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리포트] 강남 사옥보다 싼 시총…오로라월드 밸류업 '시험대'

저평가 코스닥 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봅니다.

'유후와 친구들' /사진 제공=오로라월드

캐릭터 콘텐츠 기업 오로라월드가 본업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저평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시가총액은 보유 부동산 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 자산 가치의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3000억원대 차입 구조와 승계 이슈가 겹쳐 기업가치 제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성장·여유 자산'에도 아쉬운 주가

오로라월드(오로라)는 1981년 노희열 회장이 설립한 '오로라 무역상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5년 법인 전환 이후 봉제인형 산업 침체 속에서도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2000년 코스닥 상장을 통해 글로벌 캐릭터 기업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의 90%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자체 IP(지적재산권) '유후와 친구들'에 이어 최근 북미 시장에서 '팜팔스(Palm Pals)'가 흥행하면서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영국·홍콩 판매법인과 인도네시아·중국 생산법인을 연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도 구축했다.

실적은 뚜렷한 성장세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281억원, 영업이익 44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9.4%, 43.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1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주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오로라의 전일(2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366억원이다. PER(주가수익비율) 6.27배, PBR(주가순자산비율) 0.70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저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부동산 가치가 꼽힌다. 오로라 본사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624에 위치한 '오로라빌딩'이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대지면적 1,396.2㎡(약 422평),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연면적 3157평)로 세워진 대형 사옥이다.

지난해 기준 해당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는 ㎡당 5588만원으로, 토지 면적에 공시지가만 적용해도 땅값만 780억원에 달한다. 강남권 대로변 빌딩의 실거래가가 공시지가 대비 높게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 토지 가치는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2021년 완공된 판교 제2테크노밸리 사옥(장부가 666억원)을 포함하면, 주요 부동산 가치만으로도 현재 시가총액을 크게 상회하는 구조다.

이 같은 괴리는 보수적인 회계 처리에서 비롯된다. 오로라는 1991년 해당 부지를 취득한 이후 자산 재평가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투자부동산 장부가는 1278억원에 머물러 있다.

반면 회사가 공시한 투자부동산 공정가치는 2928억원이다. 장부가 대비 1600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실제 시장가치는 이보다 높을 수도 있다.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자본총계(1778억원)가 단숨에 2배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는 흐름이다.

이는 주주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2024년과 2025년 정기주총에서 자산 재평가 안건이 주주제안으로 상정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국민연금이 찬성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안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오로라 관계자는 "주주들의 자산 재평가 요구를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해외 법인이 많기 때문에 국내 본사 건물만 단독으로 재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모든 법인의 자산을 동시에 재평가해야 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실익에 비해 투입되는 행정적·재무적 비용이 크다는 점을 주주들도 일부 이해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400억 차입 구조…승계·밸류업 변수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다만 재무 구조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3483억원이다. 단기차입금 2636억원, 장기차입금 712억원, 비유동사채 135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켜 사업을 확장한 구조다. 단기적으로 재무적 부담이 있다. 유동비율은 62.6%로 100%를 하회하고 있고, 부채비율은 227.5%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이자비용은 154억원 수준이다. 다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97억원 유입을 기록하고 있어 단기적인 자금 경색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지배구조 측면에선 승계 이슈가 거론된다. 최대주주는 노희열 회장(43.29%)이며, 경영에 참여한 노재연 대표는 현재 지분이 없다. 자산 재평가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향후 상속·증여세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오너 측에서 낮은 시장가치를 유지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해석이다.

변화의 신호도 감지된다. 오로라는 지난해 배당금을 전년 대비 226% 늘린 58억원으로 확대했다. 최근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통해 비용 효율화·운영 최적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계획도 내비쳤다.

사업 측면에서도 성장 동력은 유지되고 있다. '팜팔스'는 북미에서 소비 연령층이 성인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법인의 매출 비중은 68.5%에 달한다. 2024년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메리 마이어'와의 시너지도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버추얼 아이돌 '오위스(OWIS)' 데뷔를 지원하며 3D 영상 제작 및 콘텐츠 MD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로라 관계자는 "올해 배당금을 주당 180원에서 600원으로 대폭 상향했다"며 "자사주 소각은 아니더라도 주주들께 충분한 환원 의지를 보여드렸고, 대표이사 역시 배당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고배당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계 이슈에 대해선 "대주주의 개인적인 사안이라 회사 차원에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승계를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누른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최근 정부의 주가 누르기 방지 등 규제 기조 속에서 그런 행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 인위적인 주가 관리는 절대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시장에서 승계 절차 미완료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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