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Giants] 롯데 자이언츠 박근서

출항

인간은 저마다 배를 한 척 품고 살아간다. 세상은 멀리 내다보이는 듯하면서도 한 치 앞을 알기 어려운 망망대해와 닮았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여념이 없는가 하면, 일엽편주에 몸을 실은 채 바다 위를 표류하는 이도 있다. 이렇듯 수많은 인생이 오가는 바다를 향해, 또 한 척의 배가 설레는 첫 출항 준비를 마쳤다. 부모님이 몰던 크고 든든한 배에서 꿈을 키워 온 꼬마 선원은, 이제 어린 선장이 돼 새로운 항구로의 여정을 떠나야 한다. 선원이 아닌 선장이 되라는 의미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불러 준 노래. 모두를 사로잡은 유쾌함 속에 담겨 있던 건, 곧 자신만의 항해를 시작할 아들이 삶의 주인으로서 순항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oonjeong Jeon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화제성은 전체 1번

자기소개부터 하고 인터뷰 시작할까요? (10월 9일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롯데 자이언츠에 1라운드로 뽑히게 된 서울디자인고 투수 박근서입니다. (새로운 소개말에는 익숙해졌을까요?) 네. 이미 이렇게 몇 차례 말해서 입에 좀 붙었어요.

본지와는 6월 말에 만났었는데, 세 달 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계속 대회를 치렀어요. 청소년 대표팀에도 뽑혔고요. 그러고 신인드래프트를 맞게 됐죠.

그사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만 명 넘게 늘었어요. 주목받으니까 어때요?
팔로워가 그 정도로 늘어날 줄은 몰랐어요. 그만큼 팬분들도 많이 생겨서 기쁘고요. 아빠의 영향이 꽤 있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겼다면서요?) 맞아요. 동네에서 걸어 다니다 보면 알아보고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근데 아빠랑 함께 알아보시는 거죠. ‘라 밤바’로 유명해졌으니까, 이제 프로에 가면 야구를 잘하는 걸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9월이 특히 바빴잖아요. 이번에 우승한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는 어떤 경험이었나요?
저는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우승해 본 건데, 그 기쁜 순간을 모두와 함께하니까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솔직히 저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최종 목표는 우승이었고 그걸 다 함께 이뤘다는 점에서 크게 아쉬울 것까진 없었어요.

드래프트 순간이 워낙 화제가 된 만큼, 행사가 끝난 뒤 저녁 시간은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일단 현장에서는 아빠가 노래를 부를 거라는 건 예상을 못 해서 엄마도 그렇고 저도 황당해하는 표정이 나왔는데요. 끝나고 집에 가서 반응을 보니까 팬분들이 다들 좋게 봐 주시고 응원도 보내 주셔서 오히려 잘됐다 싶었어요. (그날 저녁 메뉴는 뭐였어요?) 가족끼리 집 앞에서 외식했어요. 메뉴는 돼지국밥이었습니다.

저번 촬영 땐 친구들이 머리가 크다고 놀렸잖아요. 그날 구단에서 받은 모자는 잘 맞았어요?
네, 잘 맞았어요. 다행히 큰 걸로 준비해 주셨나 봐요.

교내 체육대회 날에도 단상에서 라 밤바를 부르던데, 아버지가 만들어 준 캐릭터가 나름 마음에 들었나 봐요.
드래프트 다음날이 바로 체육대회였는데, 저희 과가 우승을 했어요. 그래서 단상에 올라갈 사람이 필요했는데 선생님들이 다들 ‘네가 나가라, 나가서 라 밤바 한번 불러라’ 하셔서 제가 올라간 거죠. 그래도 원래는 부를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근데 단상에서 내려다보니까 전교생이 다 그걸 부르라고 하는 분위기더라고요. 안 부를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불렀죠.

아버지가 그 노래를 선곡한 이유도 직접 설명했었잖아요.
선원이 아닌 선장이 되라는 의미였죠. 아빠도 깊이 고민하고 말씀하신 듯해서 저도 그 얘기까지 들었을 땐 살짝 울컥했어요. 근데 바로 노래를 시작해 버리시는 걸 보고 ‘아아…’ 한 거죠.

