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태영그룹, 계열사 매각 '상출집단→공시집단' 변경

서울 여의도의 태영건설 본사 /사진 제공=태영건설

태영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강등됐다. 그룹 모태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처하자 자구안으로 에코비트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며 자산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 그룹의 위상은 낮아졌지만 재무 안정성을 회복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태영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계열사 자산총액은 9조8170억원으로 전년 12조3150억원 대비 20.28% 감소했다. 자산이 10조원 미만으로 감소함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하향됐다. 인수·합병 등으로 성장가도를 달려 2022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된 지 3년 만에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회귀한 것이다. 올해 재계 순위는 52위로 전년 대비 10계단 추락했다.

/자료=공시 가공

자산이 감소한 이유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자구안으로 국내 1위 폐기물 처리업체인 에코비트 등 계열사 28개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자구안의 핵심이었던 에코비트 매각은 2조700억원에 성사됐다. 다만 태영그룹의 몫은 매각 전 에코비트가 배당한 1059억원에 불과하다.

에코비트 지분율은 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50%,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특수목적회사(SPC)인 'KKR Easel Holdco II'와 'Easel Holdco'가 나머지 50%를 갖고 있었다.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지만 KKR은 티와이홀딩스에 심각한 재무적 위기가 발생하면 에코비트 지분에 대해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발동하며 2조700억원 중 1조6440억원을 가져갔다. 나머지 4260억원은 티와이홀딩스 몫으로 배정됐지만 KKR에 빌린 차입금 4000억원과 이자를 갚는 데 모두 사용했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매각으로 기대했던 만큼의 유동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다만 태영인더스트리, 평택싸이로 등 계열사 매각과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매각(2251억), 경주 루나엑스 골프장 매각(1956억원) 등 자산 정리로 자금을 수혈했다. 태영건설은 서울 세운5구역, 경기 김포시 풍무역세권개발 등 시행사에 출자한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PF 사업장을 청산하며 자금을 확보했다.

태영건설의 위기 전인 2020~2022년 태영그룹 부채비율은 평균 150~160%대로 안정적 범위 내였다. 태영건설이 부도 위기에 처한 2023년은 2조252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재무가 악화했으며 부채비율은 527.41%까지 치솟았다. 워크아웃 자구안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차입금을 상환함에 따라 부채총액은 2023년 말 10조3530억원에서 2024년 말 7조2320억원으로 3조121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527.41%에서 279.77%로 247.34%p 개선됐다.

태영건설은 연결기준 자기자본이 2023년 말 –4402억원이었으나 지난해 6월 말 4250억원을 기록하며 2개 분기 만에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또 연결 순손익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재무 상태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2023년 순손실 1조4570억원에서 2024년 순이익 668억원을 기록했다.

태영그룹은 자회사 등 계열 매각에 따라 계열회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기업집단 중 대신그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23년 말 82개에서 2024년 말 51개로 31개 감소했다. 전체 계열사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4조8970억원, 순이익 204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이행 약정 기간은 2027년 5월30일까지이며 '테이크호텔 서울 광명' 등의 자산 유동화 계획이 남아 있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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