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모기업도 파산 신청, 은행 위기 여진 이어져
미국 대형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며 은행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뱅크런(대량인출사태)으로 파산하며 금융계에 큰 파장을 불러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모기업 SVB파이낸셜도 결국 당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SVB파이낸셜은 이날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SVB가 10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된 지 일주일만이다. SVB는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 각각 100억달러(약 13조1000억원)에 달하는 파산과 부채를 기재했다. 미국 법제도상 연방준비제도(Fed) 시스템의 일부인 SVB 자체는 파산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모기업인 SVB파이낸셜은 남은 재산을 보호하고 채권자 상환을 위해 파산 관련 신청을 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SVB파이낸셜의 파산신청은 예정된 수순이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SVB처럼 다른 중소형 은행의 추가 부실 사태 역시 언제든 발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 가지 않았다. 16일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전날보다 9.98% 상승했으나, 시간 외 거래에서 다시 20% 폭락했다. 주가가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것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슷한 위험에 처한 다른 중소 은행들의 두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짚었다. 대형 은행들이 지원하는 자금 재원이 대부분 중소형 은행에서 인출된 예금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 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와 WSJ에 따르면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9∼15일 일주일간 은행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인 1648억 달러(약 216조 원)를 Fed에서 빌렸다. 뱅크런 대비를 위한 조치라 해도 미국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게 매체들의 진단이다.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설을 불러온 크레디트스위스(CS)를 둘러싼 불안감도 재개됐다. 17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 기준 CS의 주가는 전날보다 11% 이상 하락하고 있다. 전날 CS는 스위스 중앙은행에서 537억 달러 규모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아 주가가 19%가량 급등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급락 중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부장은 “최근 미국 정부가 예금자 보호조치 등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라면서도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후유증으로 연중 내내 파열음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서지원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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