화보 촬영을 하는 동안 아버지가 직접 디자인한 라 밤바 사인지를 직원들에게 돌렸어요.
원래 아빠가 그런 걸 만드는 걸 좋아하세요. 일하시는 것도 비슷한 분야고요. 그래서 그런 사인지나 응원봉 같은 것도 제작하시는데, 이번에 아빠가 또 화제가 된 김에 본인 것도 한번 만드신 것 같아요.

화제성 덕분에 추석 연휴엔 SBS 모닝와이드에도 출연하더라고요. 라이브인데 떨리진 않았어요?
생방송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 꽤 떨렸어요. 엄마랑 저랑은 긴장해서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고 있는데, 역시 아빠는 아예 안 떨고 ‘그냥 하면 된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긴장이 좀 풀렸어요.

#서울에서 부산으로

학교의 자랑이 됐는데 플래카드는 안 걸렸어요?
걸렸어요! 원래는 학교 앞에 청소년 대표팀 발탁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이젠 그거 대신 롯데 자이언츠 지명 관련으로 바뀌었어요.

지명되고 나서 야구부 감독, 코치들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어요?
드래프트가 끝나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연락을 돌려서 지명 소식을 전해 드렸더니 다들 축하해 주셨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더 높이 올라가자는 얘기들을 해 주셨고요.

‘내년 서울디자인고에서는 이 친구가 기대됩니다!’ 하고 소개하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저랑 동갑인 박주영하고 김도현이라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둘이 올해 부상 때문에 유급을 해서 내년에 시합을 뛰게 됐거든요. 근데 전 그 친구들이 올해 드래프트에 나왔어도 프로에 갈 수 있었을 정도의 선수라고 생각해서 내년이 더욱 기대돼요.

롯데에 들어가면 다시 막내가 돼요. 선배들에겐 어떻게 다가갈 계획이에요?
일단 인사를 제일 잘하려고 해요. 인사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거기에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싶어요. (드래프트 덕분에 이미 얼굴도장은 확실히 찍었겠더라고요.) 그것도 맞지만 이제 실제로 가서 잘해야죠. 더 예쁨 받을 수 있게 노력할 거예요.

내일 부산에서 루키 데이 행사가 있잖아요. 준비해 가는 콘텐츠가 있나요?
자이언츠TV에서 춤추는 영상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오늘도 승리한다’라는 응원가에 맞춰서 췄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있을 때 찍었어요.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배종윤, 이현민, 원지우와는 이미 아는 사이랬잖아요. 친구들이 어떤 캐릭터인지 대표로 소개해 볼까요?
고교·대학 올스타전 때 봐서 다들 얼굴을 아는 사이예요. 우선 종윤이는 되게 열심히 하는 캐릭터예요. 자기 일을 꾸준히, 묵묵하게 열심히 해내는 스타일이랄까요. 현민이는 활기찬 분위기 메이커 타입이에요. 지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만나서 꽤 오래 알아 온 사이인데, 강릉고 주장이거든요? 주장으로서도, 포수로서도 리더십이 강해요. (박근서는 어떤 캐릭터예요?) 저는 현민이랑 비슷하게 분위기 메이커 쪽이지 않을까 해요.

지금은 등장곡으로 라 밤바를 안 하면 안 될 분위기인데, 이전에 생각해 둔 노래가 있었나요?
등장곡을 언젠가 정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저한테 어울리는 노래가 딱히 안 떠올라서 고민했지만요. 그러던 와중에 아빠가 라 밤바를 불러 버리신 거죠. 그래서 이젠 제가 어떤 노래를 골라도 그걸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근데 저도 라 밤바가 마음에 들고, 팬분들도 원하시니까 첫 곡은 그걸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라 밤바 패밀리♬

부모님 중 누굴 좀 더 닮았어요?
주변에서 외모는 엄마를 똑 닮았다고들 얘기하더라고요. 성격은 아빠 쪽이고요.

