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내분·막말, 밖에선 전공의 수사…'내우외환' 의협
사태해결 열쇠쥔 전공의·의대생 사퇴 촉구
집행부 임원 막말 논란…사직 전공의 구속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의사 회원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의협 회장 불신임 찬반 투표, 전공의·의대생 대표의 의협 회장 사퇴 촉구, 집행부 임원의 막말, '복직 의사 블랙리스트' 작성 사직 전공의 수사 등으로 조직 안팎에서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병욱 경기도의사회 대의원과 조현근 부산시의사회 대의원은 지난달 28일부터 한 달간 자체적으로 임현택 의협회장 불신임안 찬반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간 집계 결과 의협 회원 10명 중 약 8명이 임 회장의 불신임(탄핵) 청원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2일 오후 1시 기준 전체 투표 참여 인원 1283명 중 987명(76.9%)이 불신임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설문 조사는 오는 27일 오후 1시30분까지 진행된다.
의협 정관상 임원에 대한 불신임 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거나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한 경우,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을 때다.
설문 조사 참여 인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 회장 불신임안은 같은 해 선거권(지난 3월 기준 선거인 5만8027명)이 있는 회원의 4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발의할 수 있다.
앞서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들의 사퇴 촉구는 임 회장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임현택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아래 기재된 네 사람은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네 사람은 본인을 비롯해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 손정호, 김서영, 조주신이다.
의정 갈등이 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의협 집행부 임원이 막말 논란으로 여론에 오르내린 것도 의협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 이른바 진료보조(PA)간호사 의료행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 20일 공포되자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대한간호협회(간협)를 비난했다.
박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간호협회, 간호법 제정안 공포 환영'이라는 제목의 간협 보도자료를 캡처해 공유한 후 "장기 말 주제에 플레이어인 줄 착각 오지시네요. 주어 목적어 생략합니다. 건방진 것들"이라면서 “그만 나대세요. 그럴 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라는 글을 올렸다.
의협은 정부의 의대 증원 등에 반대해 수련병원을 떠났다가 복귀한 의사들의 명단인 이른바 '복직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터넷에 올린 사직 전공의가 의대 증원 사태 이후 처음으로 구속되면서 의대 증원 사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의사단체들은 전날 잇따라 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사직 전공의 본보기식 구속 조치 등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 "앞에서는 대화를 청하면서 뒤로는 검경을 통해 겁박하는 것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전라북도의사회는 "사직 전공의의 구속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의 의료계 탄압 중단과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면서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구속은 법률이 정한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전날 성북경찰서를 찾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된 전공의 정모씨와 면담을 가졌다. 임 회장은 면담 직후 "대한의사협회장으로서, 선배 의사로서 참담함과 슬픔을 금할 수가 없다"면서 "구속된 전공의와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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