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개도국 기후재앙 '손실과 피해' 기금 역사적 합의(종합2보)
최빈국 "30년 분투의 첫 긍정적 이정표"…유엔 사무총장 "지구는 아직 응급실에"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더 잦아지고 혹독해진 기후 재앙을 겪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COP27 의장인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등 내용을 담은 총회 합의문 성격의 '샤름 엘 셰이크 실행 계획'을 당사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합의문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은 주민의 비자발적 이주, 문화재 파괴 등 엄청난 경제적, 비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면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충분하고 효과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로 인한 엄청난 재무적 비용은 빚 부담을 늘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위축시켰다고 진단했다.
합의문은 또 사상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조달이 성사된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빈국 연합을 대변하는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며 "우리는 지난 30년간 분투했고, 그 여정은 오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첫 긍정적 이정표를 이뤄냈다"고 기뻐했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밤낮으로 노력했다"며 "최악의 기후 변화 영향으로 인류의 삶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개막한 올해 총회는 18일 폐막 예정이었으나, 주요 쟁점에 대한 당사국 간 견해차로 이날 새벽까지 마라톤 연장 협상 끝에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처음 정식 의제로 채택된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는 총회 내내 뜨거운 화두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혹독해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식량난과 물가 급등, 달러 강세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개발도상국은 당장 기후재앙 피해 구제를 위한 재원 마련을 촉구했다.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를 겪은 파키스탄,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 카리브해와 남태평양 등의 섬나라들이 피해 보상 촉구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손실과 피해 보상에 합의할 경우 기후 위기 촉발의 무한 책임을 지고 천문학적인 액수를 보상해야 하는 선진국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개발도상국도 보상금 공여자에 포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에는 동의했으나, 어떤 피해를 어느 시점부터 보상할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상금을 부담할지 등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기금운용 방식을 놓고 향후 격론이 예상된다.
COP27 총회에서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언급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와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에서 합의한 온실가스 저감장치가 미비한 석탄화력발전(unabated coal power)의 단계적 축소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총회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 발전뿐만 아니라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당사국 모두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에서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시급하고 과감한 탄소 감축 결의를 끌어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의 지구는 아직 응급실에 있다. 지금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하게 줄여야 하는데 이번 총회에서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기후정책을 조율해온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도 "우리 앞에 놓인 합의는 인류와 지구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충분하지 않다.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충분한 노력이 담기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을 이뤄냈어야 했다"고 개탄했다.
이번 총회는 불안하게 출발했다.
서두에 개최된 정상회의에 중국과 미국, 인도 등 주요 탄소 배출국 정상들이 불참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개도국의 거센 기후재앙 보상 요구 속에 유럽연합 등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미국과 중국 정상이 양자 간 기후 대응 논의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반전됐다.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사무 특사는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와의 접촉이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 요구에 선진국이 계속 저항하면서 협상이 예정된 날짜를 넘겨서까지 이어졌고 재원 조달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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