아버지 외의 가족들은 상당한 안정형으로 보이던데요?
그것도 맞아요. 아빠가 그 무대에서만 그런 게 아니고, 집에서도 항상 그런 모습이거든요? 그래서 엄마에 동생까지 해서 저희 셋은 아빠가 뭘 하든 무관심하게 각자 할 일을 하는 편이에요. (아버지는 별로 굴하지 않죠?) 네. 아빠는 계속 그래요, 그냥.

동생은 성격이 어때요?
저는 비교적 활발한 편인데, 동생은 조용하고 소심한 스타일이에요. 근데 혼자 자기 할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해요. 제가 등교하려고 아침에 깨면 이미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있길래 ‘왜 벌써 샤워를 하냐’ 그랬더니, 1시간 전에 일어나서 운동부터 하고 학교에 갈 거라고 하더라고요. 동생이 그러는 걸 보면 ‘동생이 나보다 열심히 하는구나,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하고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어느 고등학교에 간대요?) 동생도 서울디자인고에 입학하게 됐어요.

아버지 말로는 형제끼리 사이가 좋아서 서로 껴안고 그런다고요.
제가 거의 동생 방에 찾아가요. 가서 껴안… 네, 껴안기도 하고 친하게 잘 지내요. 싸운 적도 거의 없고 제가 많이 도와주려고 해요. 둘 다 어릴 땐 다투기도 했었는데 커 가면서 같이 잘 지내자는 분위기로 우애가 두터워졌어요.

경기나 훈련이 없을 땐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 그라운드’ 같은 게임도 해요. 요샌 책도 읽으려고 하고요.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은 뭐예요?
서점에 가면 멘탈 관련 소재를 다룬 책이 있는 코너로 가서 한 번씩 훑어봐요. 표지를 둘러보고 목차도 살펴보다가 끌리는 게 있으면 구매하는 편이에요. 처음에 골랐던 게 감정을 다스리는 법에 관한 책이었는데, 큰 도움이 돼서 그 뒤로도 더 찾아서 읽으려고 하는 중이에요.

평소에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요?
감정이 올라올 땐 바로 표출해 버리는 게 아니라 잠시 ‘이게 맞나?’ 하고 저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졌다가 말을 내뱉으려고 해요. (이미 가정에서 멘탈 수련은 다 됐다는 얘기도 많던데요.) 그것도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해요.

방송에서 받은 이상형 질문에 특정인을 꼽지 않았더라고요.
좋아하는 분이 있긴 해요. 배우이신데… ‘눈물의 여왕’에 나온 김지원 님이요. 거기서 빠져서 요새 ‘태양의 후예’도 보고, 최근에 ‘유퀴즈’에 나오신 것도 챙겨 봤어요.

청소년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쓴 프로필에 본인을 한마디로 ‘테토남’이라고 표현했던데,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성격이 테토스럽다고 생각해요. 남자답다고 해야 할까요? 뭘 하든 항상 시원시원하게 하는 편이거든요.

#미래의 나에게

팀에 공식적으로 합류하기 전까지 남은 기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이에요?
이달 21일에 합류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잘 적응할 수 있게 운동을 열심히 해 놓으려고요.

팀 공부도 하는 중이에요? 롯데 마스코트 이름은?
일단 지금 제 앞의 인형은 누리고요. 아라랑 윈지요. 캐릭터 이름은 다 알고 있습니다!

2027년은 프로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한 해가 될 텐데, 목표를 미리 세워 볼까요?
선발 투수로 나가서 승리 투수가 되는 게 가장 바라는 목표예요.

10년 뒤의 박근서는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요?
지금은 제가 여러 선배님을 우상으로 두고 있지만, 10년 뒤엔 제가 그 우상이 되고 싶어요. 나중에 뽑힐 친구들에게 우상으로서 동기부여 해 줄 수 있는 선수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때의 근서에게 편지를 남겨 볼까요?
안녕, 10년 뒤 근서야. 아마 잘하고 있겠지만, 그 자리에 가서도 절대 초심 잃지 말고 모두를 잘 도와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파이팅!

응원을 보내 주실 팬분들께 하고 싶은 말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자이언츠에 뽑히게 된 박근서입니다. 이미 많은 응원을 받는 것 같은데, 이제 프로에 입단하게 됐으니까 가서 야구를 잘해서, 야구선수로서 잘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7호 (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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