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직면한 바이엘 '아일리아'…만성질환 품목군 강화하나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케렌디아, 아일리아, 베르쿠보 제품사진(사진= 바이엘)

오랫동안 바이엘 매출의 핵이었던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가 경쟁약의 도전으로 신동력 찾기가 주요과제로 떠올랐다.

바이엘이 기대중인 후속 치료제가 급여에 진입하거나 목전에 뒀다는 측면에서 분위기는 조성된 모습. 이후 아일리아를 대체할 수 있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해졌다.

황반변성 시장 경쟁 거센 물결…아일리아 버티기 모드

올해 아일리아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FDA)부터 고용량 제형의 허가를 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경쟁 치료제인 로슈의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의 부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바비스모는 아일리아와 마찬가지로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nAMD)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DME)의 치료제로 국내에서는 지난 10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바비스모의 최대 강점은 4개월에 한 번 투약하는 투약주기다. 현재 황반변성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아일리아와 루센티스가 각각 1~2개월에 한 번, 1개월에 한 번 투약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환자 편의 측면에서 혜택이 확실하다.

아일리아의 고용량 제형 허가가 상대적으로 짧은 투약 주기를 보완하는 방안인 셈이다. 여기에 바이엘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약 주기를 점진적으로 연장하는 T&E요법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불구, 아일리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아일리아 바비스모 분기별 미국 매출 현황(자료=리제레논, 로슈 분기 발표 )

로슈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바비스모의 2분기 글로벌 매출은 10억9993만 달러(약 1조4009억원)로 지난 1분기 4억9626만 달러(약 6311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면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간주한다.

같은 기간 경쟁약물인 아일리아의 글로벌 매출은 2023년 1분기 14억3000만 달러(약1조8525억원), 2분기 매출 15억 달러(약 1조9432억원)로 각각 지난 분기 대비 5%, 7% 감소했다. 바비스모의 약진이 매출 감소에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서 급여를 받았던 노바티스의 비오뷰(성분명 브롤루시주맙)가 아일리아를 위협하지 못했지만, 바비스모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일리아에서 바비스모로의 처방 전환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의 경우 아일리아는 대표적인 노인질환 황반변성 치료제인 만큼 인구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 청구액을 기준으로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건강보험 청구액 기준 매출 상위 100개 품목을 살펴봤을 때 아일리아는 2019년 21위(528억원)를 기록한 이후 △2020년 14위(656억원) △2021년 11위(773억원)로 꾸준히 건강보험 청구 비중을 늘렸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약의 급여진입은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매출 상승세의 제동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향후 바이오시밀러의 등장까지 고려한다면 시장 최강자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아일리아 최근 4년 건강보험 청구액 및 청구액 순위(자료=국회, 심평원)

국내 매출 핵심 결국 급여…만성질 치료제 쌍끌이 할까?

결국 바이엘 입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치료제의 성장이 향후 매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미 글로벌 측면에서는 '비트락비(성분명 라로트렉티닙)'와 '뉴베카(성분명 다로루타마이드)'를 중심으로 한 항암제 파이프라인 개발을 통해 2030년까지 10대 항암제 기업 도약 포부를 밝힌 상태다.

지난 3월 개최된 바이엘 파마 미디어데이 2023에서 바이엘 제약사업부 크리스틴 로스 종양학 전략 사업부 총괄은 "바이엘은 전립선암 분야 내 리더십 강화와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의 성장을 통해 암 환자에게 혁신적인 의약품을 제공할 것"이라며 "환자의 요구사항을 극대화하고 최적화해 치료제 출시를 가속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물론 외부의 환경에 관해서도 관심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상황과 달리 국내에서는 치료제의 허가 및 급여진입 유무가 매출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뉴베카는 아직 국내허가 이후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비트락비는 지난해 4월부터 급여권에 진입한 만큼 NTRK 융합 양성 고형암 치료에 있어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대두되고 있다.

다만, 비트락비는 암종불문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환자군이 매우 적은 NTRK 변이에 국한돼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남아있다.

그렇다면 바이엘이 기대할 수 있는 아일리아의 대체자는 없을까? 현재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부분은 만성질환 분야의 포트폴리오다.

최근 바이엘의 만성질환 치료제인 베르쿠보(성분명 베리시구앗)와 케렌디아(성분명 피네레논)가 각각 급여에 진입했거나 약평위를 통과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영향력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

베르쿠보의 경우 최근 관심이 높아진 심부전의 후기 치료제로서 그리고 케렌디아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콩팥병 치료제로서 임상현장의 기대를 받는 중이다.

두 치료제 모두 만성질환 치료제라는 측면에서 치료제 역할과 매출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충분하다.

베르쿠보는 심부전 중증환자의 혜택이 특징으로, 현재 인구 고령화로 인해 심부전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넓힐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증환자라는 한정된 환자군이라는 제한점이 있지만 전체 환자군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 상승이 기대되고 있는 셈이다.

매출만 따져봤을 때 베르쿠보 보다 더 기대되는 것은 만성 신장병(콩팥병) 치료제인 케렌디아다.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제2형당뇨병, 심부전, 신부전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SGLT-2 억제제들이 처방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케렌디아가 처방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의 케렌디아의 실적을 살펴보면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케렌디아의 2023년 1분기 매출은 52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1100만달러와 비교해 373% 성장했다. 2023년 2분기 역시 6700만달러(2022년 2분기 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에서도 케렌디아의 급여 진입 시기를 건강보험 약가 협상이 마무리되는 12월 말 이후 내년 1월 혹은 2월로 점치면서 본격적인 매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도 바이엘에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국내사에서 협업을 제의한다는 것 자체가 매출 면에서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매출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국내사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치료제로 본다. 제약사들도 바이엘 측에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