. 그는 업계의 트렌드세터이자, 런웨이 감각을 일상 패션으로 확산시킬 줄 아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의 한마디는 패션 브랜드, 리테일 플랫폼, SNS 인플루언서들에게 곧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Demna가 오버사이즈를 선언한 2015년 이후, 패션 브랜드들은 일제히 슬림 실루엣을 버리고 루즈핏 라인을 강화했다. 지금도 수많은 패션 유튜버들이 "오버핏 아우터, 와이드 데님은 유행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 흐름을 만든 당사자가 “이제 슬림한 게 더 신선하다”라고 한 만큼, 스키니 진의 부활은 그저 가능성이 아닌 실제로 곧 도래할 현실일 수 있다.

대중은 준비됐을까?

흥미로운 건, 이미 Z세대를 중심으로 2000년대 Y2K 스타일에 대한 향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크롭탑, 로우라이즈, 스팽글, 통굽 구두 등 과장된 요소가 다시 주목받는 흐름 속에서 스키니 진은 복고의 완성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스트리트에서는 슬림한 진을 복고적 감성으로 해석해 코디한 룩들이 등장하고 있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도 #skinnyjeans 태그는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와이드 팬츠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패션이 언제나 그렇듯, 무언가가 너무 오래 이어졌다면 그 반대편에서 새로운 반응이 자라나기 마련이다. 오버사이즈가 지겨워졌다면, 스키니는 다시 낯설고 새로울 수 있다.

옷장을 열어볼 시간

당장 스키니 진을 꺼내 입을 필요는 없지만, ‘다시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정도는 해볼 시점이다. Demna의 감각은 트렌드가 어떻게 흐를지를 예고하는 나침반과도 같다. 스키니 진이 다시 유행할지는 모르지만, “다시 입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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