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0억짜리 화성 탐사선 재활용하는 NASA

날개가 부러져 임무를 마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에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NASA는 제작비만 8500만 달러(약 1230억원)가 투입된 인저뉴어티를 화성 기상 관측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NASA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인저뉴어티가 향후 20년에 걸쳐 화성의 기상을 면밀히 관측하는 지상 장비로 활약한다고 발표했다. NASA가 임무가 종료된 탐사 장비를 재활용하는 것은 이례적인데, 최근 계속되는 예산 감축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NASA 관계자는 "제트추진연구소(JPL) 인저뉴어티 엔지니어들의 조사 결과 날개가 부러졌어도 장비의 기능 일부는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됐다"며 "특히 첨단 센서들이 그대로 살아있어 화성의 기상 관측소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인저뉴어티의 양력을 발휘하는 카본 날개. 이게 부러지면서 인저뉴어티는 임무를 마감한 바 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인저뉴어티가 72회 차 비행을 끝으로 더는 날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면서도 "센서나 배터리가 정상 작동하는 점에서 8500만 달러가 투입된 장비를 버릴 이유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NASA JPL 조사 결과 인저뉴어티의 내장 스토리지는 아직 20년 치 데이터를 기록할 여유가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20년은 화성의 대기 변화를 관측해 저장할 수 있다. 다만 데이터를 지구로 전달할 방법이 없어 이 문제는 향후 해결해야 한다.

인저뉴어티는 2021년 2월 19일 함께 화성에 도달한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중계기 역할을 해왔다. 다만 퍼서비어런스 역시 동력이나 스토리지에 제한이 있는 관계로 앞으로 인저뉴어티가 수집할 정보는 다른 장비가 중계하거나 나중에 회수해야 한다.

인저뉴어티의 주요 제원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높이 48㎝, 무게 1.8㎏의 소형 헬기 인저뉴어티는 화성의 희박한 대기에서 프로펠러 기체가 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작됐다. 퍼서비어런스에 실려 제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한 이래 총 5회 비행이 예정됐지만 이를 훨씬 넘긴 72회 차까지 비행하며 많은 정보를 NASA로 전송했다. 1회 최장 이동거리는 약 700m, 최고 속도는 시속 약 5.5m로 기록됐다.

NASA는 인저뉴어티가 올해 1월 18일 72회 차 비행 중 추락하자 면밀한 조사에 나섰다. 카본으로 만든 날개가 부러진 것을 확인한 NASA는 고심 끝에 임무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현재 NASA는 인저뉴어티가 모은 비행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펠러 화성 탐사기를 구상 중이다. 인저뉴어티에 비해 20배 무겁고 수 ㎏의 장비를 탑재할 대형 기체다. 프로펠러 6개로 움직이는 이 장비가 완성되면 하루 약 3㎞를 비행하며 화성의 보다 먼 곳을 탐색할 것으로 NASA는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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